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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대상 - 고요한 나라에서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첫 마디를 떼자마자, 언제나 돌아오는 되물음. 내가 외국인이냐 하면, 아니다. 외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나는 봄이면 새싹 돋아나고, 여름이면 녹음 우거지고, 가을이면 단풍 물들고, 겨울이면 눈꽃 피어나는 이 대지 위에서 태어났고, 자라 왔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아주 긴 대답을 해 보려 한다. 내가 온 나라에 대해. 언제부터였을까, 소리의 색이 옅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 태어날 때부터가 아닐까 싶다. 희미하기만 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그림 같기만 하다. 장면만이 스치듯 떠오를 뿐, 그 장면에 삽입되어야 할 소리 같은 것들은 모두 빠져 있어서, 그래서 그림 같은 기억들. 너는 잘 안 들려서 좋겠다, 라는 말을 참 많이도..
2019.05.24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9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대상 - 고요한 나라에서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첫 마디를 떼자마자, 언제나 돌아오는 되물음. 내가 외국인이냐 하면, 아니다. 외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나는 봄이면 새싹 돋아나고, 여름이면 녹음 우거지고, 가을이면 단풍 물들고, 겨울이면 눈꽃 피어나는 이 대지 위에서 태어났고, 자라 왔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아주 긴 대답을 해 보려 한다. 내가 온 나라에 대해. 언제부터였을까, 소리의 색이 옅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 태어날 때부터가 아닐까 싶다. 희미하기만 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그림 같기만 하다. 장면만이 스치듯 떠오를 뿐, 그 장면에 삽입되어야 할 소리 같은 것들은 모두 빠져 있어서, 그래서 그림 같은 기억들. 너는 잘 안 들려서 좋겠다, 라는 말을 참 많이도..
2019.05.24
2019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최우수상 - 카운터 펀쳐
쏟아는 주먹에 가드를 굳건히 올려 보지만 역부족이다. 턱을 당겨 고개를 숙이고 커다란 글러브로 얼굴을 최대한 가려 보지만 여유로운 상대방은 내 빈틈을 찾아 펀치를 꽂아 넣는다.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한 지는 한참이나 된 것 같지만 공은 울릴 생각도 없어 보인다. 나는 맞기만 하는데도 힘들어 쓰러질 것 같은데 계속해서 팔을 휘두르는 저 사람은 어떻게 지치지도 않는 것인가. “맞고 있지만 말고 팔을 뻗어! 상체를 계속 움직여!” 링 밖에 서 있는 관장님이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신다. 그게 내 생각대로 되나. 이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링 위에서는 너무나 고독하다. 한 대 한 대 맞을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은 링 밖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이 위기는 결국 나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
2019.05.24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9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최우수상 - 카운터 펀쳐
쏟아는 주먹에 가드를 굳건히 올려 보지만 역부족이다. 턱을 당겨 고개를 숙이고 커다란 글러브로 얼굴을 최대한 가려 보지만 여유로운 상대방은 내 빈틈을 찾아 펀치를 꽂아 넣는다.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한 지는 한참이나 된 것 같지만 공은 울릴 생각도 없어 보인다. 나는 맞기만 하는데도 힘들어 쓰러질 것 같은데 계속해서 팔을 휘두르는 저 사람은 어떻게 지치지도 않는 것인가. “맞고 있지만 말고 팔을 뻗어! 상체를 계속 움직여!” 링 밖에 서 있는 관장님이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신다. 그게 내 생각대로 되나. 이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링 위에서는 너무나 고독하다. 한 대 한 대 맞을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은 링 밖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이 위기는 결국 나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
2019.05.24
2019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이어폰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늘 이어폰을 넣어두던 코트 왼쪽 주머니가 허전하다는 걸 깨달은 것은, 터미널에서부터 시작한 발걸음이 경주 시내를 지나 대릉원에 다다를 무렵이었다. 걸어서 20분. 평소라면 이어폰을 끼고 흥얼거리며 왔을 거리이지만, 그날은 유독 그러지 않았다. 그럴 기분이 아니었고, 추적추적 비가 왔으니까. 우산을 쓰기도, 안 쓰기도 애매한 그런 비가. 그렇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우산은 없었다. 4년. 20대의 절반을 이어 온 대학 생활은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끝으로 내몰릴수록 스스로 선택해야 할 것은 늘어만 갔다. 나에겐 좋은 선택을 내릴 자신이 없었다. 좋은 선택을 내리는 방법을 몰랐고, 무엇보다, 난 너무 지쳐 있었다.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시린 겨울 뒤에, ..
2019.05.22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9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이어폰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늘 이어폰을 넣어두던 코트 왼쪽 주머니가 허전하다는 걸 깨달은 것은, 터미널에서부터 시작한 발걸음이 경주 시내를 지나 대릉원에 다다를 무렵이었다. 걸어서 20분. 평소라면 이어폰을 끼고 흥얼거리며 왔을 거리이지만, 그날은 유독 그러지 않았다. 그럴 기분이 아니었고, 추적추적 비가 왔으니까. 우산을 쓰기도, 안 쓰기도 애매한 그런 비가. 그렇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우산은 없었다. 4년. 20대의 절반을 이어 온 대학 생활은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끝으로 내몰릴수록 스스로 선택해야 할 것은 늘어만 갔다. 나에겐 좋은 선택을 내릴 자신이 없었다. 좋은 선택을 내리는 방법을 몰랐고, 무엇보다, 난 너무 지쳐 있었다.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시린 겨울 뒤에, ..
2019.05.22
명강의 BIG 10, 강원국의 ‘말과 글로 행복하게 살기’
자기표현 시대에 자기 생각을 쓰고 말하는 능력은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점점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명강의 BIG 10에서는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인 강원국 작가를 모셔 ‘말과 글로 행복하게 살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어요. 글쓰기와 행복에 관한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대통령의 글쓰기 명강의 BIG 10강연은 5월 27일 오후 2시,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교보컨벤션홀에서 진행됐어요. 강원국 작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다른 강연과는 달리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습니다. 먼저 강원국 작가는 본인이 어떻게 대통령 연설을 쓰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셨는데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되면서 연설문 작성을 돕다 그 인연으로..
2017.06.13 by 교보생명
라이프
명강의 BIG 10, 강원국의 ‘말과 글로 행복하게 살기’
자기표현 시대에 자기 생각을 쓰고 말하는 능력은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점점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명강의 BIG 10에서는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인 강원국 작가를 모셔 ‘말과 글로 행복하게 살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어요. 글쓰기와 행복에 관한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대통령의 글쓰기 명강의 BIG 10강연은 5월 27일 오후 2시,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교보컨벤션홀에서 진행됐어요. 강원국 작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다른 강연과는 달리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습니다. 먼저 강원국 작가는 본인이 어떻게 대통령 연설을 쓰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셨는데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되면서 연설문 작성을 돕다 그 인연으로..
2017.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