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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지붕, 알프스 몽블랑을 오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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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22. 10:40

|몽블랑|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알프스 산군(山群)에 있는 몽블랑 Mont Blanc(4,807m)입니다. 항상 하얀 만년설을 이고 있어서 이름도 하얀(Blanc) 산(Mont)입니다.

가장 높다는 유명세는 곧 많은 사람들에게 소위 죽기 전에, 또는 죽음을 무릅쓰고 반드시 도전하고 싶어하는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알피니즘과 알피니스트라는 용어도 몽블랑이 위치한 알프스라는 지명에서 태동하지 않았던가요?

 

 


▲ 비행기에서 바라본 몽블랑. 왼쪽이 3-mont route, 오른쪽은 Gouter route

몽블랑에 오르려면 먼저 프랑스 샤모니(Chamonix)나 이탈리아 헬브르너(Helbronner)로 가야 하지만 대부분 샤모니 쪽을 선호합니다. 샤모니에서도 꾸떼(Du Gouter) 코스와 3몽뜨(3mont)코스가 있는데 비교적 오르기 쉬운 꾸떼 코스가 더 인기가 높습니다.

 


▲ 코즈믹 산장에서 내려다 본 보송 빙하와 샤모니 시내 풍경

올해 여름, 3mont 코스를 통해 몽블랑에 도전했습니다. 3mont 코스는 이름처럼 4천m대의 봉우리 3개를 넘어서 정상에 다다르기 때문에 체력과 시간이 많이 걸리고 등반 위험도 높습니다. 하지만 알피니스트는 위험하고 힘들수록 더 기를 쓰고 도전하는 법입니다.

 

 

에뀌디미디에 오르는 케이블카입니다.

 

 

에뀌디미디 케이블카 승강장 근처에 있는 얼음동굴인데요, 여기서 등반이 시작됩니다.

 

 

얼음동굴에서 나와 날카로운 설능을 내려오면 설원에 닿습니다.

 


▲ 코즈믹 산장과 에뀌디미디(3,532m)

몽블랑을 오르기 전 3일 동안 3천미터대의 설원에서 걷고, 암벽을 오르고, 캠핑을 하며 고소적응을 한 뒤, 샤모니 시내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에뀌디미디(Aiguile midi)로 올라갔습니다. 정상 부근 승강장에 도착하여 얼음동굴을 나오면 날카로운 설능을 거쳐 블랑세 설원으로 내려서고, 오늘 묵을 코즈믹 산장(Cosmique refuge, 3,613m)이 저만치 보입니다. 오후2시쯤 산장에 들어갔는데 벌써 여러 나라에서 온 클라이머들이 내일 새벽 출발하는 몽블랑 등반을 위해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 첫 번째 산인 따궐 북사면

새벽 1시에 기상하여 아침을 간단히 먹고 어제 꾸려 논 장비를 착용한 뒤, 어둠 속에서 첫 번째 산인 따궐(de Tacule, 4,248m)를 향해 올라갔습니다. 바람은 좀 있지만 오후 3시까지 맑다는 일기예보가 들렸습니다. 2시간 정도 랜턴 불빛과 피켈에 의지해 정상에 못 미친 어깨 부분에 오르니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바람이 심하게 몰아쳤습니다.

 


▲ 두 번째 산인 몽모디 북사면

두 번째 산인 몽모디(Mont Maudit, 4,463m)는 따궐 정상 부위를 1시간 정도 트레버스(횡단) 한 뒤 만나는 경사가 급하고 눈사태 위험이 큰 구간입니다. 마침 몇 주전 이 구간에서 눈사태가 일어나 8명이 희생되었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마음이 급했지만 우리보다 앞선 팀들이 빙벽을 올라가며 얼음을 떨어뜨리고, 게다가 어느 팀은 대원 한 명이 추락하며 부상을 당해 등반을 포기하고 하강하느라 지체되었습니다. 바람은 심하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니 춥고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어찌저찌하여 빙벽구간을 돌파하여 몽모디를 올라가니 이제 여명이 밝아오며 비로소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바람과 구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유럽의 지붕

이제 세 번째 산인 몽블랑(Mont Blanc, 4,807m)을 향했습니다. 우리 앞엔 유럽의 지붕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거대한 설원이 펼쳐졌습니다. 사방에 막힘이 없으니 바람이 더 세차게 불었는데 그 속에 간간히 얼음 알갱이가 섞여 있어서 스키 고글을 착용했습니다. 바람이 불어가는 쪽으로 구름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등반자의 입장에선 바람을 피해 쉴만한 곳도 전혀 없었습니다. 동행한 일행 중에서 탈진하여 더 이상 움직이기 어렵다는 사람도 생겼지만 여기까지 와서 등정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냈습니다.

정상은 곧 손에 잡힐 듯 했지만 몇 개의 언덕을 넘으며 아주 진을 빼더니 갑자기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었습니다.

 

 

몽블랑 정상은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았습니다. 앞에 보이는 것과 같은 언덕 3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마침내 몽블랑 정상에 도착!

큰 산은 올라가기 보다 내려갈 때 더 위험합니다. 새벽부터 에너지를 많이 써서 정신력과 체력이 고갈되었고, 이제 태양 열에 의해 얼음이 풀려 낙빙과 눈사태 위험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정상에서 바라본 올라온 길입니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길이죠.

 


▲ 등반 중에는 크레바스에 빠지거나 추락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상 자일로 연결하였습니다.

다시 힘을 내어 올라갔던 길을 되짚어 내려왔습니다. 특히 세락(눈과 얼음으로 만들어진 위태롭게 걸려있는 구조물)이 발달돼 눈사태 위험이 큰 몽모디와 따궐 북사면은 날듯이 내려왔습니다. 돌아올 때 이렇게 발걸음이 가벼웠던 것은 사고 없이 몽블랑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이 큰 힘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올라갈 때 8시간, 내려올 때 5시간 걸렸습니다. 해는 아직 중천에 걸려 있었습니다.

에뀌디미디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샤모니로 내려왔습니다. 노천 카페에 앉아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며 서로 등정을 축하했습니다. 기분 좋은 피로에 주변 사람들이 우리의 몽블랑 등정을 축하해 주는 듯한 행복감이 몰려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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