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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테라피의 광화문 길꽃이야기 열 일곱, 겨울 기운을 잔뜩 받은 빨간 열매는 더욱 빨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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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19. 18:42

꽃이 그리운 계절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꽃이야기는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살아가는 가로수를 살펴 보았는데요. 이번 꽃이야기에서도 나무를 한 번 더 다루어 보려 합니다. 겨울에 꽃보다 더 예쁜 빨간 열매를 매달고 살아가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빨간 열매 나무 4종을 소개합니다.

 

왜 많은 열매들이 빨갛게 익어갈까요? 생물학자들은 씨앗(seed) 퍼뜨리기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은 씨앗을 옮기는 데 반드시 매개체가 필요하죠. 나무는 새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의 눈에 잘 띄려고 빨간색 열매를 맺는 것이지요. 단순히 열매 색깔만 빨갛게 해서 될 일은 아니고 또 다른 매력적인 무언가를 준비해야 합니다. 빨간색의 열매가 먹음직한 먹거리라는 걸 새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지요. 나무는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스스로 열매의 표면을 빨갛게 익히고 새의 먹이로 맛나는 과육을 만들며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으로 계획적인 유혹이지요. 나무는 동물처럼 어떤 생각이나 기억이라는 것을 갖지 못했지만 자연적으로 세대를 이어가는 생태적 계획을 이렇게 치밀하게 마련해 놓고 있으니까요. 자! 한 번 살펴볼까요?

 

첫 번째 나무는 '피라칸타'입니다

장미과(Rosaceae) 상록관목인 피라칸타는 겨울에 빨간 열매를 통해 제 멋을 맘껏 뽐내는 아이입니다. 중부지방에서는 때로 잎을 떨어뜨린 채 겨울을 나기도 합니다. 피라칸타는 고향이 중국인 재배식물(원예종)로 나뭇가지에 가득 핀 흰 꽃과 잔뜩 달린 빨간색 열매가 아름다워 조경수로 아주 인기가 좋아요. 5~6월에 잎겨드랑이에 자잘하게 흰색 또는 황백색 꽃이 모여 핍니다. 줄기에 가시가 달려 있어 울타리용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광화문광장 주변 피라칸타는 화단보다 화분에서 주로 만날 수 있어요.    

 

피라칸타는 품종이 많아요. 흔히 '피라칸다'라고도 부르는데 나무 이름을 속명 피라칸타(Pyracantha)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피라칸타라고 부르는 게 맞습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따른 국명(추천명)도 피라칸타랍니다. 


속명 피라칸타(pyracantha)의 유래는 그리스어로 '불(fire)'을 의미하는 'pur(혹은 pyr, pyro라고도 합니다)'와 '가시(thorn)'를 의미하는 'akantha'가 결합된 것으로, 확인되지 않은 식물의 이름에서 유래합니다. 피라칸타의 가장 큰 특징인 '빨간 열매'와 '줄기에 난 가시'가 속명에 속에 표현되어 들어간 것이에요. 원래 학명 기재방법인 이명법(二名法)을 최종 정리한 칼 폰 린네(Carl von Linne)가 유럽산 나무에 대하여 학명을 붙이면서 종소명으로 피라칸타(pyracanta)를 사용하였는데, 독일의 식물학자인 맥스 조셉 로머(Max Joseph Roemer, 1791-1849)가 학명을 개정하면서 속명으로 가져왔다고 합니다.



두 번째 나무는 '남천'입니다

매자나무과(Berberidaceae)로 분류되는 상록관목인 남천은 중국이 고향으로 알려져 있지만 히말라야에서 일본에 이르는 동아시아 지역이 원산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배식물(원예종)로 주로 정원이나 공원에 조경용으로 많이 심어요. 6~7월에 줄기 끝에 길이 20~30cm의 원추꽃차례를 이루며 자잘한 흰색 꽃이 달립니다. 


중국에서는 남천죽(南天竹) 또는 남천축(南天竺)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축약해서 나무이름을 남천이라고 하는 거예요. 축(竺)이라는 한자는 우리나라에서 '나라이름 축'으로 알고 있지만 '대나무 축'으로도 쓰인다고 하니 결국 같은 이름인 거죠. 영어로 남천을 'Heavenly bamboo' 또는 'Sacred bamboo'라고 부르는데 사실 대나무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줄기가 직립으로 자라는 모습이 대나무를 닮아서 붙였던 중국 이름이 영어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뿐이에요. 남천은 광화문광장 주변에 많이 심어져 있어요. 남천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나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특히 겨울에는 녹색, 붉은색, 오렌지색, 노란색 등이 섞여 있는 잎색이 독특하고 빨간 열매를 가득 달고 있어 더 아름답습니다.


남천의 학명은 난디나 도메스티카(Nandina domestica)입니다. 속명 난디나(Nandina)는 우리말로 '남천속'이라 부르는데 그 유래는 학명의 명명자인 스웨덴 식물학자인 툰베르그가 남천(南天)의 일본어 꽃이름 난텐(ナンテン)을 속명에 붙이면서 가져온 것이에요. 종소명 도메스티카(domestica)는 '재배하는'이라는 뜻으로 과일이나 재배식물(원예종)에 주로 붙이는 종소명입니다.


