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4. 16:00
1990년대 처음 우리의 마음을 울린 광화문글판은 이후 더욱 감성 가득한 글귀들로 도전과 용기, 따뜻한 위로, 희망과 사랑 등의 훈훈하고 촉촉한 메시지로 감동을 전했는데요. 그렇다면 2000년, 그때 그 시절 어떤 광화문글판이 걸렸었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보아요!
△ 2000년 5월 ~ 8월 , 고은 <길>
길은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숨막히며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역사이다
역사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부터
미래의 험악으로부터
내가 가는 현재 전체와
그 뒤의 마지까지
그 뒤의 어둠까지이다
어둠이란
빛의 결핍일 뿐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다
그리하여
길을 만들며 간다
길이 있다
길이 있다
수많은 내일이
오납겨하게 오고 있는 길이 있다
△ 2000년 9월 ~ 11월, 불교경전<아함경> 발췌 인용
△ 2000년 12월 ~ 2001년 3월 김용택 <사람들은 왜 모를까> & 이철수 판화집 발췌 인용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은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희 이미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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