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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테라피의 광화문 길꽃 이야기 아홉, 촛불 꽃은 겨울밤을 밝히며 피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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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4. 16:00

광화문광장은 민주화를 향한 염원의 광장으로 대한민국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 같습니다. 가족과 연인, 동료들이 함께 든 촛불들은 모두 꽃으로 피어났는데요. 평화 집회에 ‘꽃’과 관련된 멋진 이벤트도 있었어요. 경찰 차벽을 꽃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여 민주주의를 소망하는 꽃벽으로 만들자는 이벤트입니다. 대한민국이 더 건강하게 되었으면 소망하며 오늘은 겨울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길꽃 네 가지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광화문광장의 겨울

평일 광화문광장은 겨울 냄새가 물씬 나요. 주말에 많은 사람이 광장으로 모이다 보니, 광장에 심어놓은 꽃과 나무들이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요. 꽃 입장에서는 겨울이 와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위 후에도 여전히 괜찮은 풍경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꽃과 나무를 밟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듯해요. 광화문광장, 이 뜨거운 광장을 오래오래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첫 번째 소개할 길꽃은 ‘꽃양배추’입니다.

겨울에는 길꽃이 모두 사라져요. 추위를 견뎌내며 꽃을 피우는 아이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국화도 차가운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말라갑니다. 이런 가운데 유일하게 겨울 길꽃 역할을 하는 아이가 있어요. 바로 ‘꽃양배추’입니다. 꽃양배추가 길꽃으로 등장하면 이제 겨울이 제대로 왔구나 생각하셔도 됩니다. 


꽃양배추는 아직 우리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요. 재배식물(원예종)로서 다양한 품종을 자랑하는데요. 이름도 다양해요. ‘꽃배추’라고도 하고, 보라색이 들어간 잎이 아름다워 모란에 비유하여 ‘꽃모란’이라고 불리며, ‘잎모란’이라고도 해요.


꽃양배추를 학명으로 표기하면 브라시카 올레라케아 바르 아케팔라(Brassica oleracea var. acephala)라고 써요. 십자화과로 분류되고요. 십자화과는 꽃이 피면 꽃잎 네 장의 꽃잎이 십자 형태로 나타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우리가 먹는 많은 잎채소들이 십자화과에 속해요.

속명인 브라시카(Brassica)를 우리는 ‘배추속’이라고 불러요. 배추를 비롯하여 잎이나 뿌리를 먹는 많은 친척 채소들은 이 속명을 가지고 있답니다. 속명 브라시카(Brassica)는 켈트어로 ‘양배추’를 의미하는 단어 ‘bresic’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라틴어에서는 ‘brassica’ 그 자체로 ‘양배추’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여요. 영어 꽃이름으로는 ‘Flowering kale’, ‘Ornamental kale’, ‘Ornamental cabbage’라고 불립니다. 

꽃양배추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잎이 배추처럼 넓적한 것, 쭈글쭈글 한 것, 완전히 찢어진 것 등 다양한 품종이 삭막한 겨울 시기에 길꽃 역할을 합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잎’이라는 말이 있는데 꽃양배추에게 붙일 수 있는 헌사가 아닌가 합니다.



두 번째 소개할 길꽃은 ‘자작나무’입니다. 

자작나무는 깊은 산골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죠. 이 나무를 광화문에서 볼 수 있어요. 광화문광장에 인접하고 있는 KT 본사 건물 앞 양쪽에 심겨 있는데요. 자작나무는 도심 광화문에서 볼 수 있는 색다른 겨울 풍경입니다. 


자작나무 하얀 수피(나무껍질)가 연출하는 풍경을 도심에서 보니 더 아릅답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자작나무 숲으로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를 최고로 꼽는데요. 많은 사람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자작나무를 만나러 찾아가지만 자작나무 숲은 특히나 겨울이 좋다고 합니다. 설경 속에 하얀 수피를 자랑하며 서 있는 자작나무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감성을 일으킨다고 해요. 자작나무가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의 말을 듣고 힐링과 위로를 던져준다고 말입니다. 서양에서 자작나무는 ‘숲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 아름답다는 얘기겠지요.


자작나무는 자작나무과 자작나무속으로 학명은 베툴라 플라티필라 바르 야포니카(Betula platyphylla var. japonica)를 씁니다. 속명 베툴라(Betula)는 자작나무를 의미하는 켈트어 베투(betu)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종소명 프라티필라(platyphylla)는 ‘넓다’라는 뜻의 ‘platy’와 ‘잎’을 뜻하는 ‘phyllon’이 합성된 이름입니다. 자작나무의 외양을 보고 지어진 이름인 것이죠.

