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27. 16:00
지난 1편에서는 오키나와의 역사와 운전 정보에 대해 알려드렸는데요. 이번엔 본격적으로 3박 4일의 일정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다가올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나하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30분쯤이었습니다. 공항에도 각 렌터카 업체의 지점이 있어 처음부터 렌터카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초행길에 저녁 운전은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모노레일을 타고 국제거리 인근의 숙소로 이동했어요.
단보라멘은 2002년 규수지역 라멘 총선거, 일종의 경연대회에서 1위를 한 맛집으로 일본 전역에 체인점을 두고 있는데 본점은 후쿠오카에 있습니다. 도쿄여행에서 일본 여행의 진수를 맛본 뒤, 그 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되살리고자 첫 발걸음으로 향한 것이지요.
호텔에서 조식을 먹은 후, 렌터카를 수령하기로 한 T갤러리아(T-Galleria DFS)로 향했습니다. T갤러리아는 오키나와의 명품 아울렛으로 샤넬,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명품 매장들이 모여 있는 쇼핑몰입니다. 오키나와에도 여러 쇼핑몰들이 많긴 하지만, 고급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를 수령한 후, 옛 류큐왕국의 도성인 슈리성으로 이동했어요.
슈리성은 류큐왕국의 왕이 살던 곳으로, 13세기 무렵 처음 지어진 것으로 추측되며 1543년 왕위다툼으로 한 번,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벌어진 오키나와 전투 당시 한 번 파괴되었다가 재건되었습니다. 슈리성의 정문인 슈레이몬부터 왕궁의 정전인 세이덴, 역대 왕들의 무덤인 타마우등 등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 구석구석 볼 곳이 많은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슈리성을 둘러보는 동선 곳곳에 노인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되어 친절히 안내를 해주었던 것입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있던 저는 매번 엘리베이터 앞까지 안내를 받았어요. 성 안에서도 유모차를 이용해 천천히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슈리성을 관람한 후, 2-3일차에 묵을 숙소가 있는 아메리칸 빌리지로 향했습니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1981년 반환된 미군 비행장 부지에 계획적으로 조성된 시티 리조트입니다. 무려 1,5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을 갖추고 있으며, 이온(AEON)몰이라는 대형 마트와 함께 영화관, 클럽, 이국적인 레스토랑 등의 다양한 시설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죠. 마침 저희가 갔을 때, 광장에서 어린 댄서들이 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평화롭고 차분한 도시에 힙합이 울려 퍼지니 생경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이렇게 일본이면서도, 일본 같지 않은 것이 오키나와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명한 일본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을 아시나요? 아메리칸 빌리지의 상징인 대관람차는 이 영화에 등장해 더욱 유명해졌는데요. 약 15분간 탑승하며 오키나와의 야경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또 이곳에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을 만한 트릭아트 뮤지엄, 게임센터 등이 있어요. 저희 아이도 이곳에서 포크레인도 타고, 소방차 놀이도 하면서 한참 시간을 보냈답니다. 우리나라 오락실에서는 볼 수 없는 리얼리티 넘치는 오락기기가 많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곳입니다.
저녁은 이온몰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해결했습니다. 일본은 편의점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죠? 2일차 만찬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각종 회와 초밥, 꼬치, 돈까스, 덮밥을 잔뜩 사와서 리조트에서 편하게 즐겼답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회를 실컷 먹고, 가족들과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일본에서라면 이런 만찬도 추천드릴 만합니다.
3일차는 아메리칸 빌리지가 있는 차탄에서 츄라우미 수족관까지 가는 길에 있는 관광지와 맛집을 둘러보는 코스로 동선을 짰습니다. 바쁜 여정이었기에 이른 아침부터 챙겨 길을 나서 제일 먼저 들른 곳은 ‘류큐무라 민속촌’이었어요. 류큐무라 민속촌은 온나촌에 있는 테마파크로 붉은 기와지붕의 민가, 도자기 가마, 소달구지의 힘으로 움직이는 제당시설 등 옛 오키나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입니다. 전통의상을 입고 체험을 할 수도 있고, 염색과 도예를 직접 해볼 수 있는 공방도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에요. 우리나라에도 민속촌이 많지만, 류큐무라는 관광객들의 입장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어서 상업적이라기 보다는 정성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에이샤쇼(9시, 10시, 13시, 14시)를 하는 시간에 맞춰 가시면 오키나와의 전통 민속춤 공연을 보실 수 있어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연입니다.
이 날 점심을 먹은 곳은 정말 추천해드리고 싶은 곳입니다. ‘카진호우 피자’ (Pizza in the sky’)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하늘과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식당인데요.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진 가운데 먹는 따뜻한 피자의 맛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메뉴도 피자 하나로 아주 단출하고, 피자에 뭔가 대단한 토핑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지만 기본적인 재료만으로 정말 맛있는 피자를 만드는 곳입니다. 명성답게 이곳에서도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는데, 눈부신 경치 탓에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을까? 이런 곳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주고 받았는지 모릅니다. 평소에 피자를 즐겨먹지 않으시는 저희 아버지도 아주 맛있게 식사를 하셨답니다.
마지막으로 오키나와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 곳은 츄라우미 수족관이었습니다. ‘츄라우미’가 일본어로 아름다운 바다를 뜻한다고 하네요. 츄라우미 수족관은 ‘쿠로시오 바다’라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대 규모의 수조로 유명한데, 수조 안으로 자연광이 비쳐 그 속에서 헤엄치는 고래상어의 모습을 보면 실제로 바다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얕은 여울에서 심해까지 다양한 종류의 바다생물을 볼 수 있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에요.
수족관 내부를 둘러보는 것 만으로 끝이 아닙니다. ‘오키짱쇼’ 즉, 돌고래쇼를 보지 않으면 츄라우미 수족관을 충분히 즐긴 것이 아닙니다. 여섯 마리의 돌고래와 세 명의 조련사가 펼치는 무대! 얼마나 신기하고 기특한지 20여 분의 공연을 보는 동안 60세의 할아버지부터 4세의 손주까지 모두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었답니다. 사실 오키짱쇼에 시간에 꼭 맞춰가야 되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안 봤으면 후회했을 것 같더군요. 인생에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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