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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굽이따라 그림 속의 길을 찾아 걷는 도산구곡 예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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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7. 12:57

|힐링캠프|

 

‘예던길’은 선인들이 추구했던 진정한 삶의 길을 일컫습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해 진 우리의 삶. 옛날 옛적 누군가가 삶에 대해 고민하며 걷던 흔적이 남아 있는 안동 도산구곡 예던길을 따라 걸으며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 도산면 원천리 내살미 마을은 왕모산 칼선대로 이어지는 공민왕 전설이 깃든 그림 속의 길을 따라 걷게 된다.

 

선현들의 사색을 좇아 걷는 예던길


광산김씨 예안파 집성촌인 오천군자리 전경. 도산구곡 예던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낙동강 상류의 수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오천에서 청량산에 이르는 아홉 곳의 물굽이마다 아름다운 마을이 자리한 도산구곡은 조선시대에 이름난 학자를 많이 배출한 지역입니다. 군자가 아닌 이가 없다 하여 불리는 군자리, 이들이 살던 외내 마을에서는 이건移建을 위해 집을 정리하다 보니 선조들이 남긴 문집과 교지, 호구단자, 분재기, 혼서지 등 집안 대소사 관련 자료들이 수천 점이나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갖은 전란을 겪으면서도 단 한 점도 잃어버리지 않고 5백여 년 세월 동안 간직해온 이 자료들은 한국국학진흥원과 현재 군자마을 숭원각에 고이 보관되어있습니다. 특히 퇴계 이황이 태어난 도산면 온혜溫鞋마을은 공자와 맹자가 태어난 곳과 같다는 뜻으로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 했습니다. 길 곳곳에 문화유산이 남아 있고, 선현들의 인생에 대한 고민과 추억이 깃든 작은 누각, 나무 한 그루까지 속 깊은 길동무가 되어줍니다. 고려시대 공민왕이 지나간 길을 농암 이현보 선생이 지나갔고 퇴계 이황 선생이 지난 길을 오늘날 우리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산자락이 낮아 걷기 편안하고 마을 사람 모두가 친절한 길 안내자가 되어주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예던길. 선현들이 사색을 하며 걷던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인생의 고민과 걱정에 대한 해답을 얻을지도 모릅니다. 생각만으로도 벅차고 설레는 여정이 아닌가 합니다.

 

 

사람들의 삶을 품고 말 없이 흐르는 강물아


▲ 예안에서 부포에 이르는 뱃길 속엔 안동댐으로 인해 수몰된 여러 성씨의 종가마을들이 잠겨 있다.

 

이름난 선비 가문이 수백 년간 대를 이어 살아온 유서 깊은 마을들이 낙동강의 절경 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에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이 지역 마을들이 대부분 물 속에 잠겼다고 합니다. 마을이 수몰되기 직전에 문화재와 고택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는 했지만 보존한 것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종가, 문화재로 지정되었거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주요 건물들만 옮겼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살던 집과 마을이 물속에 잠기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무심한 강물은 이 지역의 역사를 깊이 묻어두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금도 말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눈길 닿는 곳곳에 살아 숨 쉬는 역사


▲ 안동 광산김씨 예안파에서 향사례를 지내기 위해 사랑채에 모여 분정을 하는 모습

 

선인의 삶을 찾아가는 ‘도산구곡 예던길’이라 이름 붙은 이 길에서는 발길 닿는 곳마다 수많은 문화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또 도산구곡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선현들의 주옥같은 글이 많이 남아 있어 그 가치를 더합니다. 수백 년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도산구곡에는 농암 선생이 어버이 늙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지은 집 ‘애일당’이 남아 있고, 퇴계 선생이 매화 시를 읊던 곳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예안파의 별채 제청으로 지어진 후조당

 

퇴계 선생이 노년에 도산서당 유생들과 낙동강 물결을 바라보며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던 관란헌, 특별한 과거시험을 치른 시사단도 인상적입니다. 거센 탁류 속에서도 제 모습을 지키고 있다가 물이 맑을 때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바위를 보며 삶의 자세를 배우던 탁영담. ‘도산구곡 예던길’을 걷노라면 산 따라 길 따라 얽힌 이야기와 벼슬을 버리고 초야에 묻혀 살아간 선인들의 시 구절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옛사람의 자취가 남은 곳 중에 어디 하나 귀하지 않은 장소가 있을까마는 도산구곡에서는 그 어른들의 숨결이 코앞에서 느껴집니다. 수백 년 전 조상의 유지를 바로 어제 일처럼 계승하는 사람들이 있는 까닭인데요. 일상의 불편을 감내하면서 종가를 지키고 조상의 뜻을 기리며 계승 발전시키고자 애쓰는 종손과 종부들, 그 앞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 퇴계 이황 선생이 노년에 직접 설계해 후학을 위해 10년을 지내다 돌아가신 도산서원의 전경

 

긴 세월 한결같이 전통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 이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는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러 찾아나서는 슬로시티나 민속마을 등이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이곳이 바로 슬로시티이고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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