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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만에 공개된 마포문화비축기지, 석유 대신 문화를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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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1. 14:30

서울 마포구 매봉산 자락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를 들어보셨나요?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석유비축기지가 41년간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가, 최근 복합문화공간인 문화비축기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폐 산업 시설을 재생해 역사적 의미는 보전하면서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서 조금 더 특별합니다. 석유 대신 문화가 채워진 마포 문화비축기지를 소개합니다. 


문화비축기지는 석유파동이 있었던 1970년대,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었던 석유 저장시설이었다고 해요. 최근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비축기지가 새롭게 태어나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어요. 


T0 문화마당

문화비축기지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공원 부지 가운데에 자리한 ‘문화마당’입니다. 이 문화마당을 석유 저장시설을 개조해 만든 6개의 탱크(T1~T6)가 에워싸고 있어요. 문화비축기지가 축구장 22개 크기라고 하는데, 정말 엄청난 규모를 자랑합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마침, I SEOUL U 2주년을 기념하는 시민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었답니다. 문화비축기지 문화마당을 가득 채운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시죠? 


버스킹, 콘서트, 마켓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까지 풍성해 두 배로 즐거운 문화비축기지 나들이였어요. 


주말을 맞아 이날 문화비축기지에는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문화마당 한 쪽에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없지요. 순식간에 둘째 녀석이 모래놀이터로 직행하더라고요. 


어른 눈에는 별거 없는 놀이터지만, 아이들은 또 그렇지 않나 봐요. 두더지처럼 커다란 구멍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더니, 또 그 위를 낑낑대며 올라가서는 슝~ 미끄러져 내려오네요. 

모래놀이터 옆에 세워져 있는 나무 조형물도 어느새 정글짐이 되었답니다. 나무 위를 오르락내리락 몇 번을 반복하더라고요. 자자, 그럼 이제 슬슬 공원 한 바퀴 돌면서, 저마다 다양한 개성을 품은 탱크들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T1 파빌리온

문화마당의 왼쪽 오르막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1번 탱크가 나오는데요. 석유비축기지 시절에 휘발유를 보관했던 가장 작은 탱크인 T1은 공연, 전시,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다목적 공간입니다. 


방문 당시에는 내일에 대한 프로젝트 아카이브 ‘미래기지’ 전이 열리고 있었어요. 예술사 속 제작문화에 관한 아카이빙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아이들은 처음 보는 작품들이 신기한지 쉽게 눈을 떼지 못하더라고요. 


긴 입구를 통과해 탱크에 다다르면 투명 유리벽 너머로 매봉산의 암벽과 그 틈에서 자라난 초록 식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끄적거린 낙서도 또 다른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T2 공연장

2번 탱크는 그야말로 자연이 품은 개성 있는 공연장입니다. 


입구부터 시작되는 경사로를 따라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야외무대를 만나게 돼요. 


야외 공연장은 과거 석유탱크 시절 옹벽과 삼면을 둘러싼 매봉산 절개면을 그대로 활용했어요. 매봉산이 둥그렇게 둘러져 있는 공간 특성상 울림이 아주 좋다고 하니 공연이 있는 날 다시 방문해보고 싶더라고요. 


이렇게 공연이 없는 날에는 산책과 휴게 쉼터로 이용할 수 있어요. 객석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가, 다음 탱크로 이동했어요.



T3 탱크원형

3번 탱크는 여기서 유일하게 원형으로 보존된 탱크로 유류저장탱크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미래의 쓰임새를 위해 원형 그대로 보존한 T3을 정해진 자리에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석유비축기지를 조성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려 보기도 했어요.


옛 석유비축기지 근로자들은 옹벽과 탱크를 연결하는 이 구름다리를 통해 탱크 지붕에 올라가서 석유량을 계측하고 주변을 관리했다고 해요.


T3에서는 깎아놓은 암반들이 풍화되어 가듯, 모든 탱크 구조물들이 자연으로 동화되어 가는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T4 복합문화공간

4번 탱크는 기존 탱크 내부의 독특한 형태를 그대로 살린 복합문화공간으로 전시와 공연, 시장, 워크숍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가능한 곳입니다. 


T4에서는 시즌별로 아트 전시가 진행됩니다.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서면 탱크를 가득 채운 소리와 공간의 재생, 그리고 순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T5 이야기관

5번 탱크는 이야기관입니다.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바뀌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이지요.

1층에서는 내부 벽면을 향해 설치된 영사기를 통해 360도 이미지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어요.


1층이 문화비축기지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는 곳이라면, 2층은 석유비축기지부터 문화비축기지까지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재활용품을 활용한 재미있는 작품도 있어요. 


2층에서는 석유비축기지의 타임라인을 통해 41년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요. 잘 알지 못했던 석유비축기지의 건설 배경과 탱크 현황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석유비축기지의 폐쇄부터 문화비축기지로의 재탄생까지 그 과정을 접할 수 있었어요. 문화비축기지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T5에 꼭 들러 보세요.



T6 커뮤니티센터

6번 탱크는 기존 T1과 T2에서 해체된 철판을 재활용해 신축한 건물이랍니다. 운영사무실을 비롯해 강의실,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입니다. 


1층 안으로 들어오면 TANK6 카페가 자리하고 있어요. 커피 맛을 보고 싶었지만, 빨리 2층으로 올라가보자는 아이들 성화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동했습니다. 서울시에서 개최한 ‘잘 생겼다! 서울 20’ 사진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어요


서울시에서 개최한 ‘잘 생겼다! 서울 20’ 사진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어요. 


서울의 새로운 명소 20에 서울로 7017, 돈의문박물관마을, 경춘선 공원, 덕수궁 돌담길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여기에 반가운 얼굴, 문화비축기지도 보입니다. 


2층 출입구 쪽에 마련된 또 다른 전시 공간에는 ‘찰칵! 문화비축기지 속 숨은 공간 찾기’라는 전시가 있어요. 문화비축기지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탱크를 모두 둘러본 뒤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됐습니다. 이날 운 좋게도, 저희 가족에게 텃밭 가드닝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거든요.


문화비축기지 안전제일 옥상텃밭에서 열린 이 프로그램은 박정자 도시텃밭 활동가로부터 텃밭 교육을 받은 뒤, 허브도감을 만들어 보는 순서로 진행되었어요. 물론 비용은 무료였답니다. 


저희 가족이 맘에 드는 허브를 직접 채집해 만든 허브도감입니다. 평소 알지 못했던 허브에 대한 정보를 얻고, 또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 도감을 만드는 작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해요. 문화비축기지 블로그(culturetank.blog.me)에서는 더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으니 방문해 보세요.


이용시간 : 공원은 연중무휴, 전시관은 월요일 휴관

찾아가는 길 :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 3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증산로 87(성산동 661)

문의 : 02-376-8410

홈페이지 : parks.seoul.go.kr/culturetank


옛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재생하여 새로운 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한 문화비축기지를 함께 둘러보셨는데요. 이만하면 참 매력 있지 않나요? 문화비축기지가 앞으로 서울의 도시재생 랜드마크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전문필진 이은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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