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3. 11:33
l 베트남 자원봉사ㅣ
아일랜드 속담 중에 ‘선한 행동은 미루지 마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번 베트남 자원봉사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속담을 떠올리며 망설임 없이 지원했고, 덕분에 운 좋게 선발될 수 있었답니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봤지만, 해외 봉사활동은 처음이어서 여러모로 기대가 많이 됐어요.
몇 년 전, 아주 무더웠던 8월 한여름에 전라북도 군산에서 해비타트(habitat) 봉사활동을 했었는데요, 이번 베트남 자원봉사도 그때처럼 무더운 건 마찬가지겠지만, 개인적으로 첫 동남아 방문이기도 하고, 그때와는 또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답니다.
아무래도 국내 해비타트보다 훨씬 더 어려움이 많겠죠? 그래도 새로운 경험이고, 힘든 만큼 보람도 클 것이라 믿었답니다. 그럼 제 인생에 있어 큰 행운이자 전환점이 된 4박 5일간의 베트남 자원봉사 여정기 속으로 출발해 볼까요?
베트남으로 출국하던 첫날! 월요일 아침 8시 20분 비행기라서 무려 6시 20분까지 인천국제공항에 집합해야 했는데요, 출근할 때보다 몇 시간이나 더 일찍 일어나서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가야 했지만, 발걸음만큼은 아주 가벼웠답니다.
약 5시간가량의 비행 끝에 도착한 호찌민 공항. 밖으로 나가자마자 느껴지는 고온다습한 공기 덕분에 입고 갔던 긴소매 차림의 옷이 무색해졌답니다. '아, 여기가 정말 베트남이구나!'하는 실감이 났어요.
공항을 벗어나니 정오쯤이 되어 곧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답니다. 베트남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먹은 식사는 현지식 쌀국수였는데요, 평소에도 쌀국수를 좋아하긴 했지만, 현지에서 먹으니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어요.
먹는 방식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분명 현지식인데도 제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답니다. 베트남에서 음식도 잘 먹고, 특히 베트남 전통모자인 농을 쓴 모습을 본 주변 지인들이 베트남 현지인 다됐다는 말을 많이들 했었는데요, 호찌민에 도착해 처음 쌀국수를 먹었던 이 순간부터 베트남 처녀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네요.
쌀국수로 배를 채우고 난 후 번째성으로 이동했는데요, 호찌민을 빠져나오기 전까지 말로만 듣던 오토바이 부대를 실컷 구경했답니다. 베트남은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이기 때문인데요, 그만큼 매연이 심해서 마스크를 쓴 운전자가 많았어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오토바이를 능숙하게 타고 다니는 모습이 우거진 열대나무들만큼이나 이국적으로 느껴졌답니다.
하지만 점점 시골로 들어갈수록 오토바이의 수는 줄어들었고, 자전거가 눈에 더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요, 도로가 좁아지고 낡은 건물들이 간헐적으로 세워져 있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시골보다도 열악해 보였어요.
그렇게 버스로 2시간을 넘게 달려서 번째성 숙소에 도착했어요. 무더운 열대 기후로 인해 지쳐있던 봉사단원들이 여장을 풀고 휴식을 취한 것도 잠시,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찾아왔답니다.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는 번째성 지역사회의 인사들이 찾아와 환영해주셨는데요, 번째성에 와서 집을 지어주고, 빈칸동 초등학교에 자전거를 기증하는 등의 봉사활동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셨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는데요, 봉사자들은 서약서를 작성하고 작년 봉사단의 활동 영상을 보면서 각오를 다졌답니다. 그리고 3개 조로 나뉘어 다음 날 있을 학교 자원봉사 준비를 했는데요, 팥빙수와 팝콘을 만드는 조, 솜사탕을 만드는 조, 라바 비디오를 시청하는 조로 나뉘어 각각의 활동에 필요한 기계 다루는 법을 익히고, 만든 음식을 맛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이렇게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첫째 날의 일정은 긴긴 이동 끝에 오리엔테이션 및 봉사활동 준비까지 마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마무리됐어요! 무척 피곤하기도 했지만, 다음 날 귀여운 베트남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잠을 청했어요.
둘째 날 아침부터는 베트남에서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는데요, 번째성의 빈칸동 초등학교에 찾아가 아이들과 체험놀이 및 미술교육을 진행하고, 자전거와 DVD 등의 전달식을 가졌답니다.
빈칸동 초등학교까지 가는 길은 무척이나 험난했어요. 오전 7시 반에 숙소에서 출발해 버스로 40여 분을 달렸고, 메콩강 지류를 건너야 해서 모터가 달린 같은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 거기서 또 더 걸어 들어가야 했답니다. 낙후 농촌으로 알려진 번째성에 있는 학교와 학생들을 어서 빨리 만나보고 싶었어요.
배에 짐을 싣고 강을 건너갔을 때는 강 건너편에 아이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는데요, 우리 봉사자들에게 환한 웃음을 보이며 반갑게 맞이해줘서 기분이 정말 좋았답니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마치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난 듯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면서 봉사자들을 학교로 인도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학교에 도착해 우선 120명의 아이들을 20명씩 여섯 그룹으로 나누었는데요, 전날 밤에 준비한 활동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였어요.
