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라이프

본문 제목

<백남준 쇼>에서 만난 천재 혹은 괴짜

본문

2016. 9. 8. 16:24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우리가 잘 몰랐던 모차르트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뽐내면서도 망나니 같은 행동도 많이 한 모차르트. 모차르트 같은 천재가 우리나라에도 있어요. 바로 예술가 ‘백남준’입니다. 백남준 선생 서거 10주기 기념 전시회 ‘백남준 쇼’에 직접 가보았습니다.



희대의 천재, 희대의 괴짜

사물을 그리는 것 혹은 만드는 것만이 예술이라 여겼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예술은 사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모든 것은 예술이 된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백남준은 그 중 비디오 아트와 행위예술에 있어서 한 획을 그은 사람이에요.

백남준은 2006년 1월 작고했는데요. 백남준의 장례식 또한 행위예술의 장이었어요. 백남준은 평소에 ‘넥타이는 맬 수도 있고, 자를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조문객들은 백남준이 했던 행위예술을 패러디해, 넥타이를 잘라 관에 넣어주었습니다. 



백남준, 음악가가 되다

백남준의 아버지 백낙승은 서울에서 제일 가는 부자였다고 해요. 그래서 백남준 또한 어려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요. 특히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같은 고급 악기를 접하고, 작곡을 배우면서 음악에 대한 눈을 떴습니다. 백남준은 어렸을 때 작곡가 쇤베르크에 심취했다고 해요. 쇤베르크는 의도적으로 음악의 체계를 무너뜨려 장조, 단조와 같은 조성이 없다고 해요. 백남준은 이 방식에 크게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후 음악을 계속 공부하던 백남준은 1956년 독일 뮌헨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는데요. 1958년 8월 백남준은 ‘4분 33초’라는 곡으로 유명한 음악가 존 케이지를 만납니다. ‘4분 33초’라는 곡은 연주자가 4분 33초 동안 피아노 앞에서 가만히 앉아 있고, 이때 주변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곧 음악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곡이에요. 백남준은 신선한 충격을 받고 이후 백남준은 존 케이지를 정신적 스승으로 삼았어요.

어렸을 때 배웠던 쇤베르크의 무조성 음악, 그리고 청년이 되어 접한 존 케이지의 무작곡 음악. 백남준은 음악의 해체를 시도합니다. 이 생각은 백남준이 행위 예술가로 거듭나게 되는 계기가 돼요. ‘백남준 쇼’에서는 그가 했던 행위예술 소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소품인 부서진 바이올린입니다. 이 소품은 1962년 백남준이 선보인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하나’라는 행위예술에서 사용했어요. 백남준은 바이올린이 가진 고운 선율뿐만 아니라, 바이올린이 부서지는 소리마저 음악임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그 당시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예술이었죠.



음악가 백, 예술가가 되다

이 후, 백남준은 플럭서스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며 입지를 다져갑니다.


플럭서스 란?

1960년대초부터 1970년대에 걸쳐 예술가들이 고정관념을 부수는 실험예술을 시도한 것을 '플럭서스(Fluxus)'라고 합니다. ‘변화, 움직임, 흐름’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고정된 예술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백남준은 예술가들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예술을 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그 당시에 한창 독일 가정으로 보급하던 매체인 텔레비전에 주목합니다. 백남준은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이자 인간이 만든 기계를 통해 예술을 해보고 싶었어요. 당시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예술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죠. 백남준 쇼에서는 백남준이 만든 비디오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m200’이라는 작품이에요. ‘m200’은 모차르트 서거 200주기를 맞아 제작한 작품인데요. 이 공간에 들어서면 모차르트가 작곡한 진혼곡이 잔잔하게 흘러요. 이 작품 속에는 모차르트는 물론이고 존 케이지, 요셉 보이스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이 나옵니다. 천재 모차르트를 비롯한 모든 예술가들을 추도하며 ‘m200’이라는 작품에 담아냈어요. 이 작품에 나오는 영상은 백남준이 모두 손수 편집한 것이라고 해요. 한편으로는 백남준 자신과 모차르트를 동일시 여겼으리라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거북’입니다. 모니터 164개, 가로 6m, 세로 10m나 되는 대형 작품이에요. 1993년 당시 백남준은 ‘영웅 시리즈’를 만들고 있었어요. 백남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웅은 누구일까?’라고 고민하다 이순신을 떠올렸죠. 거북을 통해 작품 속에 이순신을 담아냈습니다. 백남준 쇼에서는 이 작품에 천장 구조물을 설치하여 작품을 둘러싼 바닥과 천장, 모든 공간 전체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작품 ‘거북’은 백남준 예술에 대한 의지를 담은 작품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백남준이 직접 그린 ‘거북’ 구상도)



난형난제, 괴짜와 괴짜의 만남

백남준은 다양한 예술가들과 활동했어요. 이번 특별전에서는 백남준과 각별했던 인물에 대해 소개하고 있어요. 먼저 요셉 보이스입니다. 요셉 보이스는 독일에서 태어난 예술가로 2차 대전 중 비행사로 복무했어요. 그러다 소련군의 폭격을 맞고 크림 반도에 추락해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요. 그때 원주민 타타르인들이 요셉 보이스 몸에 버터를 바르고, 펠트지 담요로 감싸 그의 목숨을 구해주었다고 합니다. 종전 후 요셉 보이스는 이 경험을 토대로 예술에 몰두하게 돼요.

