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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선 통근열차로 떠나는 가을 감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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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6. 17:37

무더운 여름 끝 찬바람이 불어옵니다.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센티한 감성에 젖어 들게 하는 가을, 계절에 어울리는 감성 기차 여행을 소개합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와 시간 덕분에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가을 나들이, 경원선 통근열차로 다 함께 떠나볼까요?



경원선 통근열차, 누구냐 넌!

경원선 통근열차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경원선 통근열차는 우리나라에 마지막 남은 통근열차로, 서울과 원산을 오가는 열차였기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하지만 분단 이후 몇 번의 수정을 거치며 현재는 용산에서 백마고지까지의 노선이 되었다고 합니다. 경원선은 용산에서 청량리까지 경의중앙선, 청량리에서 동두천까지 1호선, 동두천에서 백마고지까지 통근열차로 운행되는 독특한 노선이에요. 그중 제가 소개할 기차가 바로 경원선 통근열차랍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홀로 간이역 여행

어느 평일 오후, 저는 통근열차를 타기 위해 동두천역에 도착했습니다. 이 열차는 배차 간격이 1시간 30분이라 일찍 도착해 30여 분 간 역사와 기차 구경을 할 수 있었어요. 마침 노을이 지고 있어 감성 여행의 분위기와 딱 맞는 풍경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동두천역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열차가 들어와 있었어요. 이용객 감소로 열차 칸이 줄어들어 현재는 세 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기본적인 것만을 갖춘 소박하고 아늑한 공간이었습니다. 열차 안은 군인들과 어르신들이 주를 이루었고 대부분이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어요. 저도 잠시 하던 것을 내려놓고 창밖 노을을 보며 열차 속 분위기와 어우러졌습니다. 이 침묵이 제게는 분주한 일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답니다.


늦게 출발한 탓에 종점까지 다녀오기에는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홀로 여행인 데다 예고 없던 여행이었기에 마음 가는 곳에 내리기로 하고 한탄강역에서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한탄강역은 40여 년 동안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으로, 매우 조용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열차가 떠나자 역은 온전한 저의 공간이 되었는데요. 주위를 둘러보니 앞으로는 들과 마을이, 아래로는 강이, 위로는 노을 진 하늘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기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서 철로를 마음껏 걸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역에서 벗어나 아래로 내려가 보니 강가 근처 캠핑장이 눈에 띄었어요. 가족, 친구들과 캠핑 온 사람들이 많았어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간간이 사람들의 정겨운 소리가 들려 무섭지 않게 길을 거닐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홀로 주변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걸은 후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해보니 무려 한 시간이나 남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잠시 당황했지만 다행히 동두천역으로 가는 버스를 발견해 바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평상시 주로 동행자가 있는 여행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혼자 떠나보니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부쩍 생각이 많아져 잠시 휴식이 필요하시다면 경원선 통근열차로 훌쩍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감성을 공유하는 둘이서 간이역 여행

이번에는 친구와의 경원선 통근열차 여행을 소개하려 해요. 지난번 시간이 안 맞아 백마고지 역까지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워 친구와 함께 한 번 더 통근열차 여행을 떠났답니다. 혼자가 아닌 둘의 여행은 지난번과 닮은 듯 또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저희가 먼저 도착한 곳은 경원선의 종착역인 백마고지 역이었어요. 분단과 함께 끊겨버린 철로 옆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모두의 소망이 적혀있었습니다. 이렇듯 민족의 아픔이 담긴 장소이지만 주변은 너무나 평화로웠고,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황금빛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기차에서 내린 후 30분간 정차한 틈을 타 역사 주변을 돌아다녔는데요. 하루에 두 번 ‘안보 견학’이 진행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백마고지역 앞에서 안보견학코스 셔틀버스가 운행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시간 맞춰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다음으로는 상행선에 올라타 백마고지의 전 역인 신탄리역에 내렸답니다. 한때 통근열차가 신탄리역까지만 운행되던 적도 있었다고 해요. 신탄리역은 철길을 따라 바람개비가 있고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아기자기한 간이역이었어요. 역 곳곳의 돌탑과 벽돌로 만들어진 역 건물은 상상 속 간이역의 낭만을 채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역 밖으로 나오니 정겨운 마을길로 바로 통하여 이전의 역들에 비해 더 아늑한 정취도 들었고요. 역을 사이에 두고 친구는 마을과 들판 쪽으로, 저는 철로 끝과 고대산 방면으로 걸으며 각자 다른 길로 향했어요. 같이 온 여행이었지만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돌아다니니 혼자 온 여행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0분이 지난 후 다시 만나 서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장소를 공유하니 두 곳 모두 다녀온 듯했어요. 다음 기차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을 저녁 공기 속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습니다. 이윽고 들어온 열차를 타고 저희는 동두천역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이야말로 ‘감성 여행’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시간이었어요. 바람개비 따라, 길가에 핀 들꽃 따라 걸으니 없던 감성도 생겨나는 기분이었답니다. 경원선 통근열차 코스는 혼자서도 둘이서도 부담 없이 떠나기 좋은 곳이 많았습니다. 감성 사진 찍고 싶으신 분들, 간이역 구경과 함께 산책을 즐기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9기 이해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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