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에 취하는 전시회, 미인도취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아름다운 사람들이 무척 많이 나옵니다. 아름다운 여배우뿐만 아니라 남자 배우들까지 모두 한결같이 멋진데요. 작은 얼굴, 큰 눈, 오똑한 코, 훤칠한 키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름다움을 갖춘 배우들을 보다 문득 거울을 보면 왠지 서글퍼집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우리가 세운 미의 기준일뿐이죠. 여기 다양한 미의 기준을 보여주는 작품이 펼쳐진 곳이 있습니다. 세종미술관에서 10월 25일부터 전시하고 있는 ‘畵畵 미인도취’ 전시회에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미인들을 보러 가다

종로구 세종로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8번 출구에서 광화문 광장 방향으로 5분 정도 걷다 보면 입구가 나와요.

입구에 들어서면 매표소와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하얀색 벤치가 보이는데요. 마치 도도한 숙녀가 방문객을 맞이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옛 사람들 속 미인

옛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에게 미인이라고 했을까요? 먼저 신윤복의 <미인도>를 통해 조선 후기 미인에 대한 기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신윤복의 <미인도> 속 여성은 현대적 기준에서는 별로 예쁜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단아한 모습과 맑고 고운 눈, 붉고 매혹적인 입술, 약간 비켜선 자태 등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말 그대로 청초한 아름다움이죠.

그리고 흔히 조선 제일 기생은 ‘황진이’라고 하죠. 남아 있는 자료가 없어서 황진이의 모습은 알 수 없지만 조선 팔도에서 제일 아름다운 기녀들을 통해 황진이 모습을 추측해 볼 수는 있어요. 채용신이 그린 <팔도미인도>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아름답다는 기생을 한데 모아 그렸던 그림이에요. 이 기생들을 통해 황진이의 모습을 대략이나마 추측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전시회 속 1세대 여성화가인 ‘박노수’ 작가의 작품입니다. 작품 속 여인은 단아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 그림 속 여성, 누군가를 닮지 않았나요? 박물관에 자주 다녀오신 분이라면 바로 알아채실 듯한데요.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사진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마치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닮지 않았나요? 그림과 유물을 통해 시대가 좋아했던 여성상을 대략이나마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작가들의 아름다운 미인들

백지혜 작가는 <꽃단장>, <쉬어가다> 등 작품 속에서 한 인물만 그리고 있어요. 이 모델은 작가의 실제 조카라고 해요. 모델이 커가는 모습을 화폭에 한 장씩 담아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비단에 색을 입히는 전통기법을 통해 작품을 완성했는데요. 이 과정은 정말 손이 많이 간다고 해요. 한 번에 색을 칠하면 색이 뭉쳐버려 얇게 여러 번 칠해야만 저렇게 아름다운 색으로 나타나요. 마치 우리의 삶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여러 번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삶이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물드는 것처럼요.  

신선미 작가는 앞과 뒤가 다른 그림을 그렸습니다. 앞모습은 도도한 여성인데 뒷모습은 살짝 치마를 들어 올리고 있어요. 다소곳하고 조신함을 요구했던 전통적인 여성상을 가볍게 뛰어넘은 발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이 그림에서 재미있는 건 고양이와 아이의 시선인데요. 아이는 여성의 얼굴을, 고양이는 은근히 고개를 뒤로 빼고 속옷을 쳐다보고 있어요. 뚫어져라 보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현태준 디자이너는 우리의 미인상을 한데 모아 작품으로 만들었어요. 이렇게 한데 모아 전시하는 방법을 ‘아카이빙’이라고 해요. 이 아카이빙 속에는 많은 여성들, 특히 우리가 흔히 미인이라 손꼽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여성상을 통해 어떤 것이 미인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미인도 속 엄마

전시회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이동연 작가의 <열정 미인도-카타리나>였는데요. 카타리나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주인공이에요. 작품에서 카타리나는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싸울 준비 됐나?”라고 소리칠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이동연 작가는 엄마이자 화가인 자신을 게임 속 주인공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게임 속 용맹하고 멋진 모습을 부러워했다고 해요. 

위 그림은 홍인숙 작가의 작품 <엄마의 귀가-惠骨朴我地(혜골박아지)>인데요, 어렸을 때 스케치북에 그렸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나시죠? 뽀글뽀글 파마머리, 바구니 속 반찬거리가 그림 속 주인공이 엄마임을 알려주고 있는데요. 이 작품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는데요. 바로 그림이 아니라 판화라는 거예요. 게다가 어려워 보이는 저 시문도 읽어보면 아주 쉽고 재미난 글이에요. 재미를 위해서 해석을 달아놓지 않겠습니다.

임서령 작가의 <웃을 수 없던 날>과 <바람 불어도> 두 작품은 하나의 연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작품 속 주인공은 동일 인물이에요. 결혼식에서 웃을 수 없었던 나의 어머니 그리고 세월이 흘런 나이 들어 버린 어머니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뭘 사진을 찍고 그랴~”라고 하시면서도 은근히 포즈를 취하셨을 귀여운 어머니가 떠오르면서 미소 뒤에 가슴 저린 아련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화려한 외모 속 상처받은 영혼

전시회 미인도취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 속에는 다양한 여성이 등장해요. 우리가 흔히 ‘미인도’라고 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미인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 다양한 여성들이 자신의 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요상 작가의 <념>은 말 그대로 생각을 표현한 그림이에요. 가채 같은 머리카락은 마치 뇌를 형상화한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 머리카락을 움켜잡은 수많은 손들이 보입니다. 지요상 작가는 작품을 그릴 때 많은 고민을 하는데 그 고민이 가득 담겨있는 그림입니다. 

김정욱 작가의 작품에는 제목이 없습니다. 제목만으로도 편견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 제목도 붙이지 않았다고 해요. 김정욱 작가의 작품은 모두 100% 먹으로만 표현했습니다. 

그림이 훼손된 것처럼 보이는 작품도 있었는데요. 이 작품들은 김정욱 작가가 직접 사포로 갈았다고 해요. 작품 속 상처를 통해 작가 본인이 겪은 마음의 상처를 나타내고자 하였다고 해요. 실제로 그림들이 모두 우울했습니다. ‘얼마나 상처가 많았으면 그림 속 주인공들마저 우울해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예술작품으로 만난 상처는 우울함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마음속 상처가 하나씩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畵畵 미인도취>

기간 : 2016.10.25 (화) ~ 2016.12.04 (일)

장소 : 세종 미술관1관,세종 미술관2관

시간 : 오전 10시30분~오후8시 (30분전 입장마감)

연령 : 전연령 관람가능

티켓 : 성인 9,000원 

어린이•청소년(~만 19세) 4,000원

전시회 <미인도취>에는 지금 소개한 작품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있어요. 작가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미인상을 만나볼 수 있어요.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외모만큼 내적인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9기 임병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