세 번째 나무는 '화살나무'입니다

화살나무는 노박덩굴과(Celastraceae)로 분류되는 낙엽관목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에 분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산지 숲 속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나무예요. 화살나무라는 이름은 줄기에 붙은 코르크질의 날개가 꼭 화살깃을 닮아서 붙여졌습니다. 날개는 수분을 하늘에 의존해야 하는 가로 나무의 생태환경에서 수분의 손실을 조금이나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봄에 돋아난 화살나무 잎은 금방 푸르게 무성히 자라고, 가을에는 놀랍도록 예쁜 붉은 색 얼룩무늬 단풍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도로변에 심는 조경용 나무로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광화문광장 주변에는 세종문화회관 옆 공원에 화살나무가 심어져 있답니다.


화살나무라는 이름은 1922년에 발간된 모리 타메조의 <조선식물명휘>에 '흔립나무(Hunnip-namu)'라는 이름과 함께 '화살나무(Hwasal-namu)'로 올라 있습니다. 1937년에 발간된 정태현 외 3인이 편저한 『조선식물향명집』에서도 '화살나무'로 올라가 있어요. 즉, 화살나무라는 이름은 조상들이 불러오던 이름인 거죠. 그래서 국가표준식물목록은 화살나무를 국명(추천명)으로 정했습니다. 다른 국명으로는 '홋잎나무'나 '참빗나무'라고도 부르기도 해요. 


화살나무의 꽃은 5~6월에 2년생 가지의 잎겨드랑이에 달립니다. 꽃은 황록색으로 모여 피는데, 황록색 꽃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으시죠. 사진으로 한 번 살펴 보시죠. 열매는 9~10월에 빨간색으로 익어요. 화살나무의 빨간 열매도 자세히 보면 예쁘답니다.


화살나무의 학명은 에우오니무스 알라투스(Euonymus alatus)를 씁니다. 속명 에우오니무스(Euonymus)는 우리말로 '화살나무속'이라고 부르는데요. 에우오니무스(Euonymus)는 고대 그리스어로 '좋은(good)'을 뜻하는 'eu'와 '이름(name)'을 뜻하는 'onoma'가 결합된 'euonumos'로 '행운(lucky)'을 의미합니다. 로마의 박물학자인 플리니(Pliny)가 이를 라틴어 'euonymos'로 가져왔습니다. 종소명 알라투스(alatus)는 라틴어로 '날개를 가진(winged)'이라는 의미로 화살나무 줄기에 달린 코르크질 날개를 종소명에 담은 것입니다. 



네 번째 나무는 '사철나무'입니다

사철나무도 화살나무와 함께 노박덩굴과로 분류되는 상록관목이에요. 우리나라와 일본에 분포하는 나무로 주로 바닷가 근처의 산지에서 자라는 아이입니다. 지금은 울타리나 도로변에 심는 조경용 나무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사철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은 화살나무가 살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옆 공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철나무라는 이름은 모리 타메조의 책  <조선식물명휘>에 '시옷'에 '아래아'를 쓴 '사철나무'로 올라가 있습니다. 또한 정태현 외 3인이 편저한 <조선식물향명집>에도 '사철나무'라는 이름으로 올라가 있어요. 그 뜻은 '사철 늘푸른나무'라는 말로 당연히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사철나무를 국명(추천명)으로 정했습니다. 사철나무의 다른 국명으로 '무른나무', '푸른나무' 등이 있어요. 국명 중에 '겨우사리나무'라는 이름이 있고, 한자 이름으로 동청목(冬靑木)이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둘은 같은 뜻으로 겨울에도 푸르게 살아가는 나무라는 의미입니다. 사철나무 꽃은 6~7월에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황록색 또는 황백색 꽃이 7~15개 정도가 모여서 핍니다.


사철나무의 학명은 에우오니무스 야포니쿠스(Euonymus japonicus)를 씁니다. 속명 에우오니무스(Euonymus)는 위에서 설명했듯 '화살나무속'입니다. 화살나무와 사철나무는 같은 속명을 가진 식물이기 때문에 겉보기는 얼핏 달라 보여도 주의 깊게 관찰하면 잎과 꽃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종소명 야포니쿠스(japonicus)는 '일본(산)의'라는 말이에요. 학명을 지을 때 일본에서 채집한 표본을 사용한 것이지요. 노박덩굴과 아이들은 대부분 열매가 빨갛게 익어갑니다.



오늘 꽃이야기는 광화문광장 주변의 빨간 열매를 가진 나무들을 살펴 보았습니다. 글머리에도 적었지만 꽃보다 예쁜 열매들이지요. 새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먹이기도 하고요. 겨울에 보는 빨간 열매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그린테라피는 다음 이야기에서 아직 소개하지 못한 길꽃들을 찾아서 다룰게요. 지금까지 가꿈사 사내필진 11기 송우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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