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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트레킹 2편, 태초의 자연을 만나는 케플러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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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24. 19:46

자연경관을 갖고 있는 뉴질랜드! 지난 뉴질랜드 트레킹 1탄 ‘타라나키산’ 편에 이어 이번에는 뉴질랜드의 유명한 하이킹 트랙인 그레이트 워크(GREAT WALKS) 중 하나인 케플러 트랙을 소개할게요. 



(뉴질랜드 DOC(Department of Conservation) 홈페이지 화면 캡쳐) 

뉴질랜드에는 그레이트 워크(Great Walks)라고 불리는 9개의 대표적인 하이킹 트랙이 있습니다. 모두 자연경관이 빼어나기로 유명한데요. 그레이트 워크 중 케플러 트랙은 가장 최근 조성돼 길이 잘 닦여 있고 비교적 안정된 코스여서 일반인들도 많이 찾아요.


케플러 트랙이 위치한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Fioredland National Park)은 빙하에 깎여 만들어진 U자형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지형인데요. 국립공원에 위치한 14개의 피오르드 모두 10만 년 전에 형성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 부족의 전설에 따르면 피오르드는 '투테라키화노아'라고 하는 거인 석공이 도끼로 깎아 만들었다고 전해져요. 케플러 트랙은 피오르드 지형의 장점을 잘 살려 트레커들이 산 능선을 걸으며 계곡과 계곡 사이로 흐르는 바닷물과 드넓게 펼쳐진 산맥들이 이루는 장관들을 볼 수 있는 코스입니다. 

아직 미개발 지역이라 천혜의 자연환경이 살아 숨 쉬는 곳이기에 루트번 트랙과 케플러 트랙, 무려 2개의 그레이트 워크가 있답니다. 뉴질랜드 관광의 메카인 퀸즈타운과 가까워 트레킹과 함께 뉴질랜드를 더 즐길 수 있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트레킹 준비를 해볼까요? 


트레킹 전 준비 사항

1. 준비물품

케플러 트랙은 3박 4일 코스로 하루 평균 10~15km를 걸으며 중간에 위치한 산장 '헛(hut)'에서 숙박을 합니다. 3박 4일 동안 해야 하는 산행인 만큼 꼼꼼한 장비가 필요합니다. 

45~50L 배낭 : 너무 큰 배낭에 짐을 많이 챙기면 체력이 빨리 떨어질 수 있어요. 트레킹 코스가 길어 다리에 무리가 올 수도 있으니 너무 큰 배낭 보다는 최대한 가벼운 배낭을 챙기세요. 또 우천을 대비해 배낭을 덮는 방수포가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트레킹 장비 준비 : 여벌 옷(간편한 기능성 운동복), 등산화, 스토브와 가스, 냄비, 보온병, 물병, 침낭, 드라이 푸드, 초코바, 견과류, 선글라스, 비닐, 휴지, 치약, 칫솔, 스포츠 타올, 양말, 모자 등을 준비합니다. 

여벌 옷은 간편한 기능성 운동복이 좋아요. 3박 4일간 취사도 직접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스토브와 가스, 냄비도 챙겨야 합니다.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보온병 챙기는 것을 추천 드리고, 트레킹 중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물병도 꼭 챙겨주세요. 식수는 헛에서 공급되고, 산 위에 쌓인 눈을 끓여 마실 수도 있답니다. 

드라이 푸드로는 말린 소스와 파스타가 담긴 팩에 물을 부어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준비했어요. 뉴질랜드 현지 마트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백컨트리' 제품을 이용했습니다. 트레킹 중 열량을 채울 수 있는 초코바와 견과류도 꼭 챙기세요. 


2. 헛 이용권 구매 

케플러 트렉에 있는 헛은 이용권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어요. 비수기인 겨울철엔 이용권이 없어도 되지만, 겨울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는 이용권이 꼭 필요합니다. 헛 이용권은 케플러 트랙과 가장 인접한 도시인 테아나우(Te Anau)에 있는 내셔널 파크 비지터 센터에서 구매하면 돼요. 어른 기준으로 하루에 15불씩 총 45불을 주고 3박 헛 이용권을 구입했어요. 


