2016. 4. 21. 16:00
<미생>•<송곳>•<냄새를 보는 소녀>•<닥터 프로스트>•<호구의 사랑>•<밤을 걷는 선비> 등과 올해 방영된 <치즈 인 더 트랩> 역시 모두 웹툰이 원작이죠. 웹툰이 드라마로 재해석되는 경향과 그 원인에 대해 알아볼까요?
웹툰 원작 드라마 전성시대
얼마 전 tvN에서 방영했던 <치즈 인 더 트랩>은 이미 방영 전부터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웹툰입니다. 케이블 채널에서 그것도 월, 화라는 편성시간대에 6%대의 시청률을 낸 것에 대해 심지어 방송사 쪽에서도 놀라는 눈치. 물론 <커피 프린스 1호점> 같은 작품을 내며 청춘 멜로에 강점을 보여줬던 이윤정 PD의 연출이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워낙 유명한 웹툰 원작이라는 점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승승장구는 2014년 <미생>을 통해서 어느 정도 감지된 면이 있어요. 윤태호 작가의 이 웹툰은 책으로도 출간되어 그 불황이던 당대의 출판가에서 무려 20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가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물론 드라마와 웹툰이 서로 상생하며 시너지를 이뤘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미 100만 부가 팔려나갔고, 웹툰 역시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점은 일찌감치 이 작품의 드라마화의 성공가능성을 점치게 만들었어요.
<미생> 이후 작년에는 <냄새를 보는 소녀>•<하이드 지킬, 나>•<닥터 프로스트>•<호구의 사랑>•<슈퍼대디열>•<밤을 걷는 선비>•<오렌지 마말레이드>•<라스트>• <송곳> 같은 웹툰들이 일제히 드라마화가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송곳> 같은 작품은 노동운동이라는 낯선 소재를 치열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런 웹툰 원작 드라마의 흐름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해츨링의 웹툰인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3월 중 드라마로 만들 예정이고, 황미나 작가의 <굿바이 미스터블랙>도 방영 중이에요.
시행착오 통해 현실적 느낌 전달
사진출처 |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홈페이지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건 그 웹툰의 특성이 영상 콘텐츠와 잘 어우러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웹툰 이전에 드라마의 원작으로 주로 활용됐던 건 소설이에요. 하지만 웹툰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그것이 사실상 연출의 화면 구성까지 어느 정도는 담보하는 스크립트의 역할까지 해줄 정도로 영상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은 그 관심을 소설에서 웹툰으로 옮겨갔어요. 실제로 밑으로 스크롤 해가며 보는 웹툰은 영상의 흐름과 유사한 구조를 갖어요. 여기에 웹툰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이 최근에는 어딘지 정체되어 있는 듯한 드라마 스토리에 활력을 준 것도 한 몫을 차지합니다. 사실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에요. 그것은 웹툰의 만화적인 성격이 드라마의 상대적으로 진중함과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생> 같은 작품은 만화적이라고는 해도 진지한 현실의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드라마로도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즉 <미생>이나 <송곳>, <치즈 인 더 트랩> 같은 성공한 웹툰 원작 드라마들을 보면 그것이 만화적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웹툰 원작 드라마 전성시대는 그냥 이뤄진 게 아니고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져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웹툰 원작 드라마가 돌아봐야 할 것들
사진출처 | tvN <치즈 인 더 트랩> 홈페이지
하지만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드라마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어요. 즉 이 이야기는 순수 드라마 작가들이 그만큼 많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해요. 사실 단편 드라마들이 거의 사라져버린 요즘, 신진 드라마작가들의 등용문은 좁을 대로 좁아져 버렸어요. 드라마 제작사에 소속되어 보조작가를 하면서 이른바 입봉의 기회를 보는 것이 최근 신인 드라마작가들의 길이에요. 그런데 이미 기성작가들조차 웹툰 원작 드라마들의 각색을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신인들이 설 자리가 있을 리 만무하죠.
웹툰이 시대의 중심 콘텐츠로 들어오고, 또한 드라마의 원작으로서 기능하는 것은 좋은 일이죠. 하지만 그로 인해 신인 드라마작가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그럼으로써 순수 드라마작가들이 위축되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드라마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웹툰 작가들과 순수 드라마작가들이 모두 드라마의 리소스가 될 수 있을 만큼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우리네 드라마의 미래 또한 밝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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