자작나무는 영혼을 부르는 신성한 나무로 알려져 있어요. 옛날 무속인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을 나무로 표시하곤 하는데, 남쪽 사람들은 ‘대나무’를 사용하고 북쪽 사람들은 ‘자작나무’를 사용했다고 해요. 대나무를 대문 입구에 꽂아 놓은 점집은 많이 보셨죠? 이런 나무들은 일종의 하늘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영적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산골에 살아야 하는 자작나무가 광화문광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지만, 삭막한 도시 사람들에게 위로를 안겨주니 귀한 존재입니다. 자작나무 앞에 서서 나무가 들려주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세 번째 소개할 길꽃은 ‘동백나무’입니다. 

겨울에 볼 수 있는 꽃이라 하면 역시 동백나무 꽃이죠. 동백나무 하면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이라고 노래한 최영미 시인의 시(詩) <선운사에서>가 생각나는데요. 전북 고창의 선운사 동백나무숲은 유명해 이런 시가 나왔나 봅니다.


동백나무는 광화문광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꽃은 아니에요. 광화문광장 인근 교보생명 빌딩으로 들어와야 하는데요. 교보생명 빌딩 안 실내정원은 멋진 조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답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꽃을 심어 가꾸는 특별한 곳이지요. 여기에는 여러 종류의 동백나무들이 많이 심겨져 있어요. 겨울이 오면 동백나무 꽃이 피면서 계절을 알립니다. 자연상태에서는 11월에서 2월 정도에 동백꽃이 핍니다. 겨울나무인 거죠. 겨울에는 곤충이 없어서 동백나무 꽃의 수정은 특별히 새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해요. 바로 동박새인데요. 연노랑색 깃털을 가진 정말 아름다운 새입니다. 

동백나무는 차나무과로 분류돼요. 차나무 꽃을 보신 분들은 비슷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동백나무는 ‘매력’, ‘진실한 사랑’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동백꽃을 보면 붉은 사랑의 마음, ‘단심(丹心)’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동백꽃 학명은 카멜리아 야포니카(Camellia japonica)를 써요. 속명 카멜리아(Camellia)는 우리말로 ‘동백나무속’이라 부릅니다. 이 속명은 17세기경 체코슬로바키아 선교사였던 카멜(G. J. Kamell)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해요. 그가 마닐라에 살면서 동아시아에서 수집한 동백나무를 유럽에 소개했다고 합니다. 종소명 야포니카(japonica)는 ‘일본(산)의’라는 말이에요. 동백나무는 일본뿐 아니라 중국,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어요. 동백나무도 꽃이 예뻐서 많은 품종이 개량되어 원예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교보생명 빌딩 실내정원에서는 ‘애기동백나무’를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동백나무를 만날 수 있답니다. 한 번 꼭 들러 보세요.



네 번째 소개할 길꽃은 ‘칼랑코에’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교보생명 빌딩 실내정원은 주기적으로 길꽃을 심어 방문자들을 환하게 맞이하는데요. 이번에 새로이 심은 꽃은 ‘칼랑코에’란 아이예요. 칼랑코에는 겨울이나 이른 봄까지 꽃집에 등장하는 아이입니다.

칼랑코에는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로 알려진 여러해살이 다육식물이에요. 붉은색, 노란색, 분홍색, 보라색, 흰색 등 다양한 꽃색을 자랑해요. 칼랑코에를 담은 작은 화분은 겨울에 많이 하는 선물 중에 하나예요. 화분 한 개로도 선물하지만 각기 다른 꽃색의 칼랑코에 화분을 여러 개 모아서 선물하는 경우가 많아요.

 

칼랑코에는 꽃이 지고 나면 다시 꽃을 보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칼랑코에는 잎만으로 원예식물로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다양한 잎의 변이를 볼 수 있거든요. 꽃집에서 파는 칼랑코에는 잎이 아주 넓은 편이지만, 직접 키워 보시면 잎이 그렇게 크게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물과 햇빛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고, 가지를 잘라 물꽂이를 하면 쉽게 뿌리를 내립니다. 이때 다른 화분에 심어서 번식을 시키기도 합니다.


칼랑코에의 학명은 칼랑코에 브로스펠디아나(Kalanchoe blossfeldiana)를 씁니다. 속명인 칼랑코에(Kalanchoe)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중국어로 가람채(伽藍菜)라는 말을 발음대로 표현한 것이 현재의 칼랑코에로 불린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종소명인 브로스펠디아나(blossfeldiana)는 독일의 육종가인 ‘Robert Blossfeld’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합니다. 칼랑코에의 꽃말은 ‘설렘’입니다. 칼랑코에 꽃화분으로 마음을 표현해 보세요. 

 

추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어 각별한 건강관리가 필요한 시기예요. 겨울에는 꽃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이어지는  길꽃이야기를 통하여 미처 소개하지 못한 여러 길꽃들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광화문 길꽃 이야기에는 어떤 꽃들이 등장할까요? 지금까지 가꿈사 사내필진 9기 송우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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