3. 날씨 확인

트레킹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날씨죠. 뉴질랜드 오지 날씨는 불안정해 기상 악화로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비수기인 겨울철에는 눈이라도 내리면 눈사태나 시야 확보 어려움으로 트레커들의 사건사고가 비일비재로 일어나기도 해요. 트레킹을 하기에 가장 완벽한 날씨는 구름 없는 맑은 날인데요. 케플러 트랙 3박 4일 코스 중에서는 능선을 타고 넘는 2일 차의 날씨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날은 숲을 걷는 단조로운 길이라 날씨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2일 차 코스는 길이 좁고 경사가 있어 날씨 상태가 중요해요. 트레킹 날짜를 정할 때 2일 차 날씨가 가장 좋은 때로 일정을 잡으세요. 


뉴질랜드 날씨 확인 사이트 : www.yr.no

트레킹 관련 정보 사이트 : www.doc.govt.nz



트레킹 1일차 

이제 트레킹 준비가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떠나볼까요? 저는 케플러 트랙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근처 테아나우에 있는 유스호스텔 YHA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트레킹을 시작했습니다. 전날 테아나우로 오던 길에 만난 스코틀랜드 친구 닉도 케플러 트랙 트레킹을 하기 위해 왔다고 해서 동행하기로 했어요. 닉은 저와 마찬가지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뉴질랜드에 왔는데요. 퀸즈타운에서 일을 하다가 휴가를 내고 케플러 트랙을 찾게 되었다고 해요. 뉴질랜드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배낭 여행객들이 많아 이렇게 같이 동행하며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아무래도 처음 가보는 지역이니 동행하는 친구가 있다면 더 든든하고 안전하겠죠? 

저희는 앞서 말한 내셔널 파크 비지터 센터에서 헛 이용권을 산 후 곧바로 트랙에 도착해 트레킹을 시작했어요. 1일 차 목적지는 바로 룩스모어 헛이에요. 출발지로부터 13.8km 떨어져 있고 평균 소요시간은 5~6시간이에요.


이끼로 뒤덮인 숲은 태초의 모습 그대로 보전되어 있었는데요. 숲이라는 거대한 허파가 신선한 공기를 내쉬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앞서가던 닉도 분위기에 매료됐는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더라고요. 


1일 차는 능선으로 진입하기 위해 계속 산을 올라가야 해서 힘들어요.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절경에 피곤한 줄 모르고 산행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5시간 정도를 걸어 능선 부근에 진입해 1일 차 목적지인 룩스모어 헛에 도착했습니다. 출발 전 날씨가 좋았는데 어느덧 구름이 끼고 눈발이 휘날렸어요. 저희는 서둘러 헛 안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1일차 저녁은 닉이 가져온 쿠스쿠스와 참치 캔으로 해결을 했는데요. 쿠스쿠스는 쌀밥과 비슷한 종류로 외국인들이 배낭여행 중에 즐겨 먹는 음식이라고 해요. 무게가 가볍고 요리하기 편해 많은 트레커들이 쿠스쿠스를 애용한답니다. 


저녁을 먹고 룩스모어 헛 근처에 있는 천연동굴에 갔어요. 산에 내린 눈과 비가 화강암 지대를 뚫고 수백만 년에 걸쳐 침식 작용으로 생겨난 동굴로 인력이 따로 관리를 하지 않아 정말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는 동굴인데요. 저와 닉은 휴대용 라이트에 의존해서 30분 정도 동굴 밑으로 내려가보았습니다. 결국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비좁은 통로에 막혀 다시 되돌아 나오긴 했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동굴에 들어가니 인디아나존스가 된 것처럼 재미있더라고요. 하지만 불빛이 전혀 없는 동굴이니 만약 렌턴이 없다면 들어가지 마세요.


동굴 탐사를 마치고 헛으로 다시 돌아오니 게시판에 부착된 기사가 눈에 띄었어요. 날씨 경고를 무시하고 트레킹을 하던 2명의 남성이 사망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사망 추정 장소는 내일 코스인 2일 차 능선 부근이었어요. 눈이 쌓이면 길이 보이지 않아 절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죠.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험은 한 순간에 발생하기 마련이니까요. 

이 기사는 내일 트레킹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충분했습니다. 자연이 황홀한 광경을 선사해주며 기쁨을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목숨을 앗아 갈 수 있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명심하게 되었습니다. 


드넓은 땅 위로 펼쳐진 저녁노을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고단함이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2일 차 일정은 가야 할 길이 더 멀었기 때문에 저희는 빨리 잠을 청하기로 하고 숙소에 들어가 몸을 뉘었습니다. 높은 산에서 잠을 청하는 건 왠지 모르게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문명과 동떨어져 있다는 기분 때문인지 어떤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침낭에 들어가 몇 분을 공상 속에 머물다 잠들며 케플러 1일 차를 마무리했습니다.