세 개의 조로 나뉜 봉사자들은 여섯 개의 그룹으로 나뉜 아이들을 대상으로 체험놀이를 진행했는데요, 투호와 비누방울 불기, 라바 DVD 시청 외에 간식거리로 준비한 솜사탕, 팝콘, 팥빙수를 만들어주는 활동은 그룹별 로테이션 형식으로 이루어졌답니다.
저는 팥빙수 만들기를 담당했는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활동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울 만큼 바빴답니다. 아이들이 팥빙수 만드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빨리 먹고 싶어서 지켜보는데 손이 쉴 수가 없었거든요. 그룹별로 준비한 순서가 밀리지 않게 봉사자들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했어요.
특히 팥빙수를 만들 때 얼음을 갈아주셨던 분께서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는데요, 나중에 너무 힘들었다는 후일담을 나누기도 했답니다. 빈칸동 초등학교에서의 오전 시간은 이렇게 정신 없이 바쁘게 훌쩍 지나가 버렸어요.
점심은 학교 근처에 있는 선생님 댁에 초대를 받아 만찬을 즐겼어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 손님맞이를 성대하게 하는지 소위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많은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답니다. 베트남 특유의 쌀밥, 메콩강에서 잡은 것으로 보이는 생선, 새우조림, 한국의 보쌈과 비슷해 보이는 돼지고기 수육 등 재료 자체는 특별하지 않았지만, 음식을 차려준 분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식단이었어요.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학교로 돌아가 미술교육을 진행했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라바, 도널드 덕, 도라에몽 등의 캐릭터로 색칠공부도 하고, 바람개비도 만들었는데요, 어린 학생들이 혼자 바람개비 만들기를 어려워하면 옆에서 봉사자들이 도와주기도 했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수수깡과 색종이를 만질 일이 거의 없었는데 베트남 아이들과 함께하니 옛추억도 되살아나고 정말 즐거웠어요. 봉사자들은 미술교육 시간에 기억에 남는 아이들과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요, 저도 예쁜 소녀와 사진 한 장을 남겨왔답니다.
미술교육이 끝난 후에는 TV, DVD, 자전거 전달식이 이루어졌는데요, 아이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은색 자전거를 보고 좋아서 어찌할 줄 몰랐답니다. 통학 거리가 먼 빈칸동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자전거는 꼭 필요한 이동수단이라네요!
제 덩치보다 큰 두발자전거를 아이들은 씽씽 잘도 탔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나라의 아이들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웃음이 나기도 했어요.
자전거 전달식을 마지막으로 학교 봉사활동은 끝이 났는데요,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답니다. 갑자기 낯선 곳에서 바깥 활동을 많이 했던 탓인지,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모두 깊은 단잠에 빠졌어요.
셋째 날 역시 이른 아침부터 일정이 시작되었답니다. 전날의 학교 봉사활동으로 피로가 쌓여있었지만, 베트남이 한국보다 2시간 느린 덕에 다행히 눈은 일찍 떠졌어요. 셋째 날은 사랑의 집짓기를 하는 날이어서 아침도 든든히 먹고, 가벼운 산책도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다졌답니다.
봉사자들은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로 각 1채씩 총 두 채의 집을 짓는 것이 목표였는데요, 집을 짓는 위치가 서로 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조 봉사자들과는 오전 9시경부터 각 조의 작업위치로 흩어졌답니다.
제가 속해 있던 2조는 4인 가족이 살 집을 짓게 됐는데요, 젊은 부부와 어린 아들 두 명이 살게 될 예정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두 형제 중 형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전날 만났던 빈칸동 초등학교 학생이었답니다. 전날 기증한 자전거도 보이고, 아는 아이의 집을 짓는다는 생각을 하니 의욕이 더욱 배가됐어요.
남자 봉사자들이 시멘트와 모레를 개는 동안, 여자 봉사자들은 주로 벽돌을 쌓는 공정에 참여했는데요, 초반에는 베트남 현지 노동자들께서 줄을 맞추어 벽돌 쌓는 법을 알려주셨답니다. 봉사자들의 서툰 솜씨에도 친절하고 꼼꼼하게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시멘트의 농도를 조절하면서 줄에 맞추어 벽돌을 쌓는 작업은 생각보다 기술력이 필요했는데요, 무더운 날씨에 숨이 차고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집 주인분께서 마련해주신 코코넛을 마시며 힘을 냈답니다. 여러 봉사자들과 협력하다 보니 나중에는 작업이 손에 익고, 작업속도도 빨라져서 자신감이 붙었는데요, 텅 비어있던 양쪽 벽면을 반 정도씩 쌓고 나서 점심시간이 찾아왔어요.
