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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이 아니어도 좋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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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2. 17:20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한국영화에서 '스포츠 장르는 인기가 없다'라는 편견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다가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삶을 그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2008년 벽두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후 <국가대표>나 올해 <코리아> 등이 이어지면서 이제 스포츠영화는 한국영화에서도 생명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유지나_영화평론가,동국대 교수

 

 

이 영화는 도식적인 스포츠영화의 게임중심 판을 깨고 삶의 진정성을 드라마 핵심으로 삼아 성공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환호하고 금메달 숫자가 국가 순위인양 애국자론을 펼치는 승자 독식론에서 벗어난 점이 이 영화의 미덕입니다. "세상은 일등만 기억한다."라는 살벌한 경쟁논리는 2% 미만의 일등과 98%의 다수를 절망케 하는 부도덕한 가치관에 불과합니다. 그런 점에서 금메달을 놓친 여자 핸드볼 팀의 악전고투를 그려낸 이 영화는 스포츠를 삶의 의미로 확대해 나가는 감동에 승부수를 띄웁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자선수들의 인생담


변두리를 맴도는 아웃사이더 청춘 남자의 고달픈 삶의 풍경을 세밀하게 잡아낸 <세 친구>,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변두리를 방황하는 나이든 남자들의 삶을 그려낸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만든 임순례 감독, 그녀가 이번에는 월드컵과 올림픽 계절이면 스포츠공화국이 돼버리는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실화를 바탕으로 스포츠 인생담을 짜나갑니다.

 

 

이 스포츠 드라마의 흥미로움은 코트에 갇힌 삶이 아니라, 고달픈 삶을 이겨내기 위해 다시 코트로 돌아온 절실한 삶의 풍경화에서 나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영웅 한 명이 아닙니다. 올림픽에선 보기 힘든 나이 든 아줌마 3인방,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젊은 선수들, 그리고 거기 끼어든 남자 코치가 이들과 대립하다가 화합하면서 만들어내는 인간관계 방정식이 눈물과 웃음 속에 다가옵니다.

 

코트에서 던져내는 각자의 아픈 사연


미숙(문소리)은 과거 올림픽 2연패의 주역입니다. 그러나 핸드볼이라는 소외된 종목의 소속팀이 해체되자 생계를 위해 대형 마트에서 세일즈를 합니다. 퇴근하면 사기를 당해 잠적한 무능한 남편을 어린 아들과 함께 찾아 다니죠. "나는 왜 인생이 이리 안 풀리냐"는 항변처럼 그녀의 인생은 고달픔의 연속입니다. 양파 파격세일을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인생 세일에 들어선 것처럼 보입니다. 국가 대표에서 추락한 미숙의 비루한 삶은 가부장제에 매인 여성의 낯익은 초상화이기도 합니다.

 

 

추락한 미숙의 모습은 사연은 달라도 다른 인물들에게도 유사하게 발견됩니다. 잘 나가던 선수출신으로 일본 코트에서 선수생활도 한 혜경(김정은)은 당당해 보여도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는 초조함에 시달립니다. 이혼모로서 외롭고 힘겨운 삶을 들키지 않도록 늘 신경 쓰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활달한 정란(김지영)도 불임이라는 아픈 개인사를 코트에서 풀어내야만 인생이 해결되는 답답함에 억압돼 있습니다. 이들 아줌마 3인방과 친해진 수희(조은지)는 그 덕에 아줌마 취급을 당합니다. 그것도 불만인데 맞선자리에서 상대 남자로부터 '조신한 여자답지 않다'는 딱지를 맞고 상처를 입습니다. 그녀는 능력 있는 여자지만 성차별적 풍토가 만들어 낸 여성성에 안 맞는 여자란 이유로 주눅이 듭니다. 능력 있는 여자가 여자답지 않다는 콤플렉스를 안고 코트를 뛰는 것입니다.

 

최선을 다한 그녀들의 위대한 순간


이렇듯 그녀들은 소외된 종목 선수로 한 물 간데다, 씩씩한 여자라는 이유로 가부장적 구조에 갇혀 숨이 막혀 갑니다. 여자로 살아가는 억울함과 답답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쳐 나가야 할 삶의 무게와 감당할 책임감, 그 짐을 진 채 일상의 아픔을 잊기 위해, 생활고 해결을 위해 핸드볼 국가대표를 하는 거이 그녀들에겐 구원입니다.

 

 

땀에 젖은 몸을 부딪치며 뛰는 코트에서의 모습, 공을 주고받으며 골 넣기를 하는 그녀들의 분투는 금메달을 위한 기능적 제스처만은 아닙니다. 땀에 젖은 몸을 부딪치며 서로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어가는 자매애가 살벌한 코트를 적셔나갑니다. 때론 통속적 멜로드라마 대목 같은 부분도 있지만, 경상도말 배짱 연기를 보여주는 김지영의 유머로 돌파해 나갑니다.

아줌마 선수들의 조카뻘쯤 되는 어린 핸드볼 천재 장보람이 이들을 인생선배로 존경하는 모습은 세대 차이를 넘어서는 정겨운 자매애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아줌마 선수라고 핀잔을 주던 코치(엄태웅)는 이들을 차별하다가 이들의 자매애에 감동받아 결국 여성 지지자로 변모하는 과정도 감동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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