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31. 09:56
지난 5월 초에 있었던 긴 연휴만큼은 아니지만 6월 초에도 현충일 징검다리 휴가가 기다리고 있어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6월이면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이어질텐데요. 여름 하면 바다 아니겠어요? 바다로 둘러싸인 섬으로 이른 여름 바캉스 떠나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남해안에는 수많은 섬들이 있는데요. 거제도를 거쳐서 갈 수 있는 지심도라는 섬을 소개해드릴게요.
섬 안에 섬 지심도
지심도는 거제도 동남쪽에 있는 섬이에요. 남해안 섬 중 동백나무가 가장 많다고 해요. 동백꽃은 12월 초부터 이듬해 4월까지 피기 때문에 지금 지심도에서 동백꽃을 볼 수는 없지만 우거진 수풀을 걷고 있으면 편안함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답니다. 외도나 장사도와 같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지심도의 곳곳을 둘러볼까요?
먼저 지심도로 들어가기 위해서 배를 타야 해요. 섬에서 또 섬으로 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예약 사이트(http://www.jisimdoticket.com/)를 통해 배편을 예약하고 가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현장발매도 가능하며 선착순으로 표를 살 수 있습니다. 요금은 중학생 이상은 왕복 12,000원, 24개월부터 초등학생까지는 왕복 6,000원입니다. 참고로 승선할 때 신분증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두세요!
지심도에 들어서면 범바위와 인어상이 우리를 반겨주는데, 인어를 사랑한 호랑이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고 해요. 이제부터 지심도를 한 바퀴 돌아볼 거예요. ‘지심도 오디오 가이드북’ 앱을 깔면 특정 장소에서 자동으로 관련 설명이 나오니 지심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앱을 활용해보세요.
지심도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마끝이라고 하는 해안절벽이에요. 지심도의 남단이며 저 멀리 거제도 지세포가 보여요. 이곳에는 돌멩이가 많아서 걸을 때 발밑을 조심하셔야 될 거예요.
발길을 옮겨 국방과학연구소 옆에 보이는 포진지 표시를 따라 가 보았습니다. 포진지라는 이름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거제도는 아름다운 자연만 담고 있는 곳은 아니에요. 전쟁의 기억도 간직하고 있는데요. 일제강점기 말 일본이 전쟁을 치르기 위해 우리나라 땅에 진을 세웠는데 지심도에도 일본군들의 흔적이 꽤 많이 남아 있어요.
조선 현종대에 15가구가 지심도에 이주해서 살고 있던 중 1936년 일본군이 전쟁 요새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킵니다. 1개 중대가 광복 직전까지 주둔하였다고 해요. 그 흔적들은 포진지나 탄약고 등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포진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목욕탕처럼 생겼어요. 포진지 안쪽에도 풀이 나서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전쟁 당시에 대포가 놓여있던 곳이라니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포진지 옆에는 탄약고가 있어요. 빽빽한 나무들 사이에 숨어 있는데요. 안에 들어가 보니 스산한 기분이 들어 얼른 나오고 싶었답니다. 포진지와 탄약고를 나와서 활주로로 향했어요.
가는 길이 푸르러서 눈이 치유되는 기분이었어요.
힐링의 숲길이 지나니 활주로에 다다랐어요. 활주로답게 길이 길고 시원하게 뻗었더라고요. 이곳 역시 군사기지의 흔적이랍니다.
활주로 옆으로 전망대가 하나 있는데요. 날씨가 놓은 날이면 부산도 보인다고 해요.
전망대 옆길로 빠지면 원시림 숲길로 통하는 오솔길 하나가 나타나요. 지심도는 동백숲의 원시 상태가 국내에서 가장 잘 유지되어 온 곳이라고 하는데요. 이 길을 걸으면 원시림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답니다. 동백꽃이 만개할 때 가면 더욱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겠죠?
숲길 따라 걷다 보면 곰솔할배라고 불리는 나무 한 그루를 만날 수 있어요. 사람이 거꾸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나무예요. 나무가 얼마나 높던지 사진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었어요.
계속 북쪽을 향해 걷는 중에 전쟁의 흔적을 또 마주하게 돼요. 일본군 서치라이트를 보관하던 장소라고 해요.
가는 길에 대나무도 엄청나게 많이 보인답니다. 우후죽순이라는 사자성어 아시죠? 말 그대로 비 온 뒤에 죽순이 여기저기에 돋아나는 모습에서 생긴 말인데요. 대나무 숲 안에는 우후죽순의 사자성어를 직접 보여주기라도 하듯 군데군데 올라온 죽순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대 발길 돌리는 곳’, 드디어 지심도 북단에 도착했어요. 지심도 북쪽 끝도 마끝해안절벽처럼 해식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탁 트인 풍경에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본군 전등소가 있던 곳을 지나게 됐어요. 지금은 음식점들이 운영되고 있어요. 한 시간 반 정도를 걸어서 지쳤던지라 토박이할매라는 곳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요기를 했어요. 이곳은 사장님의 할아버지 대부터 80년째 3대에 걸쳐 살고 있다고 하셨어요.
파전과 죽순무침을 주문했어요. 파전에서는 단단하고 아삭한 파 맛이 제대로 느껴졌고, 죽순무침은 보기보다 맵지 않고 죽순이 달큼하고 연해서 입에서 녹는 것 같았어요. 거제도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서 죽순무침이 가장 맛있었던 것 같아요. 동백꽃 시기를 놓치셨다면 죽순 채취 시기에 맞춰서 지심도를 방문하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다시 거제도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가면 출항 시간이 적혀 있어요. 종종 정규 유람선이 아닌 임시로 배가 들어올 때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즐거웠던 여행의 기억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북돋아 주죠. 일상에 지쳤을 때 여행이라는 충전기를 꽂아 보세요. 비밀을 품고 있는 섬 지심도라면 치열한 도시의 열기를 식히고 방전됐던 에너지를 100% 충전시켜 줄겁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10기 최유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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