이날도 역시 현지 주민께서 성대한 상차림으로 저희를 대접해 주셨는데요, 땀 흘려 일하고 난 뒤의 밥맛은 정말 꿀맛이었답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고추장, 파래김, 고추참치까지 뜯어서 모두들 두 공기씩 뚝딱 비워버렸어요.
오후에도 벽돌을 쌓는 작업이 계속됐는데요, 벽 중간에 창을 내야 한다고 하셔서 좀 더 정교한 작업이 이루어졌답니다. 어린 두 아들은 집 주변과 봉사자들 사이를 서성이며 벽돌을 건네주기도 했는데요,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 가족이 살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벽돌을 쌓아 올렸어요.
오후 4시 반 경에는 현판식 및 사랑의 집 전달식을 가졌는데요, 마을 관리들과 이웃들이 모두 함께 축하해주는 가운데, 저희가 지은 집에 살게 될 가족들은 행복해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답니다. 봉사자들 역시 행복한 마음과 뿌듯함이 가슴 가득 차올랐어요.
그렇게 저희 2조의 사랑의 집 전달식을 마치고, 1조가 일하고 있는 마을로 이동했는데요, 1조 봉사자들은 훨씬 힘든 작업으로 몹시 지쳐있었어요. 벽돌을 쌓는 작업 외에도 집 터전을 만드느라 땅을 골라야 해서 엄청나게 많은 삽질을 했다고 해요. 물집이 잡힌 손바닥과, 찢어진 운동화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증명해주고 있었답니다.
1조에서도 사랑의 집 전달식을 마치고, 봉사자들은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합창했는데요, 가족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니 코끝이 찡해지면서 하루 동안의 고생이 씻겨 내려가는 듯 했답니다.
베트남에서의 셋째 날 있었던 사랑의 집 짓기는 가장 힘든 일정이었던 반면, 가장 보람을 느낀 경험이기도 했는데요, 비록 단 하루 동안의 봉사활동으로 많은 도움을 드리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 집에 언제까지나 사랑과 행복이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기원했답니다.
베트남에서의 넷째 날은 번째성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기도 했는데요, 오전에 종묘센터를 방문하고 오후에 호찌민시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답니다. 교보생명과 글로벌비전은 번째성 빈곤가정에 종묘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쌀보다 수익성이 높은 야자수와 자몽 등 경제작물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해요.
야자수를 가까이에서 보고, 열매를 직접 따보기도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며 코코넛, 파파야, 자몽 등의 열대과일도 실컷 맛보았어요. 농장의 규모가 상당했는데요, 교보생명에서 이렇게 의미 있는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회사가 자랑스러워졌답니다.
그렇게 종묘센터를 둘러보고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호찌민시로 이동했는데요, 호찌민은 수백 대의 오토바이가 길거리를 메우고 있었고, 장사하는 사람도 정말 많아 그야말로 역동성이 넘치는 모습이었답니다.
스타벅스 등의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도 눈에 띄고, 웬만한 브랜드는 다 입점되어 있는 백화점도 있었는데요, 번째성과는 확연하게 다른 풍경을 보면서 베트남도 지역 발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느껴져 안타까웠어요.
저녁에는 평가회가 열렸는데요, 4일간의 활동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감상하고, 첫날 저녁에 가졌던 오리엔테이션 때와 같이 개별로 소감을 발표했답니다. 모두들 진지한 소감을 나누며 베트남의 발전을 희망했어요.
평가회를 하다 보니 번째성의 빈칸동 초등학교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렸는데요, 사랑의 집에서 살게 될 가족분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여한 점에 대해서도 작은 기쁨을 느꼈답니다. 그렇게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갔어요.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기 전에 잠깐 방문한 전쟁기념관에서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답니다. 전쟁기념관은 책에서만 배웠던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었는데요, 고엽제 피해로 인한 기형아들의 처참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전쟁기념관을 둘러보고, 베트남 현지에서의 마지막 쌀국수를 먹으러 갔는데요, 베트남 전통 쌀국수집으로 맛집이라고 소문이 난 집이라더니 정말 소문만큼이나 맛있었어요. 숙소에서도 아침마다 쌀국수가 나와서 베트남에 와서 먹은 쌀국수만 세어봐도 6번째였답니다. 정말 베트남에서 쌀국수와 야자수 열매는 만족스럽게 먹었네요.
그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박 5일간의 여정을 모두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답니다. 되돌아보니 참 꿈결 같은 시간이었어요. 휴대폰 앨범을 열어 베트남의 하늘과 강, 미소가 참 예뻤던 베트남 아이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셨던 베트남 주민분들의 사진을 보니 벌써부터 그리워지네요. 동고동락한 글로벌 봉사자들 또한 모두 소중한 인연으로 남았답니다. 문득 이런 문구가 떠오르네요.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 행복은 자기만족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일에 충실할 때 얻어지는 것이다."
- 헬렌켈러 -
베트남에서의 4박 5일은 가치 있는 일에 충실했기 때문에 참으로 행복한 날들이었답니다. 더불어 이번 경험으로 나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욱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베트남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추억으로만 간직하지 않고, 일상에서 늘 되새기며 실천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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