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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하는 육아 아빠 이야기

Interviewee 이민재

육아하는 아빠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려면 사실 우리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육아의 책임감을 갖는 아빠의 노력, 아빠의 노력을 무시하지 않는 동료의 노력, 남녀 모두에게 동일한 육아 휴직의 기회를 주는 기업의 노력, 이를 지원하는 사회의 노력까지! 조금씩 조금씩 누구 하나 소홀하지 않고 모두 참여해야 육아 아빠를 일상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은 특별한 이야기지만 곧 일상이 되었으면 하는 육아 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민재 / 36세
27개월 딸 재인이와 10개월째 육아 생활 중
현재 <호락호락> 뉴스레터 편집장 / 유튜브 채널 <퇴사자인더하우스> 운영

코로나 19 상황으로 퇴직자 수가 급증했다. 청소년 진로교육 회사에 다니고 있던 이민재 씨도 코로나 19로 중고등학교 등교가 중단되면서 회사가 어려워지자 2020년 5월 퇴사했다. 그렇게 퇴직자가 되었고 이직보다는 한참 손이 많이 가는 (당시) 22개월 딸 아이를 직접 키워보겠다는 결심으로 아내와 상의 끝에 육아와 살림을 전담하는 육아 아빠가 되었다. 10개월 차 육아 아빠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육아 아빠 되셨을 때 어떠셨어요?

육아 휴직을 선택한 아빠와는 달리 퇴사로 자연스럽게 육아를 하게 된 상황인데요. 차라리 잘됐다 싶었어요! 아이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는 기회이자 아내에게도 휴식을 주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퇴사 전 육아 참여도는 얼마나 됐나요?

한 30%? 마음은 50%였는데 퇴근이 아내보다 늦었고 출장도 잦아서 현실적으로는 30%밖에 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유식을 만들어 본다던가 아이와 주말마다 꼭 시간을 보낸다던가.

 

살림은요? 가사도 잘 돕는 아빠셨나요?

가사는 돕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거죠! (웃음) 결혼 후 지금까지 가사는 거의 반반 나눠서 해서 살림을 하는 데도 크게 어려움은 없었어요

육아를 전담하는 솔직한 소감도 궁금해요. 엄마의 고충을 좀 이해하게 되셨는지

평소에 가사 일을 함께 했고, 육아에 참여도 하고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생각보다 할 만했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많은 에너지와 인내, 강력한 멘탈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육아도 살림도 갑자기 시작했다면 못했을 거 같아요.

 

하원 후 아이와 집콕 생활

아하! 평소에 갈고닦은(?) 실력이 있었군요

네, 설거지는 제가 거의 다 하고 요리도 아내보다 많이 해요. 아내는 주로 청소나 빨래를 담당하고요. 육아에서 아내 역할이 더 컸는데요. 그래도 재인이 이유식도 만들어 보고, 목욕, 재우기 등 제가 해볼 수 있는 육아는 다 해봤어요.

그래도 어려운 점이 있을 거 같아요.

육아는 어렵다기보다 힘들어요. 일과를 보면 등원-개인업무-하원-놀이-저녁-육퇴-집안일 이렇게 딱딱 나뉘지만 밥 먹이고, 옷 입히고, 준비물 챙기고, 씻기고, 재우는 사이 사이의 안 보이는 수고와 노력이 어마어마합니다. 육아해본 분들 다들 아시죠? 이 노력들이 티가 하나도 안 난다는 게 힘든 것 같아요(웃음)

 

육아를 하면서 좋았던 건요?

무엇보다도 아이 성장의 순간을 목격하고 그 순간을 함께 한다는 게 제일 좋아요. 제가 퇴사할 즈음 재인이가 말이 빠르게 느는 시기였거든요. 쫑알쫑알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느는 아이를 보는 게 정말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제가 발견한 아이의 변화를 아내에게 말해주는 것도 기쁨이 되었고요.

재인이가 아빠와의 시간이 확 늘어났잖아요. 재인이는 어떻게 변했나요?

아빠와의 시간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엄마와의 시간이 줄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가 엄마에 대한 집착이 커졌어요. 아빠는 엄마와의 시간을 차단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거 같아요. 저와 단둘이 있을 때 정말 잘 지내는데 엄마만 왔다 하면 아빠를 엄청 밀어내요. 지켜보는 아내가 무안해할 정도로 아빠 가라고…

아빠를 더 좋아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서운하진 않으세요?

