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11. 18:35
|건강 Talk|
나이가 들면 '생체 시계'를 관장하는 뇌의 시상하부가 노화돼 제대로 잠들기가 힘들어집니다. 시상하부가 늙으면 수면 각성 리듬이 어긋나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뇌가 깨고, 깨어 있어야 할 때 뇌가 잠들려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보약보다 중요한 잠, 꿀맛 같은 잠을 자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사람의 수면 리듬은 오후 11시에 잠이 들어 다음날 7시 정도에 일어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규칙적인 수면 패턴에 어그러지면서 수면 리듬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보통 새벽1~2시까지 잠들기 힘들고 아침 7~8시에 일어나기 힘든 '지연성 수면위상증후군'과 저녁 7~8시부터 잠이 쏟아져 새벽 3~4시에 잠이 깨서 다시 잠을 못 자는 '전진성 수면위상증후군'등이 대표적인 수면 리듬 장애입니다.
수면 리듬 장애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정해 일정한 시간 동안 잡니다. 우리 몸은 생체리듬이 있어 규칙적인 수면 환경에 적응하게 됩니다. 이때 불규칙한 낮잠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체리듬을 방해해 수면을 힘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간단한 운동으로 몸을 이완시킵니다. 자기 전 하는 운동은 몸의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만들어 수면을 유도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운동은 몸을 피로하게 해 수면을 방해가 됩니다. 명상, 요가, 스트레칭 등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이 좋습니다.
셋째, 몸을 따뜻하게 합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잠이 잘옵니다. 취침 전 따뜻한 물에 목욕이나 족욕을 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따뜻한 우유를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우유는 뇌를 진정시키는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이 풍부해 숙면을 돕습니다.
한편,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학교에서 졸면서 짜증이 늘었다면 수면 박탈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수면 박탈은 대부분 개학 후 많습니다. 방학 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수면 습관 때문입니다. 주말에 푹 자게 한 뒤 졸음과 짜증이 사라지면 수면 박탈이고, 푹 잔 뒤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수면 박탈이 아니라 적응장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면 박탈인 경우, 일단 일찍 자게 해서 수면 시간을 충분히 늘려 줍니다. 졸거나 짜증을 내는 증상이 사라지면 취침 시각을 전날 밤과 30분 이상 차이 나지 않게 조금씩 늦춰가면서 적정한 수면 시간을 찾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주말이라고 늦잠을 자면 수면 리듬이 깨져 다시 수면 박탈 증상이 나타나므로 주말에도 수면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낮에 잠깐 자면 피로가 풀리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향상돼 일의 능률이 올라간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면,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이 안 와서 다음날 컨디션을 망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낮잠이 도움이 될까, 해가될까요?
결론적으로 낮잠을 자도 밤에 잠드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은 오후에 피곤할 때 낮잠을 자면 실제로 업무 능률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낮잠이 밤잠에 영향을 미치면 낮에 졸려도 참아야 합니다. 보통 불면증이 있거나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낮잠을 삼가야 합니다. 이들은 한번 낮잠을 자면 밤에 잠들기 힘들고 다시 낮잠이 필요한 악순환이 반복되므로, 낮에 졸려도 버텨야 하죠.
그렇다면 낮잠은 얼마나 자야 좋을까요? 낮잠을 회사 휴게실이나 사우나 수면실에서 '제대로 드러누워' 자면 밤잠에 영향을 줍니다.
잠을 자게 만드는 수면 유도 물질(아데노신 등)은 낮 시간대에 활동을 하지 않으면 잘 분비되지 않아 '진짜로' 자야 하는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낮잠은 잠깐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다는 생각으로 잠이 드는 것이 좋습니다. 낮잠은 오후 3시 이전에 자야 하며, 30분을 넘기면 좋지 않습니다. 낮잠을 너무 깊이 자면 오후에 오히려 몸이 나른하고 활력이 떨어집니다.
숙면을 위해서는 최대한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숙면을 유도하는 환경에 대해 알아볼까요?
◎차광 커튼 : 최근 호텔처럼 외부의 빛을 100% 차단하는 커튼을 설치하는 집이 많습니다. 희미한 빛도 시신경을 자극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므로 이런 커튼은 숙면에 좋습니다. 하지만 외부 빛이 완전히 차단되면 아침 햇살도 받지 못하므로 뇌가 아침이 왔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해 잠에서 깨기가 힘들어 집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수면 리듬이 깨집니다. 따라서 불면증 환자가 아닌 보통 사람은 굳이 이런 커튼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베개 : 편안한 자세에서 등과 머리 사이의 틈을 메워주는 베개가 이상적입니다. 또 옆으로 누웠을 경우에는 경추가수평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등에서 목까지의 높이(보통 6~8cm 정도 더 높은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베개의 가로 길이는 어깨까지 받쳐줄 수 있는 50cm 이상이면 적당합니다. 너무 딱딱하거나 너무 푹신한 소재로 만든 베개는 피합니다. 목의 커브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해 고개가 뒤로 쳐지거나 앞으로 숙여져 원활한 호흡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TV 시청 : TV에서 나오는 빛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잠드는 것을 방해하며, 잠이 들어도 대뇌가 각성돼 깊은 잠에 빠지기 힘듭니다. TV 시청으로 인한 각성은 1시간 정도 지속되므로 잠자기 1시간 전부터는 TV를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작은 볼륨으로 틀어 놓고 시집, 수필집 등을 읽으면 심신이 이완돼 수면에 도움이 됩니다.
