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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불빛이 그려내는 장관, 수도권 야경 명소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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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8. 16:00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야경 나들이는 어떨까요. 낮보다 한결 서늘해진 대기 속에 즐기는 여름밤의 산책과 야경 감상이 즐겁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해가 지고 한낮 더위가 수그러들 무렵, 찾아가 볼 만한 야경 명소를 소개합니다. 



불빛의 바다에 빠지다, 삼성산

이후 소개할 다른 두 곳의 야경 명소보다 발품을 좀 더 팔아야 하는 곳이에요. 여기를 먼저 말하는 건 그만큼 경관이 웅장하고 빼어나기 때문입니다. 삼성산이라고 했지만, 특급 야경 조망 장소는 산 정상이 아니라 ‘돌산 국기봉’이에요. 주택가 골목에서 시작해 30분 정도 산길을 올라야 하는데 그만한 수고로 만나는 야경의 화려함이 황송할 정도입니다. 

길은 유순한 편. 등산이라기에는 좀 뭣하고, 땀이 좀 나는 산책코스 정도로 보면 돼요. 들머리는 서울 신림동 신우초등학교를 찾으면 쉽습니다. 학교 정문 옆으로 난 주택가 골목을 따라 부드러운 능선에 붙어서 20분쯤 걸으면 보덕사를 지나 성주암 갈림길에 닿아요. 여기서 8시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 10분 정도만 더 오르면 돌산 국기봉이에요. 신우초등학교 대신 서울대 입구 만남의 광장 쪽에서 삼막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면 10분쯤 더 걸려요. 국기가 꽂혀있는 돌산은 전방을 향해 270도 정도의 시야가 확보됩니다. 

왼쪽으로 서해와 김포평야, 오른쪽으로는 한강 상류 양평 일대까지 한눈에 들어와요. 시계가 좋은 날이라면 왼편으로 인천 앞바다와 그 바다에 떠 있는 배까지 보인답니다. 실제로 본 적이 여러 번이에요. 여기가 가장 훌륭한 경관으로 빛날 때는 해질 무렵인데요. 불타는 서쪽 하늘로 저무는 해가 도시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해질 무렵에 올라가 낙조부터 시작해서 야경까지 다 보고 오는 걸 추천해요. 

사실 이곳은 신림동 일대 고시원에 머무는 고시생들이 한여름 밤에 주로 찾아가는 단골 산책 장소이기도 합니다. 고시생들은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오르지만 아무래도 산길이니 운동화를 갖춰 신어야 해요. 길이 순해 굳이 등산화를 신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5분 걸어 최고의 야경 만난다, 남한산성 서문

남한산성은 한때 ‘닭백숙’으로 대표되던 낡은 여행지였지만, 지금은 명품 걷기코스로 이름이 높은 곳이에요. 12㎞에 이르는 산성 석축을 끼고 산책로 겸 등산로가 곳곳에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어요. 가장 대중적인 탐방 코스가 산성 동문에서 시작해 서문과 수어장대를 거쳐 원점으로 회귀하는 3시간 30분짜리 성벽 순환 코스. 이게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영월정에서 서문을 지나 국청사 방면으로 내려오는 1시간짜리 짧은 코스를 걷기도 합니다. 남한산성에서 가장 빼어난 야경명소라면 두말할 것 없이 서문 일대예요. 

하지만 아무리 좋다고 해도 야경 하나 보겠다고 산성을 짚어가며 밤길을 1시간 이상 걷는다는 건 적잖이 부담스럽죠. 살짝 귀띔하자면, 서문까지 가장 짧게 오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어요. 먼저 차를 타고 서문 바로 아래 성벽 안쪽의 절집 국청사까지 갑니다. 중부면사무소 쪽에서 산성역으로 이어지는 342번 지방도로 산성로터리에서 국청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돼요. 산성로터리를 지나서 국청사까지는 좁고 가파른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려야 해요. 운전에 특히 신경 쓰이는 구간입니다. 이쪽에는 차댈 곳이 적으니 주말이나 휴일보다 평일을 택해서 가는 게 좋아요. 차를 세워두고 딱 5분 정도만 걸으면 서문 성벽을 만나게 돼요. 서문 성벽 바깥쪽의 오솔길에 나무데크와 벤치가 놓인 전망대가 있는데 거기가 서울을 굽어보는 최고 명당이에요. 불빛 반짝이는 서울 거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스케일부터가 다릅니다. 왼편으로는 청계산과 관악산의 산줄기가, 오른쪽으로는 북한산과 도봉산의 연봉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로 남산과 한강이 보여요. 야경의 불빛이 좀 멀어 디테일한 경관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 한여름에도 서문 일대는 밤이면 서늘하니 가벼운 덧옷 하나쯤 챙겨 가세요.



가깝게 보는 도시의 야경, 응봉산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 응봉동의 응봉산은 야경의 명성보다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개나리 군락으로 알려진 곳이에요. 해마다 봄이면 개나리꽃으로 뒤덮인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가들이 몰려듭니다. 응봉산은 이름만 ‘산’일 뿐이지 해발고도는 94m에 불과해요. 하지만 여기에 오르면 서울 한강과 서울숲, 뚝섬, 잠실운동장 일대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답니다.

응봉산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어 새해 첫날 해맞이 행사가 열리기도 해요. 여름은 밤 시간에 동네 주민이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발길이 잦아집니다. 응봉산공원에서 보는 서울 야경이 아름답기 때문이죠. 응봉산공원을 찾아가는 건 간단해요. 서울지하철 1호선 응봉역 1번 출구 뒤쪽에 주택가를 지나서 계단을 걸어 오르면 공원에 닿을 수 있습니다. 길거나 거칠지 않지만, 경사가 좀 가파른 편이에요. 그래 봐야 숨 몇 번 고르고 나면 금방 공원이니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아요. 

이곳 야경의 특징이라면 다른 곳보다 불빛과 훨씬 가깝다는 것입니다. 불 밝힌 빌딩의 층수를 셀 수 있고, 퇴근길 자동차들이 그려내는 불빛들의 흐름도 다 내려다보여요. 한강을 가로지르는 동호대교•성수대교와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일대의 경관도 또렷합니다. 초록빛 조명을 받은 서울숲의 나무들이 어둠 속에 또렷하게 떠오르는 광경도 볼 만해요. 광장의 팔각정이 조망 시선이 가장 높지만, 팔각정 주변에는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많아요. 광장 아래 따로 만들어놓은 전망대 쪽의 시야가 훨씬 시원합니다.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려면 전망대를 찾는 게 나아요. 모기가 좀 많으니 바지와 모기 기피제 등을 챙겨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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