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2. 19:24
사랑하는 연인과의 데이트.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지만, 비용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은 어느 커플한테나 한 번쯤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19년 미혼남녀 4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데이트 비용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데이트 비용으로 연인과 다툰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83.2%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서로 합의점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커플들도 있겠지만, 결제의 순간마다 아슬아슬 복잡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커플도 많다는 뜻이죠. 이런 커플들에게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데이트 통장’입니다. 데이트 통장이란, 데이트 비용으로 쓸 일정한 금액을 넣어 놓는 공동 통장인데요, 오늘은 데이트 통장의 장점과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데이트 통장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경제적입니다.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면 형편에 맞고 제한된 예산 내에서만 소비를 하게 되기 때문에 과소비를 막을 수 있죠. 또 데이트할 때의 소비 경향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 계획적인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데이트 통장이 있으면 금전 문제에 관한 대화를 쉽게 나눌 수 있습니다. 커플 사이에 금전 문제는 예민한 이슈라 어느 한 쪽이 불만을 가지고 있더라도 쉽게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데요, 데이트 통장을 만들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돈을 얼마나 넣을지, 어떻게 사용할지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다툼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트 비용을 한 개의 카드로 관리하기 때문에 그 카드의 혜택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커플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카드를 선택하면, 이에 따른 혜택을 알차게 누릴 수 있는 것이죠. 요즘에는 데이트 통장을 위한 상품들도 많기 때문에 여러 카드를 비교해 보고 함께 고르는 것도 흥미로운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이트 통장을 만드는 방법은 일반 통장을 만드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유의사항과 알고 있으면 유리한 꿀팁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우선, 통장을 무조건 ‘공동명의’로 개설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동명의로 통장을 개설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돈을 인출할 수 없다는 것인데요, 그러나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자칫 이별 후 카드를 해지할 때 두 사람이 함께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죠. 또한 공동명의로 개설하면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의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소득공제의 측면에서 직장인이 있다면 직장인의 명의로 만드는 것이, 둘 다 직장인이라면 소비와 지출이 보다 많은 쪽의 명의로 만드는 것이 유리합니다.
두 번째로 카드 상품을 선택할 때 커플의 소비 패턴을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합니다. 은행마다 수많은 은행상품이 존재하는 만큼 혜택들도 가지각색입니다. 예를 들어 문화생활을 자주 하는 커플이라면 영화관이나 놀이동산 등에서의 혜택이 많은 카드를, 외식을 자주하는 커플이라면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에서의 할인 혜택이 많은 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
세 번째로 투명하게 돈이 사용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두 사람이 모두 소비 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체크카드를 1장 발급한다고 가정했을 때, 통장과 카드를 각각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잔액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문자로 지출 내역을 받을 수도 있고, 인터넷 뱅킹이나 계좌 연동 어플 등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수단들을 분산시켜 양쪽이 모두 소비 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세요.
마지막으로, 사전에 서로 간의 충분한 대화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합의가 필요한 가장 큰 두 가지는 바로 입금 날짜와 입금 비율입니다. 입금 비율의 경우 서로의 상황이나 소득의 차이를 고려하여 결정하면 되고, 입금 날짜의 경우 정확한 날짜에 약속한 총 금액을 모두 입금하도록 합니다. 만약 이러한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데이트 통장의 사용은 오히려 싸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데이트 통장은 잘 쓰면 커플 사이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약이 될 수 있지만 잘못 쓰면 오해와 다툼을 불러일으키는 독이 될 수도 있는데요, 두 가지 상반된 사례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사례입니다. 데이트 통장 사용 2년차인 A커플은 매달 데이트 통장의 남은 금액을 따로 저축하고 있습니다. 큰 돈이 모이면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하고 있죠. 이 커플의 데이트 통장 관리 비법은 바로 ‘가계부’입니다. 가계부 앱 계정을 함께 공유하며 밀리지 않고 기록했고, 정기적으로 소비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죠. 가계부를 통해 보다 계획적으로 소비할 수 있었고, 매달 잔액이 남게 되었습니다. 남은 돈으로 여행도 가고, 커플 아이템도 구매하면서 사랑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고 하네요.
B커플은 요즘 데이트 통장을 만든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처음 몇 달간 잘 관리된 데이트 통장이 최근 개인 통장처럼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트 통장의 돈으로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산 후 나중에 돈을 채워 넣겠다고 우기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약속한 금액의 입금을 차일피일 미루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쌓이고, 다툼이 늘자 통장관리에 큰 스트레스를 받은 커플은 진지하게 이별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공의 목적 이외로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고, 서로가 정한 처음의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 시작하면서 데이트 통장은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만 것이죠. 데이트 통장이야 언제든 없애면 그만이지만, 이미 잃어버린 서로의 신뢰를 되찾기에는 너무 늦은 듯합니다.
지금까지 데이트 통장의 장점과 유의사항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다른 무엇보다 꼭 기억해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바로 친밀한 연인 사이에서도 금전과 관련된 문제는 무척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데이트 통장의 돈을 어느 한 쪽의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되죠.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대화’가 필수입니다. 정기적으로 소비 내역을 함께 보면서 지출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소비 방향에 대해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이 점만 잘 지킨다면 데이트 통장은 금전 문제로 갈등을 겪는 커플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데이트 통장으로 슬기롭게 돈을 관리해 비용은 아끼고, 사랑은 키우는 현명한 연인 사이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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