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3. 11:21
양귀자의 소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를 읽어보셨나요? 소설 제목인 ‘가리봉동’은 현재의 구로구 일대인데요, 양귀자의 소설을 읽고 옛 가리봉동의 모습이 궁금해 직접 다녀왔어요. 소설 속의 모습과는 달리, 오늘날은 G밸리가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구로의 옛날과 오늘날을 함께 살펴볼까요?
가리봉동에 가고 싶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는 1986년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연작 중 한편으로 도시 하층민의 정직한 노동을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목욕탕 수리를 위해 잡일을 하는 임 씨를 부르게 된 은혜네 가족. 은혜 아버지는 임 씨가 수리비를 과다하게 받아 챙길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지만 임 씨는 노임을 정확히 계산해 받고 서비스로 옥상 수리까지 해줍니다. 공사가 끝나고 은혜의 아버지는 임 씨와 술잔을 기울이는데, 임씨가 비 오는 날이면 스웨터 공장 사장에게 못 받은 연탄값 80만 원을 받으러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열심히 정직하게 살지만 여전히 어려운 삶을 사는 임 씨에게 연민을 느끼며 그를 의심했던 은혜의 아버지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술값을 계산하고 나오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나요.
(1970년대 구로공단 전경, 사진출처 | 금천구청 홈페이지)
1980년대가 배경인 소설 속의 가리봉동은 산업화로 인한 노동 집약적 산업인 섬유, 봉제 공장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임씨가 떼인 돈을 받기 위해 가는 스웨터 공장도 가리봉동에 있었는데요. 이 소설에서는 당시 가리봉동 노동자들의 힘든 삶과 한이 그려져 있어요. 소설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가리봉동, 구로의 옛 모습을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먼저 ‘서울시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을 찾았습니다.
구로의 옛모습을 마주하다,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금천 순이의 집’, 사진출처 |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공식 홈페이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금천 순이의 집’은 여공들의 열악한 생활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체험관입니다. 1970~1980년대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일부 여공들이 살던 건물을 구입해 복원 공사해 꾸진 공간으로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인 여공들의 삶과 희생을 재조명하고 이를 후대에게 알리기 위해 건립됐어요.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가리봉상회’에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추억의 먹거리와 생필품이 있는 구멍가게를 재현해 놓았습니다. 옛날 광고와 상품들이 진열된 걸 보니 마치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노동자생활체험관은 크게 쪽방 재현관, 기획전시관, 영상관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각 전시마다 설명이 있어 꼼꼼히 읽어보시면 당시 모습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영화나 드라마로만 접하던 당시의 상황을 실제로 체험해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영상관에서는 구로공단의 옛 모습과 여공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영상이 상영됐어요. 영상관에서는 관람객이 오는 대로 직원이 직접 관련 설명을 해주시고 있으니 꼭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을 둘러보니 돈 버느라, 학업 하느라 고군분투했을 여공들의 모습이 그려졌어요.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끈 여공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어요. 이렇게 몇십 년 전만 해도 ‘구로’ 하면 공장이 밀집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최근 구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답니다. 그럼 지금부터 구로의 오늘날을 살펴보러 갈까요?
G밸리가 된 구로의 오늘을 즐기다
혹시 ‘G밸리’를 하시나요? ‘G밸리’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의 별칭으로 구로와 금천의 영어 이니셜 ‘G’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밸리’를 합성해 지어진 이름이에요. G밸리에 대해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으신데 G밸리에는 다양한 문화생활 공간이 있답니다.
무중력지대
청년들을 구속하는 사회의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유공간인 '무중력지대'입니다. 여기에서는 독서, 회의, 요리, 휴식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요. 부엌에는 다양한 조리 도구가 있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잠을 잘 수 있는 공간,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한쪽에는 게임기도 있어서 단돈 100원으로 추억의 오락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답니다.
이용시간: 월~금 08:00~22:00 / 토 08:00~17:00 (일요일, 공휴일 정기휴관)
홈페이지 : youthzone.kr
금천예술공장
(사진출처 |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공간은 금천예술공장입니다. 서울시 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은 금천구 독산동의 옛 인쇄공장을 리모델링한 시각예술 전문 창작공간이에요. 창작지원 및 활성화를 위하여 예술가에게 24시간 사용 가능한 창작스튜디오를 지원해오고 있답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세계 33개국 234명(팀)의 입주 예술가를 배출시켰어요. 다양한 기획전시, 예술교육, 지역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열린 창작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휴무라 직접 들어가보진 못했는데요, 다음 번에는 꼭 방문해보고 싶은 공간이에요.
금천예술공장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자유롭게 펼치고 일반 대중들과 소통하는 공간이니 G밸리 나들이를 계획하셨다면 한번 방문해보세요. 저처럼 시간을 잘못 알고 헛걸음하지 않도록 시간을 잘 확인하고 가세요!
이용시간 : 평일 09:00~18:00 (주말 휴무)
블로그 : blog.naver.com/sas_g
이 외에 추천해드리고 싶은 G밸리의 공간들에는 무중력지대와 비슷한 공유공간이면서 문화행사가 열리기도 하는 ‘청춘삘딩’, 구로시장 ‘영프라자’, 문화살롱 및 편집샵인 구로디지털단지 ‘알음알음’이 있습니다. 과거 공장단지의 구로를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도, 소설이나 미디어를 통해서만 구로의 옛 모습을 접해봤을 요즘 세대들도 제가 소개해드린 곳을 방문해보신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라는 소설을 읽고 구로 일대를 탐방해보았는데요. 색다른 구로의 모습을 알게 되어 즐거웠고, 현재 누리고 있는 편안함이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땀과 노력으로 가능했던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소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를 읽은 후에 구로를 방문해보시는 것 어떠신가요? 언제, 누구와 방문하든지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11기 유채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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