◎흡연 : 니코틴은 뇌를 각성시켜 수면을 방해하며,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는 혈액 내 산소 농도를 떨어뜨려 잠의 질을 저하시킵니다.
◎아로마 요법 : 라벤더 · 카모마일 · 마조람 · 네롤리 향 등을 이용한 아로마 요법은 근육을 이완하고 신경을 안정시켜서 잠을 잘 자게 도와줍니다. 아로마 오일을 손수건이나 휴지에 2~3방울 정도 묻혀 머리맡에 두면 됩니다. 양파를 까거나 마늘을 다져 머리맡에 놓고 자도 신경이 안정돼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저녁은 과일과 채소를 포함한 샐러드류와 닭고기와 생선, 콩 등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을 곁들이도록 합니다. 신선한 샐러드류는 소화가 잘 되고 단백질은 밤 동안 허기를 막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구체적인 영양소를 살펴보면 칼슘, 마그네슘, 철, 트립토판과 같은 영양소는 기분을 좋게 해주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도록 합니다. 특히 칼슘은 수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활을 하는 무기질입니다. 마그네슘, 철 등은 수면 중 다리 움직임을 편안하게 하고, 개운한 수면에 도움을 줍니다. 칼슘은 모든 종류의 유제품 및 뼈째 먹는 식품 그리고 일부 푸른색 채소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평상시 꾸준히 섭취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철은 간, 달걀, 선지, 고기, 생선, 아보카도, 아몬드에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고 마그네슘은 고기, 생선 해산물에 가득합니다. 마지막으로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은 잠들게 하는 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 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원료가 된다. 따뜻한 우유, 쇠고기, 돼지 고기 참치 등을 섭취하면 트립토판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습니다.
Plus Tips 미국 수면학회가 권하는 수면 원칙 9가지 |
우선 당분이 많은 음식입니다. 잠자기 바로 전에 당분이 많이 포함된 간식을 먹으면 혈당의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이에 따라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평소보다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 머리가 혼미해 지거나 피곤함을 쉬이 느끼게 됩니다.
이는 수면 리듬에 혼란을 주므로 잠자기 전 단 음식을 섭취하지 않도록 합니다. 또 흰 빵은 되도록 피하도록 합시다.
이유는 백설탕과 밀가루로 만들었기 때문에 영양학적인 가치도 떨어질뿐더러 과도한 당분이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되도록 다양한 곡류가 포함된 빵을 먹는 것을 권장합니다.
알코올도 피해야 합니다.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면 밤중에 더 자주 깨고 코를 많이 골게 됩니다.
알코올 자체가 진정제이기 때문에 음주 후 첫 3시간은 깊은 잠을 자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지만, 3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주 깨고, 깊은 수면이 어렵게 됩니다. 커피는 각성 작용을 일으키므로 적어도 잠들기 6시간 전에는 마시지 않도록 합니다.
카페인은 우리 몸 안에 짧게는 12시간에서 24시간 동안 체내에 머무는 강력한 흥분제입니다. 따라서 카페인이 든 커피를 마셨을 때 잠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밤중에 자주 깨며 총 수면 시간이 감소하게 합니다.
카페인은 배설되어 성분이 빠져나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적어도 잠자리에 들기 6시간 전에는 카페인을 삼가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커피를 마셔도 수면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커피 한 모금에도 잠을 못 이루기도 합니다. 이는 사람마다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불면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카페인에 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커피를 마시는 것을 아예 삼가야 합니다.
수면장애 극복법
그렇다면 커피만 피하면 잠자는데 무리가 없을까요? 카페인은 커피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먼저 '커피'라는 이름이 붙은 제품에는 거의 모두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심지어 '디카페인 커피(2~4m㎎/100㎖ · 이하 같음)' 에도 카페인이 약간 들어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커피에서 카페인을 97% 제거하면 디카페인 커피로 인정합니다.
캔커피 54.4㎎, 커피우유 45.2㎎, 커피아이스크림 20.4㎎, 커피맛 요거트 36㎎, 커피껌 32.04㎎/1통의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차는 카페인이 있는 것과 없는 종류가 있습니다. 녹차(25~50㎎)와 홍차(20~60㎎)에는 거의 인스턴트 커피(60㎎)만큼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차에는 카페인 흡수를 저해하는 탄닌 성분도 들어 있기 때문에 같은 양의 카페인을 마시더라도 체내에 흡수되는 양은 커피보다 적습니다.
우롱차(20~60㎎)와 코코아(6~7㎎)에도 카페인이 있습니다. 반면 페퍼민트, 로즈마리, 캐모마일, 쟈스민 등의 허브차에는 카페인이 없습니다. 연잎차 둥글레차, 유자차, 오미자차 등 전통차에도 카페인이 없습니다.
탄산음료 중 코카콜라(13.7㎎), 펩시콜라(12.9㎎), 마운틴듀(21㎎) 등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지만 사이다와 환타에는 카페인이 없습니다. 박카스(30㎎/1병)에는 카페인이 있지만, 비타민C 드링크류는 카페인이 없습니다.카페인은 의약품에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진통제, 감기약, 피로회복제 등을 한알 복용하면 대략 30㎎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됩니다.
글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도움말 |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한진연 서울 수면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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