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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고치고 사는 유튜버 오느른이 말하는 진짜 휴식, MBC 최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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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7. 14:23

전북 김제에 4,500만 원 짜리 폐가를 사버린 MBC PD. 회사를 때려치지 않기 위해 시발 비용으로 충동구매 해버린 폐가는 115년 된 초가집이었고 이 집을 고치다 보니 돈이 많이 들어 서울 전셋집을 빼고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이 과정을 유튜브에 올렸더니 대리 힐링 영상으로 인기를 끌어 지금은 28만 명 인기 유튜버가 되었다. 폐가 고치고 사는 유튜버 ‘오느른’, MBC 최별 PD를 만나 진짜 휴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김제까지 내려와서 4,500만 원 짜리 폐가를 사셨어요. 어쩌다 이곳까지 오시게 된 건가요. 
2020년 봄은 코로나 19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러셨겠지만 저한테도 힘든 시간이었어요. 준비하던 일이 무산되고 나서 번아웃이 찾아온 것 같아요. 다 때려 치우고 싶은 마음. 일만큼은 어느정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막혀버리니까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답답하고 화난 마음을 해소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유튜브로 이 집을 알게 된 거예요. 제가 원래 구옥을 좋아했거든요. 오래된 것이 가진 시간의 흔적을 좋아해요. 그렇게 알고리즘이 소개한 이 집이 마음에 들어서 친구와 여행 삼아 무작정 집 구경을 왔어요. 그때 신기하게 김제 톨게이트를 통과해서 이 집까지 진입하는 길이 너무 좋았어요. 확 트여 있는 평야의 풍경과 공간감은 처음 느껴봤거든요. 막 봄이 시작될 때쯤이라 풍경도 마음도 몽글몽글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도착해서 집을 구경했는데 친구가 동네 어르신들이 너무 좋은 것 같다고, 이 집을 사라고 했어요. 제가 뭐 살 때 항상 말리는 친구가 인정해주니까 사야겠더라고요. 그렇게 그날 바로 가계약을 했어요. 

내려와서 살 생각도 아니었다면서요. 세컨하우스를 빚내서 그것도 폐가를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4,500만 원이면 서울에서는 월세 보증금도 안 되는 가격이잖아요. 근데 그 돈으로 300평 대지가 내 소유가 된다는 것만으로 든든했어요. 나에게 땅 300평이 있다! 서울이 아니어도 비빌 언덕이 생겼다! 
사실 집 계약 사인을 해놓고 살짝 불안하기는 했어요. 근데 그때는 이 집이 되게 소중하다기보다는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뭐라도 안 하면 정말 회사를 때려치울 것 같았어요. 왜 스트레스 비용으로 명품백을 사는 그런 것처럼 전 집을 산 거죠. 집이면 되게 경제적인 소비잖아요~(웃음) 

이 상황을 또 유튜브 콘텐츠로 만드셨어요. 
PD 8년차, 회사 생활 4년차 정도 됐던 해인데요. PD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서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제가 이걸 왜 하고 싶어했는지 다 까먹고 맹목적으로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20대부터 30대까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엄청 열심히 사는데 과연 어떤 의미가 있나, 뭔가 허무해져서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현실을 벗어날 순 없고 살긴 살아야겠고. 그때 누가 저 대신 미친짓 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PD잖아요! 그걸 내가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바쁜 생활에 그냥 지나치고 말았던 고민과 생각을 내가 대신해주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마침 폐가도 샀겠다, 회사에 기획안을 내고 그렇게 '오느른' 유튜브 채널이 시작됐답니다. 

 

폐가를 고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오느른 하우스를 완성하고, 서울집을 정리하고 내려와서 시골 생활을 하게 되셨어요. 시골 생활은 어떤가요,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 가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요. 원래 집순이기도 해서 그런가(웃음). 눈에 보이는 것들이 모두 평화로워서 그런지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서울에서는 바쁘게 부지런히 자기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보이니까 게으른 게 죄인 것 같고, 더 열심히 살아야 될 것 같은 마음이 괴롭혔는데 여기는 제가 멈추면 다른 것도 다 멈춰 있어요. 내 속도에 맞춰 살 수 있는 게 제일 좋아요. 
아, 시골 생활에서 가장 상상도 못 했던 건 노동이에요!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하고 있어요. 진짜 자고 일어나면 텃밭의 풀들이 30cm씩 자라거든요.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예요!) 


