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28. 10:00
3월의 첫날, 삼일절은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서를 발표하며 일본 식민지 지배에 항거하고 한국의 독립 의사를 만방에 알린 날입니다.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애쓰신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계시지만 3월에는 안중근 의사를 기억해볼까요. 1910년 3월 26일, 지금으로부터 107년 전 안중근 의사의 사형이 집행된 날입니다.
깨끗이 죽음을 택하는 것이 이 어미의 희망이다
(안중근 의사가 투옥됐던 여순 감옥)
매년 2월 14일이 될 때마다 연인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가 아닌 역사적인 날로 기억하는 글을 보곤 합니다. 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이자 바로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이거든요. 일제에 의한 사형선고일도 중요하지만 과연 이 사형이 언제 집행되었을까요? 바로 3월 26일입니다. 사형 선고 후, 두 달도 되지 않아 신속하게 형이 집행됐어요.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
<어머님 전상서>
아들 도마 올림
불초한 자식은 감히 한 말씀을 어머님께 올리려 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자식의 막심한 불효와,
아침저녁 문안 인사 못 드림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이 이슬과도 같은 허무한 세상에서
감정에 이기지 못하시고
이 불초자를 너무나 생각해주시니
훗날 영원의 천당에서 만나 뵈올 것을 바라오며, 또 기도하옵니다.
위 글은 안중근 의사가 어머니께 보내는 마지막 글입니다.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을 간직한 아들 안중근의 모습이 엿보이죠. 판결을 앞두고,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는 아들 안중근에게 ‘앞으로 사형 판결 선고가 나거든 당당하게 죽음을 택해서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고 속히 하느님 앞으로 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는 김구가 안악사건으로 서대문 감옥에 수감 중일 때 그의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께서 ‘나는 네가 경기 감사나 한 것보다 더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과 같이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중근의 부인 김아려 여사, 아들 준생 씨와 딸 현생 씨. 출처 _ 안중근 기념관)
<분도 어머니에게 부치는 글>
장부 안도마 드림
우리들은 이 이슬과도 같은 허무한 세상에서 천주의 안배로 배필이 되고 다시 주님의 명으로 이제 헤어지게 되었으나, 또 멀지 않아 주님의 은혜로 천당 영복의 땅에서 영원에 모이려 하오.
많고 많은 말은 후일 천당에서 기쁘고 즐겁게 만나보고 상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을 믿고 또 바랄 뿐이오.
‘도마 안중근’에서 ‘도마’가 우리말로 세례명인 토마스를 뜻하는 건 알고 계신가요? 천주교 신자인 그와 그의 가족들과의 대화에서 이를 쉽게 추측할 수 있어요. 아내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유언)에서도 종교적인 관념이 짙게 나타나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짧게 만나 헤어지나 훗날 때가 되어 만나 영원을 함께하자는 소망을 보여요.
세계평화주의자, 감옥에서 쓰다
안중근 의사는 일제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독립운동가입니다. 1909년 10월 26일 의거일 이후, 1910년 2월 12일까지 총 다섯 차례의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한 국가의 독립을 위한 의병장으로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을 '살인범'으로 심리한 것에 이의를 제기했어요. 재판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이유를 묻자,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의 15가지 죄목을 말합니다.
이토 히로부미 죄상 15개조
1. 명성황후의 시해한 죄요
2. 한국 황제를 폐위시킨 죄요
3. 5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체결한 죄요
4. 무고한 한국인들을 학살한 죄요
5.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6. 철도, 광산, 산림, 천택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7.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요
8. 군대를 해산시킨 죄요
9. 교육을 방해한 죄요
10. 한국인들의 외국유학을 금지시킨 죄요
11.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 버린 죄요
12. 한국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요
13.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경쟁이 쉬지 않고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한국이 태평무사한 것처럼 위로 천황을 속인 죄요
14. 동양평화를 깨뜨린 죄요
15. 일본 천황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죄라
「안응칠 역사」중에서 기술된 15개조의 「이토 히로부미 죄상」
이 중 열네 번째 이유 ‘동양평화를 깨드린 죄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의거의 이유
내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것은 한국 독립전쟁의 한 부분이요, 또 내가 일본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전쟁에 패배하여 포로가 된 때문이다. 나는 개인 자격으로서 이 일을 행한 것이 아니요, 대한국 의군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서 행한 것이니 만국 공법에 의하여 처리하도록 하라.
안중근 의사 스스로 밝힌 의거의 이유에도 ‘동양평화’를 위해 의거를 한 것으로 돼 있어요. 여기서 동양 평화가 무엇일까요? 안중근 의사는 서양 제국주의에 맞서 한•중•일 삼국이 힘을 합쳐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대저 합하면 성공하고 흩어지면 패망한다는 것은 만고에 분명히 정해지고 있는 이치이다’라는 ‘동양평화론’의 서문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동양평화론’에서 다루고 있는 공동회의조직, 공동 은행 설립 및 공용화폐 발행, 공동 군단 창설은 훗날의 국제연합(UN), 유럽 연합(EU)과 같은 공동체를 앞서 구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의사는 위태로울지라도 기운이 구름과 같다
현재 안중근 의사의 흔적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가까운 서울역에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있어요.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아이와 함께 서울에서 가볼 만한 곳,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 남산골 한옥마을
(http://kyobolifeblog.co.kr/1333)
또 서울 효창공원에서도 안중근 의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효창공원은 지하철 6호선과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효창공원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효창공원에 있는 삼의사 묘역이에요. 조국 광복을 위해 몸 바친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를 모신 묘역으로 1946년 김구 선생의 주선으로 봉환하고 안장되었습니다. 삼의사의 묘 왼편에는 1910년 3월 26일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으면 안장하려고 마련한 빈 무덤이 있어요. 다른 무덤에는 주인을 나타내는 묘비가 세워져 있지만, 안중근 의사의 가묘에는 ‘이곳은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봉환되면 모셔질 자리로 1946년에 조성된 가묘입니다’라고 쓰인 비석만 세워져 있답니다.
삼의사 묘 아래에는 삼의사와 안중근 의사의 이름을 딴 무궁화가 있습니다. 봄이 오고 날이 따뜻해진다면 곧 파란 잎과 아름다운 꽃잎을 피워내겠지요? 그 날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수감되어 순국한 중국 대련에 있는 여순감옥)
그렇다면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1948년 남북협상회의 참석차 김구 선생이 평양에 방문했을 때 안중근 의사 묘 발굴을 제안했으나 김일성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후 중국과 국교 수립이 되는 1992년까지는 추진되지 않았습니다. 국교 수립 이후 한중, 남북 공동 현지조사가 진행되었지만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죠. 2010년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이하여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로 중국, 러시아, 북한, 일본의 협조로 조사가 진척되는듯했으나 마찬가지로 이 과업은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107년 전, 안중근 의사의 사형 집행 후 매장이 끝나자 일제는 ‘안중근 사건 관계자 위로 만찬회’라는 축하연을 열고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해요.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처음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을 느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모르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알리고, 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깨달으면서 도전 의식이 생기더라고요. 이제 곧 따뜻한 봄입니다. 꽃놀이로 나들이하면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해 안중근 의사에 대해 알아보고 더불어 효창공원에 계신 안중근 의사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10기 장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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