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1. 10:25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삶의 모양을 바꿔 놓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은 사라지고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는데요, 그로 인해 우리가 누렸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했는지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의미 있는 하루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모습들 중에서도, 고전문학을 읽는 즐거움과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된 <작은 아씨들>의 매력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집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많은 요즘, 고전 읽기 붐이 불고 있습니다. TV 프로그램에서도 고전을 자주 소개하며 다시금 고전이 가지는 위대한 힘과 영향력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작은 아씨들>입니다.
1868년 10월에 발표된 <작은 아씨들>은 네 자매인 메그, 조, 베스, 에이미가 주인공입니다. 남북전쟁이 일어났던 19세기 후반, 네 자매가 사는 미국의 콩코드 지역을 배경으로 삼고 있죠. 각기 다른 성격과 취향, 삶의 태도를 지닌 4명의 여성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요, 이 사랑스러운 네 자매는 나와 비슷하거나 우리 주변의 그 누군가와 비슷한 여성들입니다. 저자인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네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난 루이자 메이 올컷은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 출신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글쓰기, 남의 집 가사일, 바느질과 교습 등 여러 잡다한 일들을 해야만 했습니다. 남북전쟁 중에 자원 입대해 간호병으로 지내기도 했죠.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선 이후 출간한 <작은 아씨들>은 큰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이듬해인 1869년 4월에 <작은 아씨들> 2부가 출판되었습니다. 네 자매의 따뜻한 유년 시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던 1편에 이어 2편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2편은 조의 꿈을 이뤄 나가는 성장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작은 아씨들>은 최근 영화화되면서 원작이 집중 조명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음악상, 의상상 등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최종적으로 의상상을 수상했어요. 관람객들과 평론가 양쪽 모두에게서 호평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죠.
평론가들은 <작은 아씨들>이 설득력이 있고, 영감을 불러 일으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평가합니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소설가이자 사상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는 자서전에서 ‘<작은 아씨들>의 조를 흉내 내기 위해 단편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한 바 있죠.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세계 여러 나라에 출간되었고, 독자뿐 아니라 수많은 작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메그와 조, 베스, 에이미는 자매지만 성격도, 외모도, 좋아하는 성향도 모두가 다릅니다. 이들의 개성 어린 모습은 소설 속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는데요, 생동감 있는 등장 인물들의 언어와 행동,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녀들의 친구가 되어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작은 아씨들>의 네 자매는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뽐냅니다. 온화하면서 우아하고 허영심이 강한 메그,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며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말괄량이 조, 피아노를 사랑하며 집안 일을 묵묵히 도우는 천사 같은 베스, 불평 불만이 많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추구하는 에이미는 삶의 굴곡마다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으로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며 독자에게 많은 위로와 위안을 주었습니다. 때론 연대하며 때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그녀들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로 전달되었죠.
책을 한층 더 재미있게 읽고 싶다면 원작을 읽은 후 영화를 감상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영화를 감상하며 원작과 비교해보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는데요,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이미지가 영화에서는 어떻게 구현이 되는지 살펴보는 즐거움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영어공부에 관심이 있다면 번역서들을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은 아씨들>은 펭귄클래식코리아, 알에이치코리아, 윌북, 더스토리 등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었는데요, 출판사에 따라 1권과 2권이 따로 되어 있기도 하고 한 권에 다 수록되어 9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으로도 만날 수 있기도 합니다. 그 중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될 수밖에 없죠. 힌트를 드리자면, 책의 고수들은 번역가를 보고 고릅니다. 각기 다른 세 개의 출판사의 첫 페이지를 한번 비교해 볼까요?
윌북: “선물 없는 크리스마스가 무슨 크리스마스야.” 러그에 드러누운 조가 투덜거렸다. “가난은 정말 끔찍해!” 자신의 낡은 드레스를 내려다보며 메그도 한숨을 지었다.
알에이치코리아: “선물도 없는 크리스마스가 무슨 크리스마스야.” 조가 양탄자 위에 벌렁 드러누우며 불만을 터트렸다. “가난한 건 정말 싫어!” 메그가 낡아빠진 옷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펭귄클래식코리아: “선물도 없는 크리스마스가 무슨 크리스마스야.” 조가 양탄자 위에 드러누워서 투덜거렸다. “가난한 건 너무 지긋지긋해” 메그는 자신의 낡은 드레스를 내려다보며 한숨지었다.
어떤 번역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내용은 같지만 미묘한 번역의 차이로 인해 전반적인 느낌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텐데요, 요즘 대부분의 온라인 서점에서는 책의 앞부분을 미리보기 할 수 있으니, 여러 번역서들의 문장을 비교해 본 후 가장 마음에 드는 번역서를 골라 구매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이 ‘가장 개인적이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수상 소감으로 전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루이자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작은 아씨들> 역시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기에 오랜 시간 사랑 받을 수 있던 것 아닐까요? ‘누구나의 삶은 한 편의 영화이자 소설이다’는 말이 있듯, <작은 아씨들>은 삶의 한 켠 한 켠이 쌓이면 감동을 선사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2020년, 다독을 계획하셨던 분들 많으시죠? 그 첫 책으로 <작은 아씨들>을 선택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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