성향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전 이런 부분은 쿨해요! 별로 신경 안 쓰여요. 아내가 저보다 훨씬 육아를 잘하지만 아이한테 받는 스트레스에는 굉장히 취약한 편이에요. 전 아이가 울거나 떼를 부리는 상황에도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거든요. 아빠든 엄마든 스트레스에 덜 취약한 사람이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하면 부부 관계나 아이와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면서 육아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육아 아빠 생활을 하면서 아빠가 변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다들 공감하시죠? 전에는 하루라는 시간이 출근, 업무, 퇴근, 야근까지 저의 시간으로 짜여 졌는데, 지금은 재인이의 시간으로 하루가 짜이고 사이 사이에 제 시간이 채워지잖아요.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하지 하지 못하는 게 되게 다르더라고요.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한 것 같아요. 혼자만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언제까지 외벌이로 생활할 수는 없으니 저만의 일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여러 도전을 하고 있어요. 함께 퇴사한 팀원들과 앞으로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를 개설해 <퇴사자 인더하우스>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요. 그리고 제가 잘하는 출판, 도서, 기획, 제작에 대해 일을 정리해보자는 마음으로 출판 스터디도 진행했어요. 이를 계기로 올 1월부터 스타트업으로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유튜브 채널 퇴사자인더하우스
뉴스레터 호락호락 기사

또 육아를 하면서 생긴 단상과 육아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작년 7월부터 ‘호락호락’ 이라는 뉴스레터도 발행하고 있어요. 자녀만큼은 호락호락(好樂好樂)하게 키워보자는 뜻입니다. 이렇게 생각한 것들을 늘어 놓고 수습하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틈도 없이 바빴네요.

원래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인 것 같아요. 이런 에너지로 재인이와는 어떻게 놀아 주시나요?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두려운 아빠들이 많은 거 같아요.

그 에너지와 이 에너지는 다르긴 한데요(웃음) 전 몸으로 놀아주는 걸 좋아하는데 아이는 인형으로 역할극 하는 걸 좋아해요. 원래 아이랑 놀아줄 때 이런 게 힘들잖아요, 난 너무 재미없는데 반복해서 아이에 맞춰 놀아줘야 할 때.

이건 아이와 ‘놀아주고’ 있기 때문인데요. 아빠도 놀이에 빠져 함께 놀면 아이도 아빠도 즐거워요.  아이와 놀아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놀아야 하는 거죠. 저 같은 경우 제가 좋아하는 레고 조립을 하면서 레고로 역할극을 해줘요. 그럼 저도 놀이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아빠가 재밌게 놀면 아이는 저절로 즐거워합니다.

 

육아는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는 거 같아요. 육아할 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멘탈관리요! 육아하다 보면 어떤 선택을 해도 아쉬움이 남아서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반문이 생기잖아요. 그러다 보면 정신도 마음도 힘들고, 여유가 없어지고, 부부 관계도 안 좋아지는 거 같아요. 사실 육아뿐만 아니라 인생사 모든 일이 완벽할 수 없잖아요. 내가 행복해야 이 안정감이 아이에게도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에게는 내가 최고의 전문가니까, 아이를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지금처럼요!

 

육아하는 아빠가 특별함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육아, 돌봄의 노동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필요해요. 퇴직하고 집에서 아이를 보는 걸 짠해하는 분들이 계셔요. 특히 어른들이요. 전 육아하고 살림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거든요. 육아 아빠라고 하면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것도 특별대우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하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잖아요. 엄마, 아빠 모두가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맞돌봄이 확산되려면 기업의 태도, 사람들의 가치관이 많이 변해야할 것 같아요. 이런 관점에서 육아하는 아빠의 시선으로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레터 <호락호락>으로 발간하고 있는 겁니다(많이 구독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육아하는 아빠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해주세요.

처음 육아를 시작할 때의 두려움과 막막함, 저도 잘 압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일상과 인생 전반에 제약들이 많아져서 버거울 때가 있죠. 그럴수록 우리가 행복해져야 하는 것 같아요. 엄마 아빠의 마음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우리 행복해져요! 아이가 커서 우리처럼 행복하게 사는 꿈을 꿀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