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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대 인물을 만나다, 이순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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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30. 11:00

흔히 조선의 최고 과학자로 장영실을 꼽죠. 하지만 오늘날 과학자들은 장영실이 아닌 다른 인물을 손꼽는데요. ‘과학자들이 선정한 조선 최고의 과학자’는 바로 ‘이순지’입니다.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죠? . 하지만 그의 업적은 어마어마하답니다. 세종시대 인물을 만나다 네 번째 시간, 조선 시대 최고의 과학자 이순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시대의 난제 ‘하늘의 움직임’

이순지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 옛날 사람들은 하늘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먼저 알아볼까요? 옛날 사람들에게 하늘은 섬겨야 할 신과 같았어요. 폭우가 내리고, 번개가 칠 땐 두려움에 떨었죠. 날이 가물 때는 기우제를 지내며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하기도 하고요. 


뿐만 아니라 농경사회에서 하늘은 농사의 기준이었어요. 하늘의 움직임에 따라 절기를 구분하고, 그 절기에 맞춰 씨앗을 뿌리고 곡식을 거뒀습니다. 따라서 하늘은 모든 생명의 시작과도 다름이 없었지요. 


갑작스러운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났을 때는 어땠을까요? 그 당시 사람들은 일식에 대해서 ‘해가 없어졌다’며 크게 두려워했어요. 과거에는 왕이 하늘의 뜻을 받들어 나라를 통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나면 왕이 정치를 잘못했거나 나라에 변고가 생겼다고 여겼습니다. 특히 왕실이 예측하지 못한 일식과 월식이 발생할 경우 문제는 더욱 컸어요. 그래서 왕은 천체의 움직임을 최대한 정확히 예측해야만 했고, 또 이를 바탕으로 계절과 절기를 알려주어야 했지요. 



조선의 위도를 알아낸 천재 과학자 이순지

이순지(李純之) (사진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이순지는 조선 초기의 과학자예요. 태종부터 세조 때까지 5대를 섬긴 인물입니다. 특히 세종대에 크게 활약했어요. 이순지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조선의 위도를 알아낸 것인데요. 그 당시 우리나라와 중국은 위도와 경도가 다르지만 중국 역법을 따르고 있었거든요. 천체를 읽는 것은 관습적으로 중국의 황제인 ‘천자’만이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죠. 제후국을 표방하는 조선이 함부로 역법을 만들어서는 곤란했습니다. 물론 조선의 기술이 중국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고요. 그러나 세종은 조선 실정에 맞는 역법*을 만들 수 없는지 고민했습니다. 

*역법이란? 역법이란 천체의 주기적 운동을 살피고 예측하여,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도록 시간의 단위 등을 만드는 법칙입니다. 이를 생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달력입니다.

깊은 고민 끝에 세종은 역법을 계산할 몇몇 신하들을 뽑습니다. 그중 이순지는 가장 돋보였던 인물이에요. 이순지는 셈법에 매우 뛰어나 천문, 지리 등에 무척이나 밝았습니다. 세종은 모든 일에 그를 귀하게 사용합니다. 이순지 또한 세종의 기대에 부응하였습니다. 



이순지의 업적들

(태조대에 만든 천상열차분야지도)

이순지의 업적으로 제일 먼저 조선의 위도를 밝혀낸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 세종에게 “우리나라는 북극을 기준으로 38도 위치에 있습니다.”라고 보고를 했어요. 그러자 세종은 미심쩍어했지요. 지금이야 위성지도로 위도와 경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거의 불가능했는데요. 몇 달 후, 중국에서 온 사신이 역서(역법을 적어놓은 책)을 바치며 “고려는 북극에 나온 땅이 38도 위치에 있습니다.“라고 보고하자 세종은 몹시 기뻐했다고 합니다. 드디어 중국에 의지하지 않고도 우리만의 역법을 만들어 낼 인물이 나타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진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다음 업적으로는 다양한 역서를 집필했다는 것입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로 ‘제가역상집‘과 ‘교식추보법’ 등을 펴냈습니다. 제가역상집은 옛 서적에서 천문, 역법, 관측기기, 시각 등에 관한 글을 뽑아 엮은 책이에요. 당시 중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지식을 간단하게 정리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지요. 교식추보법은 일식과 월식의 계산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시가입니다. 이순지는 김담 등과 함께 그 당시 최고의 기술을 가진 이슬람의 역법과 중국의 역법을 모두 연구해 우리나라에 맞게 적용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에 조선은 세계에서 천체의 움직임을 가장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나라가 됐어요. 다양한 천문 서적의 출간을 통해 조선의 역법체계를 상당히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왕은 아끼고 사대부는 천대하고 

이순지의 또 다른 업적은 다양한 과학기구를 개발한 것이에요. 조선 시대의 과학자인 장영실, 이천 등과 함께 해시계인 ‘일구’, 물시계인 ‘자격루’ 등을 보완하고 개량했던 인물입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자격루의 시간을 정확히 맞추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삼 과거의 과학자들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이순지는 조선 역법의 수준을 매우 끌어 올렸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천대받았어요. 왜냐하면 그 당시에 천문, 지리, 풍수 등은 모두 천한 일이었거든요. 세종이 이순지를 매우 아꼈음에도 다른 신하들은 ‘계산하는 일은 하급관료나 하는 일’이라며 그를 천대했답니다. 하지만 세종이 죽고 난 이후 세조 또한 이순지를 매우 아껴 늘 곁에 두었습니다. 


옛사람들이 이르기를, ‘농사짓는 일은 종에게 물어보는 것이 마땅하고, 길쌈하는 일은 계집종에게 물어 보는 것이 마땅하다.’하였는데, 음양(陰陽)•지리(地理) 따위의 일은 나는 반드시 이 사람과 의논하겠다.

-세조실록 31권, 세조 9년 11월 25일


우리의 하늘이 없었던 시절, 중국의 역법으로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없어 임금도, 백성들도 모두 곤란했던 시대. 그때 이순지는 한 줄기의 빛이 된 사람입니다. 변변치 않은 기술이었지만, 조선의 하늘을 읽어내는 데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조선의 과학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비록 장영실에 비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의 업적만큼은 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인물들이 많아요. 집중 조명 받고 있는 위인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위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보세요. 숨겨진 위인을 찾고 그들의 업적을 살펴보다 보면 우리 조상들의 위대함과 우리나라 역사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답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8기 임병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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