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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살아볼까? 13편] 제주 여행의 새 트렌드, 다크 투어리즘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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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22. 09:56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아마 생소한 분들이 많을 텐데요. 다크 투어리즘이란 휴양이나 관광을 즐기는 일반적인 여행과 다르게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곳을 찾아가 체험해 보면서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 트렌드를 이르는 말입니다.

요즘 제주에는 다크 투어리즘을 체험하려는 여행객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이해서 제주도 곳곳에 다크 투어리즘 프로그램도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저희 가족도 얼마전 ‘4.3 역사기행’ 프로그램에 참가해 무등이왓 마을과 서귀포 알뜨르 비행장 일대를 탐방하고 왔습니다. 오늘은 제주의 역사적인 장소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영화 ‘지슬’의 배경, 무등이왓 마을

무등이왓 마을 잠복학살터

4.3 역사 기행의 첫 시작은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무등이왓 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4.3 사건의 생생한 기억을 담은 독립영화 ‘지슬’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해요. 

이번 여행은 문화해설자와 동행을 하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무등이왓 마을 탐방을 하다 보면 마을의 옛 공고판과 학교 기숙사 등 무등이왓 마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안내판과 그 빈터를 볼 수 있습니다. 물방아터, 팽나무 퐁당 등으로 불리던 곳이 이제는 최초학살터, 잠복학살터 같은 끔찍한 이름이 되었는데요. 이런 학살터는 제주 전지역에 골고루 있습니다.


무등이왓 마을 표지석부터 탐방길이 시작됩니다

동광리 5개 마을 중 가장 규모가 컸던 무등이왓 마을은 말을 키우는 국영 목장이 7개나 있어서 말총을 흔하게 구할 수 있었고, 대나무가 많아서 탕건, 망건 같은 대나무 수공예품을 생산하는 부촌이었다고 합니다.


4. 3길을 알려주는 빨강과 흰색의 리본

130 가구에 이르던 마을 사람들은 토벌대의 공격으로 모두 죽거나 마을을 떠나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사라진 마을’이 되었습니다. 

무등이왓 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나무에 묶인 붉고 흰색의 리본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이 리본은 제주도에서 조성한 ‘4.3길’ 표식입니다. 이 동광리 무등이왓 마을길은 가장 먼저 조성된 4.3길로, 지금도 사라진 초가집의 울타리를 따라 대나무가 푸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무등이왓 마을 학살터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신화역사로 58번지


전쟁 기지에서 평화의 기지가 된 알뜨르 비행장

알뜨르 비행장의 상징이 된 작품 ‘파랑새’

버스를 타고 10여분 달려 두번째로 둘러본 곳은 서귀포 대정리에 있는 알뜨르 비행장입니다. 송악산, 산방산 아래 뜰이라는 의미를 가진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일본이 중일전쟁의 전초기지로 삼은 대표적인 일제의 군사시설입니다. 원래 군용지이지만 지금은 농민들에게 땅을 임대해주어 농경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알뜨르 비행장에 들어서면 저 멀리서부터 한눈에 보일만큼 거대한 소녀상이 관람객을 맞이하는데요. 이 작품은 2017년 제주 비엔날레를 통해 설치된 조형물로, 제목은 ‘파랑새’입니다. 새를 가슴에 품은 소녀의 모습을 한 ‘파랑새’는 알뜨르 비행장을 내려다보면서 제주도 땅의 영원한 평화를 기원하는 것 같습니다.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이미지 출처: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알뜨르 비행장은 넓디 넓은 들판에 농작물만 재배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일제시대 전쟁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당시 건설된 20여 개의 격납고는 아직도 원래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부근에는 대공포 진지와 정비고, 막사로 사용한 건물의 흔적도 있습니다. 또 비행장 동북쪽에 탄약고터 역시 원형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가미가제호 조종사도 이곳 알뜨르 비행장에서 실제로 훈련을 받았다고 합니다.


일제시대 알뜨르 비행장 모습이 담긴 사진


섯알오름 예비검속 양민학살터

알뜨르 비행장 한 켠의 섯알오름 역시 4.3 역사 기행의 중요한 장소입니다. 1949년 4.3 사건이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치안국은 불법 예비검속을 단행합니다.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예비 검속자들을 잡아들인 후 약 1천명(추정)이 넘는 제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거나 바다에 수장했다고 해요. 

섯알오름 학살터는 알뜨르 비행장 내 일본군 탄약창고가 있던 곳인데요. 이 탄약 창고는 일본이 패망하면서 미군에 의해 폭파되었습니다. 그 후 큰 구덩이가 만들어졌고, 이 구덩이에서 예비검소자들의 집단 학살이 이루어졌습니다.


섯알오름 예비검속 학살터

섯알오름 분화구의 왼쪽 웅덩이에서는 62구의 유해가 발굴되었고, 물이 고인 오른쪽 구덩이에서는 140구 이상의 시신이 수습되었습니다. 물이 없는 웅덩이의 시신은 형태가 잘 보존되었지만, 물 웅덩이에서 수습한 시신의 부패가 심해서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어요. 때문에 후손들은 여기에 ‘백 명의 할아버지를 하나의 자손이 모신다’는 뜻의 ‘백조일손묘역’을 만들어 한날 한시에 돌아가신 분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섯알오름 학살자를 기리는 제단에는 놓인 고무신

이곳에서 학살당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제단에는 사진처럼 고무신이 놓여 있습니다. 끌려오면서 죽음을 직감한 이들이 고무신을 벗어 길에 던져서 자신이 어디에서 처형을 당했는지 표시를 해두었던 것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해요.


유채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제주에서 체험하는 다크 투어리즘

한겨울에도 유채꽃이 활짝 필만큼 따뜻하고 평화로운 이 서귀포 땅에서 왜 이런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절로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탐방 길입니다.


알뜨르 비행장

주소: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4.3 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는 의미의 동백꽃


제주 다크 투어리즘 프로그램 찾아보기

- 제주 4.3 평화재단(www.jeju43peace.or.kr) : 도내 학생들에게 4.3 문화해설사 동반한 역사 탐방 지원

- 제주 세계문화유산센터 제주의 다크투어(darktour.modoo.at): 2019년 3월부터 일반인 참여가능 (문의: 064-710-6707) 


지금까지 서귀포 안덕면과 대정면 일대의 다크 투어리즘 코스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이 밖에도 제주도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코스는 조천면 북촌리, 너븐숭이 4.3 기념관, 4.3 평화박물관 등 여러 코스가 있습니다. 

제주도 다크 투어리즘, 조금은 어두운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 번쯤은 꼭 체험해볼 만한 여행이 아닐까 해요.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이 여러분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 줄 테니 걱정 말고 도전해보세요! 지금까지 가꿈사 전문필진 김덕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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