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12. 10:56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많은 분들이 인생에 한 번쯤은 꼭 다녀오는 곳인데요, 서울과 수도권에서 경주 여행을 떠나는 분들은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에 약간을 우회해 경북 지역의 다양한 먹거리를 탐방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제가 경주 인근 지역으로 추천하는 여행지는 영천과 영덕인데요, 볼거리도 많지만 다양한 먹거리로 여행객을 유혹하는 경북의 여행지들을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게요!
# 영천시, 육회비빔밥
경북의 남동부에 자리하고 있는 영천시는 동해와 내륙을 잇는 지리적인 조건 덕분에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각종 약재와 농수산품을 한데 모아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는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현재는 인구감소로 이전의 호황기보다 소박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여전히 경북을 오가는 이들에게 정겨움을 안겨주는 곳이죠.
경주에 가기 전, 육회를 맛보기 위해 영천에 들렀는데요, 점심시간이었던 터라 단품인 육회보다는 식사를 겸할 수 있는 육회비빔밥을 주문했습니다. 1만5,000원이란 가격이 부담될 수도 있지만, 서울의 유명식당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적지 않아 한 번쯤 맛볼 만할 음식입니다.
육회비빔밥을 주문하면 된장찌개와 상추 겉절이가 함께 제공되는데, 취향에 따라서 상추 겉절이를 함께 넣어 드시면 됩니다. 육회비빔밥에 들어간 육회의 양이 상당하고, 잘게 썬 미나리가 상큼한 맛을 북돋아주어서 무척 맛있었어요. 마지막 한 술까지 부드러운 육회의 식감을 즐길 수 있는 기분 좋은 한 끼였습니다.
화평대군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12
문의: 054-334-2514
# 경주 황리단길, 드립 커피
영천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40여 분을 달려 경주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에 기와지붕집이 줄지어 있어 경주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톨게이트뿐 아니라, 외국계 커피 프랜차이즈점조차 기와로 단장을 한 모습이 매우 고풍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경주에서 처음으로 들린 곳은 황리단길입니다. 황남동이란 지명에 서울의 경리단길을 합성한 단어로 추정되는데요. 좁은 보행자 도로 사이로 아기자기한 카페와 소품점, 그리고 식당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제가 들른 카페는 황리단길 초입에서 약간 떨어진 핸드드립 커피집입니다. 이전에 유도 체육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최소한만 보수해 카페로 활용하고 있었는데요, 통유리로 마감해 여러 곳에서 빛이 들어오는 따스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유롭게 커피향을 맡으며 있자니 평화로운 기운까지 느껴지는 듯했어요.
향미사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태종로 734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hyangmisa/
# 경주 시내, 갈빗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경주의 모습은 다른 도시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는데요. 항상 이런 풍경을 이웃 삼아 사는 경주 분들은 익숙한 모습이겠지만, 외지인에게는 인상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동궁과 월지 등의 주요관광지는 석양과 야경을 즐기러 온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어요.
경주는 아직까지도 소를 키우는 농가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경주 시내에는 유난히 쇠고기를 파는 곳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소갈비를 파는 곳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통 소갈비라 하면 큰 갈빗대가 붙은 모양을 떠올리기 쉽지만, 경주에서 맛보았던 숯불갈비는 갈빗살을 소금구이하거나 가볍게 양념이 되어 색다르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적당한 크기의 화로 위에 불판을 깔고 간이 되지 않은 생갈빗살과 양념갈빗살을 차례대로 맛보았습니다. 생갈빗살은 갈비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었고, 양념갈빗살은 과하지 않은 양념이었지만 은은한 양념맛을 즐길 수 있는 별미였어요. 늦은 시간까지도 친구나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식당을 가득 메워 갈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영양숯불갈비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봉황로 79
문의: 054-771-2627
# 경주 양남, 모듬회
경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상절리를 감상하는 코스입니다. 경주시내에서 동쪽으로 50분쯤 달리면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에 도착하는데요,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주상절리는 자연의 힘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경주시 양남면은 해안이 아름다운 어촌 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은 신선한 생선회가 특히 유명한데요, 직접 조업한 생선들이다 보니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회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꽉 찬 식당과 마주하게 됩니다. 모듬회에 들어가는 회는 조업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주로 광어나 농어 등이 골고루 섞여서 나온다고 해요.
저는 모듬회 2인분을 주문해 보았습니다. 쌈은 물론, 야채와 함께 비벼서 회무침으로도 즐길 수 있는데요, 막 썰어 나온 회를 이런 저런 방식으로 즐기다 보면 어느 정도 배가 부르지만, 오래 끓여 깊은 맛이 나는 매운탕을 포기하기는 아쉽습니다. 농가에서 만든 듯한 투박한 두부가 정겨운 맛을 더하고, 맨 위의 산초가루가 독특한 풍미를 느끼게 해주니 꼭 맛보세요.
골목횟집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수렴리 141-2
문의: 054-744-0553
# 영덕 수산시장, 대게
경주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를 올라가면 영덕에 도착합니다. 영덕의 강구항에는 여러 대게 전문점과 어시장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서비스나 많은 반찬보다 대게 자체를 집중적으로 즐기기 원한다면 어시장에서 대게를 구입한 후 소위 ‘초장집’이라고 일컫는 연계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많은 인파로 인해 강구항으로 진입하는 대교에서부터 정체가 시작됩니다. 일단 강구항 주변으로 진입했다면 너른 주차장과 거대한 대게 조형물이 설치된 공원을 만나게 됩니다. 식사 전후로 바다를 배경 삼아 산책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조황 상황에 따라 대게의 가격도 천차만별인데요. 대게 맛은 가격에 비례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는 듯합니다. 초장집에서 상차림비 정도를 지불하고 순서를 기다리면 먹기 좋게 찐 대게를 해체해 줍니다. 게딱지의 경우 따로 요청하면 밥과 볶아 게딱지밥으로 즐길 수도 있고요. 대게 외에도 원하는 해산물이 있다면 어시장에서 따로 구입 후, 식당에서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경북의 여러 도시를 지나면서 새삼 국내 여행지의 다양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데요, 온갖 미디어에 많은 여행 정보들이 있지만 직접 가서 보고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봄이 시작된 3월, 상황이 허락한다면 어디론가 떠나보는 것도 일상을 재정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가꿈사 와이프로거 13기 이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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