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2. 16:00
KBS 예능 <개그콘서트>가 시청률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웃찾사>와 <코미디 빅리그>가 이제 새로운 개그삼국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인데요. 개그 프로그램의 지형도와 변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개콘’의 위기와 ‘웃찾사’의 기회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위기설은 꽤 오래 전부터 불거져 나왔어요. 시청률이 10%대 중반으로 뚝 떨어지면서부터였습니다. 시청률이 이렇게 떨어진 건 내외부적인 요인들이 겹쳐 있었기 때문이에요. 일요일 밤 이 시간대를 자극으로 무장한 MBC 주말드라마가 서서히 잠식해 들어온 것이 외부적 요인이라면, 새로운 스타 개그맨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점과 패턴화된 개그가 주는 매너리즘은 내부적 요인일 것입니다. 한 시간 방송에서 점점 늘어나 무려 90분에 이르는 방송시간은 이런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돼요. 방송국은 시간을 늘려 그만큼의 광고수익을 가져갔지만 대신 프로그램은 제 살 파먹기를 해왔다는 것이죠. 급기야 <개콘>의 시청률이 한 자리 수 시청률로 뚝 떨어지면서 위기설은 본격적으로 가시화됐습니다. 하지만 <개콘>의 위기는 이 독보적 개그 프로그램과 경쟁 구도를 이룬 타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들에게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몇 차례 편성시간대를 옮겨 결국은 <개콘>와 전면전을 선포하며 주말 비슷한 시간대로 옮긴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틈새를 공략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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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삼국지 다시 열리나
출처 |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웃찾사>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팬덤을 갖고 있는 ‘역사 속 그날’이나 ‘뿌리 없는 나무’ 같은 코너를 기반으로 ‘남자끼리’, ‘불편한 복남씨’, ‘내 친구는 대통령’, ‘백주부TV’ 같은 새로운 코너들이 괜찮은 반응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그간 잘 보이지 않던 <웃찾사> 개그맨들이 점점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재훈 재훈”으로 유행어를 만든 ‘남자끼리’의 이은형이나 ‘배우고 싶어요’에 이어 ‘이야’로 새로운 개그의 영역을 열어가는 안시우, ‘백주부TV’에서 빅마마 분장으로 나와 주목을 끌고 있는 홍윤화 등은 이제 코너가 아닌 그들 이름만으로도 설 수 있는 개그맨으로 자리했습니다.
출처 | tvN <코미디 빅리그> 캡쳐화면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도 만만찮은 상대로 이 개그삼국지의 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 개그 프로그램은 특이한 것이 케이블이라는 플랫폼이 가진 장점을 백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지상파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동성애 코드나 시청자 참여 코너, 조금은 가학적인 개그들까지 시도됨으로써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에 식상함을 느끼는 마니아층을 탄탄하게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코빅>는 이러한 마니아성을 뛰어넘어 일반 시청층까지 끌어모으는 양상이에요. 이것을 전면에서 이끄는 이들은 올해 예능이 발굴한 기대주라고 지목되는 이국주·박나래·장도연 같은 개그우먼들입니다. 이들은 <코빅>를 바탕으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고 있어요. <코빅>의 코너들은 그 절실함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인지 꽤 탄탄한 팬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자사람친구’의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장도연의 연기나, ‘중고나라’에서 매번 새로운 인물로 깜짝 분장을 하고 나타나 큰 웃음을 주는 박나래, ‘깝스’의 황제성이나 ‘깽스맨’의 양세형 그리고 ‘작업의 정석’ 같은 코너에서는 개그맨 뺨치는 관객들이 매주 등장하는 등 그 웃음의 강도도 역시 높습니다.
개그 프로그램들이 만드는 새로운 경쟁과 기회
<개콘>의 독주 체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개콘>으로서는 불운한 일이 될 수 있지만 코미디 전체에는 그다지 나쁜 일이 아닐 수 있어요. 과거 공개 코미디의 전성시대가 가능했던 건 KBS <개그콘서트>,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MBC <개그야>가 삼국지를 이뤄 서로 경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결국 <개그콘서트>가 패권을 잡게 되고 오래도록 독주를 하면서 이 역시 힘이 빠져버리게 된 것이데요. 그러니 현재 새롭게 <개콘>과 <웃찾사> 그리고 <코빅>이 만들어가는 삼국지 체제는 그간 사라졌던 긴장감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경쟁 없는 독주는 그 자체로 경쟁력 약화의 길이 될 수 있어요. 또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개콘>의 추락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새로운 개그 삼국지 체제는 그간 주춤했던 코미디에 새로운 기회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지금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설 수 있었던 것이 개그맨들 간의 경쟁이었듯이, 이제 프로그램 자체도 타 프로그램과의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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