트레킹 2일차

어느덧 2일차 날이 밝았습니다. 어젯밤 닉은 4일로 계획했던 일정을 3일로 단축해 보는 게 어떻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원래 저희의 계획은 룩스모어 헛에서 다음 헛인 아이리스 헛에서 2일 차 밤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16.2km를 더 걸어 다음 헛인 모투라우 헛에서 자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어요. 총 거리가 어제 일정의 2배라 무리일 것 같아 일단 아이리스 헛에 도착해 답변을 주겠다고 닉에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굳은 마음을 다지고 다시 트레킹 길에 올랐어요. 새벽이슬 때문인지 여기저기 풀잎에 서리가 끼어 있었습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날씨는 정말 좋았고, 눈도 많이 쌓여있지 않아 능선을 걷기에도 문제없었어요. 


산행 중 알파인 패럿이라는 키아 새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요. 키아 새는 고산지대에 사는 유일한 앵무새 종으로 현재 뉴질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멸종 위기의 새예요. 키아 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내려앉는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답니다. 정말 아름답죠? 키아 새는 케플러 트랙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즐거운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능선을 넘어 길을 걸으니 문득 제가 천상계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눈 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산맥과 피오르드 지형의 아름다운 광경이 현실 같지 않았어요. 이런 광경을 저 혼자만 보고 있는 것이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닉도 저와 같은 마음인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더라고요. 아마 케플러 트랙의 꽃은 피오르드를 눈에 담을 수 있는 2일차의 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높은 산에 올라가 베일에 가려 있던 세상 반대편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 같답니다.


닉과 저는 예정대로 능선을 내려와 2번째 헛인 아이리스 헛에 도착했습니다. 하산을 하며 무릎에 통증이 느꼈지만 3번째 헛인 모투루아 헛까지는 평탄한 평지 길이 많아 조금만 더 힘을 낸다면 오늘 갈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출발 전 닉이 제안했던 일정에 동의를 해 2, 3일 일정을 하루에 주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닉과 저는 빠르게 식사를 마친 후 서둘러 다음 목적지인 모투루아 헛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되신다면 무리하지 말고 4일에 걸쳐 트랙을 완주하는 걸 추천드려요.  


저희가 모투루아 헛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가고 있었어요. 다행히 어느 정도 빛이 남아 있을 때 헛에 도착해 큰 위험 없이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는 길에 닉의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었는데, 헛에서 확인해 보니 발에 큰 물집이 생겼더라고요. 물집 생긴 발로 계속 참으며 걸었을 닉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남은 거리는 불과 15km, 내일이면 뜨거운 물로 샤워할 수 있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힘을 냈어요.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맥주를 한 잔씩 하기로 했는데요. 첫 날부터 배낭에 넣어 들고 온 맥주 캔을 따니 기온 때문인지 살얼음이 끼어있었어요. 트레킹이 끝나간다는 아쉬움과 무사히 함께 보낸 시간들을 축하하며 저희는 두 개의 맥주 캔을 부딪쳤습니다. 

 


트레킹 3일차 

이틀간의 트레킹으로 몸이 많이 지쳤는지, 마지막 날의 아침은 그리 개운하지 않았어요. 시간 여유가 있어 조금 느긋하게 채비한 후 마지막 날 트레킹을 시작했습니다.  


3일 차 트레킹은 첫날과 비슷하게 계곡을 따라 우거진 숲 사이를 걷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트레킹을 시작할 때는 좁은 개울을 끼고 걸었지만 물줄기가 점점 넓어지는 것을 보며 트레킹이 끝나간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고산 지대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새 소리는 트레킹의 종료를 알리는 벨소리 같았답니다.

그렇게 케플러 트랙을 한 바퀴 돌아 저희는 처음 트레킹을 시작했던 곳으로 도착했어요. 닉과 악수를 하며 케플러 트랙 완주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함께 다른 트레킹을 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며 닉은 퀸즈타운으로 저는 테아나우로 돌아갔습니다. 



뉴질랜드에서 트레킹 어떠셨나요? 낯선 타지에서 변수가 많은 트레킹을 한다는 건 큰 모험이에요. 그만큼 트레킹을 끝낸 후의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철저한 준비와 체력에 맞는 코스 선택을 잘 한다면 안전한 트레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들로 잠시 벗어나 몸으로 호흡하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트레킹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기자 11기 박유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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