요셉 보이스가 겪었던 원주민의 치료는 백남준에게 크게 와 닿았습니다. 한국의 굿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백남준과 요셉 보이스는 플럭서스를 통해 서로 알고만 있던 사이였다가 백남준이 음악 공부를 위해 독일 유학을 갔을 때, 요셉 보이스와 실제로 만났어요. 이후 둘은 매우 친한 관계를 유지했고, 백남준의 작품 속에서도 요셉 보이스를 찾아볼 수 있답니다.


요셉 보이스는 중절모를 즐겨 썼어요. 그래서 백남준이 제작한 작품 속 곳곳에서 중절모가 등장합니다. 또 요셉 보이스가 했던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행위예술을 기념하기 위한 토끼 조형물도 작품도 볼 수 있어요. 


이 작품은 백남준이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며 만든 병풍입니다. 병풍 속 요셉 보이스가 보이시죠? 이 사진들은 백남준과 했던 마지막 퍼포먼스에서 촬영한 사진이라고 해요. 옆에는 백남준이 직접 ‘보이수(普夷壽)’라고 적어놓았어요. 이 글에서 ‘이(夷)’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백남준은 좋은 뜻의 한자 ‘이’를 놔두고 ‘오랑캐 이’를 썼어요. 백남준은 요셉 보이스를 자기와 같은 오랑캐라고 말했습니다.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유목민과 같이 자신과 요셉 보이스 또한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했답니다. 



백남준과 그의 뮤즈 ‘샬롯 무어만’

요셉 보이스가 백남준에게 영감을 주었다면, 백남준을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바로 샬롯 무어만입니다. 샬롯 무어만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대학인 줄리어스 음대를 졸업했어요. 또 아메리칸 심포니에서 수석 첼로 자리를 맡은 재능 있는 첼리스트였는데요. 


백남준과 샬롯 무어만은 1964년 6월 제2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서 만나요. 샬롯 무어만은 페스티벌 기획자였고 ‘괴짜들’이라는 공연 초연에 백남준을 초대합니다. 이 인연을 통해 샬롯 무어만은 백남준에게 가장 중요한 협연자가 돼요.


(구속되는 샬롯 무어만을 다룬 기사)

문학이나 미술에서는 성(性)이라는 주제를 사용하곤 했는데, 음악에서는 금기시되었기에 백남준은 이런 기존 음악에 불만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러한 생각을 부수고자 성(性)적 묘사를 통한 음악을 기획합니다. 1967년 뉴욕에서 백남준은 오페라 섹스트로니크(Opera Sextronique)를 진행해요. 이때 샬롯 무어만은 전라로 첼로를 연주했어요. 그러자 뉴욕시 경찰들이 들이닥쳐 공연을 막고 외설죄로 샬롯 무어만을 구속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사람들은 ‘예술과 외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 사건의 판사는 ‘예술과 외설은 다르다’라는 판결을 내렸어요. 그 결과 샬롯 무어만은 석방되었고, 백남준과 샬롯 무어만은 엄청난 유명세를 얻었답니다. 


이 작품의 이름은 ‘TV 첼로’예요. TV 속 영상에서는 젊은 샬롯 무어만이 첼로를 연주하고 있어요. 이 작품은 샬롯 무어만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백남준이 샬롯 무어만을 기념하고자 만들었다고 해요.


<백남준 쇼>

장소 :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디자인전시관

운영시간 : 화, 수, 목, 일요일 10:00~19:00 / 금, 토 요일 10:00~21:00 

(매주 월요일 휴관 / 광복절, 개천절, 추석연휴 정상 운영) 

관람료 : 성인(만 19세 이상) 9,000원 / 초∙중∙고등학생(8~18세) 7,000원 / 미취학 아동(3~7세) 5,000원


예술가 앨런 카프로는 백남준에 대해 ‘우리 중 가장 현대적인 아티스트’라고 평가했습니다. 백남준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과 같은 작품을 통해 한나라가 아닌 전 세계가 즐길 수 있는 예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업적을 기려 독일에서는 미디어상을 ‘백남준 상’으로 개칭했어요.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 백남준은 가깝지만 먼 느낌이죠? 10월까지 전시하는 백남준 쇼에서 백남준과 더 친해져 보세요! 지금까지 프론티어 9기 임병준, 이옥소리였습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