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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의 대화에도 스킬이 필요해요, 우리 아이와 상처받지 않고 대화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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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8. 10:00

Writer 김선호(‘엄마의 감정이 말이 되지 않게’ 저자)

지난 1년, 코로나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등교하는 날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갑자기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고, 그 시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른 채 우왕좌왕하다 1년이 지나버렸다. 자녀와의 대화는 무척 어렵다. 함께 오랜 시간 있는다고 해서 저절로 좋은 대화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좋지 못한 대화는 함께 있는 시간이 길수록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기기 쉽다. 상처받는 아이들의 표정을 엄마도 느낀다. 후회하지만 비슷한 일들이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 그렇게 반복되면 엄마와 아이 모두 무기력해지고 자존감이 낮아진다. 자녀와의 대화 방법을 고민 중인 부모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의지력이 고갈된 날에는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요즘 결혼 연령을 고려해보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즈음이면 부모의 나이는 대체로 30대 후반이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 시기를 ‘중간항로’라고 부르는데,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의지력이 쉽게 고갈되는 시기다. 가만히 살펴보면 부모가 자녀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는 상황들이 대부분 비슷한 시간, 비슷한 장소, 비슷한 이유로 발생한다. 부모가 몇 번이나 말을 해도 아이가 똑같이 잘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인은 아이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 화를 내는 순간은 부모의 의지력이 ‘한계점’에 와 있을 때 발생한다.


‘하루 10분 대화’의 중요성이 육아 커뮤니티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아무리 중요해도 부모의 의지력이 고갈된 날에는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냥 아이 얼굴 한 번 쓰다듬어주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내일 더 나은 대화를 위한 충전이 된다. 아이들은 ‘자기 중심성’이 강하다. 자기 중심성이 강한 존재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몇 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자녀와 잘 대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일단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 대화는 그 후에 시도한다.

아이가 ‘짜증’을 낼 때, 받아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짜증을 내는 아이를 혼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곤 혼내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어디 부모한테 짜증이야. 버릇없이.”


짜증은 감정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동적으로 솟아나는 어떤 것’이라는 뜻이다. 감정은 버릇이 없거나 예의 없는 행동이 아니다. 그냥 어떤 상황 속에 놓였을 때, 정서적으로 저절로 느껴지는 심리상태다. 많은 부모는 자녀가 짜증을 낼 때 ‘무시당했다’고 생각하지만 무시당한 것이 아니다. 아이는 그저 감정이 올라온 것뿐이다. ‘무시’는 아이들이 ‘의도성’을 갖고 무언가 잘못을 했을 때 해당한다.


“아빠가 떡볶이 사 온다고 했는데... 깜박했네. 미안. 내일은 꼭 사 올게. 오늘은 대신 짜장면 시켜 먹자.”


만약 자녀의 짜증이 엄마나 아빠의 어떤 실수 때문이라면 감정을 받아주면 된다. 하지만 아이의 짜증이 엄마나 아빠의 어떤 실수 때문이 아니라, 아이 개인의 문제 때문이라면 그 짜증을 해소해주려 애쓸 필요는 없다. 공감해주고 아이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주면 된다.


“친구 때문에 짜증이 났구나. 힘들었겠다.”


현재의 힘든 상황을 공감해주고 부모는 자기 일을 하면 된다. 부모의 잘못이 아닌데도 아이의 짜증을 어떻게든 풀어주려 애쓰다 보면, 부모 스스로 감정 쓰레기통을 자처하게 된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는 짜증 섞인 감정을 부모를 통해 해소하려 들 것이다. 감정은 자신의 몫이다.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대화법은 ‘어감’에 있다


부모는 대화의 내용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용보다 말의 ‘어감’에 더 신경을 쓴다. 아이들의 대화법은 부모의 대화법과 다르다.

“밥 먹어.”


글자로 썼을 때는 그저 밥을 먹으라고 부르는 의미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감을 통해 다양하게 해석한다.


‘엄마가 나를 귀찮다고 여기는구나. 빨리 밥이나 먹고 자라고 하네.’
‘아빠가 화가 많이 났구나. 학원 시험을 망쳐서 화가 났나 보네.’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대화법은 단순하다. 사랑을 담아서 그 어감이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사고를 한다. 직관적이란 논리적 설명 없이 바로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부드럽게 말한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부모의 사랑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직관은 언어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말보다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사랑을 받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알아챈다. 그 뒤에는 어떤 말이 나와도 부모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대화법은 말에 있지 않다. 어감에 있다.


모욕감만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잘 자란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회복탄력성이 좋다. 직장일과 육아에 지쳐 순간적으로 아이에게 언성을 조금 높였다고 해서 너무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부모가 많이 피곤하고 지쳐 있다는 걸 아이도 직관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욕감’을 주는 표현은 상황이 다르다.


“그렇게 먹으니 살이 찌지.”
“이렇게 쉬운 것도 못하다니... 정말 한심하네.”


아이들마다 모욕감을 느끼는 단어가 있다. 우리 아이가 어떤 부분에 부끄럽거나 수치스럽다고 느끼는 부분을 건들지 말아야 하는데, 그 부분을 툭툭 말해버린다. 그냥 스치듯 뱉어버린 표현이라도 수치스러움은 아이의 깊은 무의식 속에 둥지를 트고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언젠가 독을 품은 뱀처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쏟아낼 준비를 한다. 대화를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모욕감을 주는 말만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알아서 잘 성장한다. 자녀와 대화를 시도할 때는 주문을 외워보자.


“모욕감을 주는 단어는 말하지 않는다.”


김선호
초등교육 전문가, 서울 유석초등학교 교사, ‘초등 자존감의 힘’ 등 9권의 교육 저서를 집필했다. 유튜브 ‘초등사이다’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자녀교육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도 읽어보세요!

1. 초등 자존감의 힘 (김선호 저, 길벗)
사회성, 대인관계, 학습력, 자기 주도력, 정서감 등 그 모든 기저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들의 ‘자존감’. 아이의 자존감 회복과 더불어 부모로서 자존감 회복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얻을 수 있는 책


2. 엄마의 감정이 말이 되지 않게 (김선호 저, 서랍의 날씨)
코로나 시기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상처가 되는 줄도 모르고 사용했던 말, 상처로부터 회복되는 말, 아이 마음과 엄마 마음을 읽어 주는 말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책


3. 30년 만의 휴식 (이무석 저, 비전과 리더십)
삶의 중간항로라고 불리는 40대 학부모에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책. 어렵게 여겨지는 ‘정신분석’ 과정이 사례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는 책


4. 좋은 이별 (김형경 저, 사람풍경)
자녀와의 애착이 아니라 본격적인 ‘분리’를 시작하는 초등학생 시기. 자녀와의 분리를 준비하는 학부모를 위한 책. ‘분리’의 과정을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지 잘 설명되어 있다


5.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박우란 저, 유노라이프)
자녀교육에 있어, 엄마의 위치로 바라보기 이전에 누군가의 ‘딸’이었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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