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3. 10:35
✅ 에디터 PICK! 3줄 요약
✅ 책을 소리로, 책을 식물로! 텍스트의 새로운 해석 <The Sound of Page, 소리정원> 전시
✅ 내가 직접 만들어보는 나만의 소리
✅ 이어폰을 끼는 순간, 소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나만의 공간
보통 우리는 책을 ‘눈으로’ 읽습니다. 종이에 혹은 태블릿 화면에 떠 있는 텍스트를 하나하나 읽으며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 하죠. 그런데 책을 ‘소리로’ 들어보면 어떨까요?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요? 하지만 이 엉뚱한 상상을 현실로 만든 전시가 있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인 <The Sound of Page, 소리정원> 전시입니다.
<The Sound of Page, 소리정원> 전시에서는 책의 한 페이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소리를 통해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소리를 먹고 자랐다고 하는 가상의 설정에 따라 개발된 식물 형태의 인스톨레이션 ‘소리 식물’도 전시되어 있는데요. 아주 독특한 형태로 책을 새롭게 느껴보는 시간, 궁금하시다면 함께 전시회장으로 떠나보시죠!
# 책을 소리로 표현하면 어떤 느낌일까?
<The Sound of Page, 소리정원>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5가지의 식물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는 바로 책의 페이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소리를 먹고 자란, 가상의 식물들입니다. 도대체 어떤 소리를 먹고 자랐기에 이런 모습일지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가장 먼저 만나볼 식물은 ‘sealing’이라는 이름의 식물입니다. 앤 카슨 <빨강의 자서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사랑’이라는 소리를 먹고 자랐다고 하는데요. 연인의 속삭임처럼 은밀하게 번지는 바이올린 트릴, 고온의 심장 박동과 함께 진동하는 두꺼운 베이스와 페달링을 반복하는 끈적한 스웰(전자음) 등이 ‘사랑’이라는 소리를 이루고 있죠.
그래서일까요? ‘sealing’은 마치 편지 봉투의 빨갛고 끈적한 인장(sealing)처럼 빨간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shimmering’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에서 영감을 받은 ‘열망’의 소리를 먹고 자랐습니다. ‘태양’이라는 키워드답게 해바라기가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열망’이라는 소리에서는 처음 태양과 마주친 순간 들려온 선명한 이명을 닮은 고주파 신시사이저의 미분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라카미 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서 영감을 받은 ‘상실’이라는 소리. 그 소리에는 빗방울이바다에 떨어지는 순간 들리는 투명한 울림의 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상실’의 소리를 먹고 자란 ‘aqua’라는 식물은 투명한 물방울을 떠올리게 하네요.
‘silver spoon’은 희망이 담긴 페이지들에서 태어난 소리식물입니다. 에밀리 디킨슨 <희망은 날개 달린 것>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희망’의 소리에는 티스푼이 잔에 닿는 청량한 소리와 가볍고 부드러운 비둘기의 날갯짓 소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자연’의 소리를 먹고 자란 ‘flock’입니다. ‘모이다’라는 뜻의 ‘flock’처럼 마치 양 떼가 모여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요. 호프 자런 <랩 걸>에서 영감을 받아, 양 떼들이 도돌이표로 연주된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 내가 만든 나만의 소리,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싶으신가요?
책 속의 페이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5가지 테마의 소리들은 각각 ‘소리원료’를 사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이를 테면 <클라라와 태양>에서 영감을 받은 ‘열망’이라는 소리에는 ‘이명’, ‘플래쉬’, ‘아이들 소리’라는 원료가 사용되었죠.
소리 제작에 사용된 소리 원료들을 이용해 나만의 소리를 만들어보는 공간도 이번 <The Sound of Page, 소리정원> 전시회장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소리로 어떤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으신가요? 혹은 좋아하는 책 속 문장을 소리로 표현해 본다면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 공간에서는 ‘심장박동’, ‘에코’, ‘티스푼’, ‘깃털’ 등 이번 전시에 사용된 소리 원료들을 직접 들어볼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원료가 있다면 선택해 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다양한 소리 원료들을 레이어링 해 나만의 소리를 만들 수 있죠.
뿐만 아니라 소리를 먹고 자란 가상의 식물들을 만든 식물 표본도 전시회장 한쪽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었다면 이곳에서 그 소리를 먹고 자랄 식물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전시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네요!
# 소음공해로부터의 도피, 사운드룸
책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The Sound of Page, 소리정원> 전시회. 이번 전시는 ‘2024 아트코리아랩 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 지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운드 디자인 그룹 ‘사운드울프’와 교보문고가 주최 및 주관한 전시입니다.
사운드울프는 작곡과 연극 연출을 베이스로 하는 사운드 아티스트와 극작가, 그래픽 디자이너 등 다양한 예술가들로 이루어진 아티스트 브랜드인데요. 특히 현대인들의 휴식과 몰입을 도와주는 건강한 소리 환경을 탐구하고 서비스하는 예술 기업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사운드울프는 현재 휴식에 특화된 앰비언트 노이즈 앱 ‘룸 ROOM’을 개발 중인데요. 이 앱을 시현해 볼 수 있는 공간도 이번 전시회장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룸 ROOM’에는 ‘사운드룸’이라는 곳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무드의 소리를 통해 관람객이 원하는 소리 환경을 제공해 주는데요. 원하는 룸을 고르고, 시간을 설정하면 편리하게 내가 원하는 소리 환경으로 주변을 바꿀 수 있습니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공해로부터 받았던 스트레스, 각종 산만한 소리들로 지쳤던 분들이라면 잠시 이 공간에서 그것들로부터 도망쳐 힐링의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소리로 텍스트를 느껴보았던 <The Sound of Page, 소리정원> 전시. 전시의 마무리는 다시 텍스트로 돌아갑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느꼈던 감정들, 혹은 자신이 소리로 상상해 보았던 책 속 문장들을 직접 적어보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다양한 감각, 즉 청각과 시각을 통해 텍스트를 새롭게 느껴보았던 만큼 글씨를 쓰는 행동이 이전과는 또 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소개해드린 다섯 가지 테마, 사랑-열망-상실-희망-자연의 소리가 궁금하시다면 지금 바로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교보아트스페이스를 방문해 보세요.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 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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