노동 말고, 1년 동안 오느른 하우스에 살면서 가장 달라진 부분은요?
뻔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삶의 태도가 가장 달라졌어요. 예전도 지금도 모두 열심히 살고 있는데 지금 '열심히'에는 쉼도 있어요. 일도 열심히, 쉬는 것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저의 생산성도 올라간다는 걸 깨닫게 됐거든요.
그리고 안정감이 생겼어요. 땅에 발을 단단히 딛고 서 있는 느낌! 아마 이건 마을 이웃분들 덕분인 것 같아요.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부모님 같달까. 마을에서 제가 제일 어리니까 자꾸 어리광을 부리게 되더라고요. 그 어리광을 또 어르신들이 다 받아 주셔서 그런지 마음이 편한 거 같아요. (하하) 그리고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도 함께 있고요. 혼자 있다는 생각이 거의 안 들어요. 

쉬는 것도 열심히 쉬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쉬는 게 열심히 쉬는 거예요? 오느른 PD님께서 생각하는 진짜 휴식은 무엇인지
서울에서는 누워서 넷플릭스 보다가 자고, 하루종일 누워 있고 그런 게 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쉬었는데도 피곤하고 전혀 에너지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여기 와서 깨달았는데 전원을 끄는 게 쉬는 게 아니더라고요. 충전이 필요한 거죠! 
시골 생활을 하면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 진짜 많아요. 누워 있지 못하고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야 하는 생활이 피곤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더라고요. 경험으로 얻게 되는 에너지로 다른 일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깨달았어요, 전원을 끄는 게 휴식이 아니라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휴식이 진짜 휴식이라는 것을요. 
 

유튜브 영상에서는 ‘쉰다는 건 나에게 집중하는 것. 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 이라고 하셨는데요. 충전하는 휴식을 위해서 나에 대해 어떤 걸 알아야 할까요? 
저도 저에 대해 잘 몰랐던 편이라 심리 상담도 받았었어요. 그때 배운 게 ‘I 메시지’인데요. 내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왜 이런 기분인지 표현하는 걸 1년 동안 배웠어요. 사람의 기분과 상태는 작은 거라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해요. 근데 전 제가 느끼는 감정에 무감각했고, 무시하고 살았더라고요. 
내 감정 상태에 집중하는 게 필요해요. 내 기분 변화를 잘 살피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지 생각해보는 거죠. 저도 그런 것들을 찾아가는 중이예요. 우울하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몸을 움직여 청소하고 쾌적해진 집에서 맥주 한 잔을 하면 기분 전환이 돼요. 나의 감정 상태를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 그게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지난 1년 동안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나요? 
제가 생각보다 부지런하더라고요. 전 제가 이렇게 부지런한 줄 몰랐어요(웃음). 그래서 요즘은 가만히 있고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외로움을 탄다는 것도 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에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몰랐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외로움을 타고 있었더라고요. 제가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나니까 오히려 사람을 대하는 게 조금 편해졌어요. 

오느른 하우스 생활로 인해 많이 치유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영상에서 ‘버려진 집을 고치면서 나에게 방치되었던 나도 조금 고쳐졌다’는 자막을 읽었어요. 오느른 하우스가 PD님께는 집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자존감이 채워진 느낌이에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만약에 내가 PD를 그만둔다면 난 과연 쓸모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 일 말고 특별히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일이 무너졌을 때 저도 같이 무너진 거고.근데 처참했던 폐가가 고쳐지고 새로운 공간이 되는 걸 보면서 어쩌면 나도 다른 곳에 쓸모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간이 재탄생 되는 과정과 함께 저도 성장했고 이 과정을 유튜브로 공유하고 구독자분들과 소통하면서 예전에 없었던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뭐든 하다 보면 또 방법이 나올 테고 거기서 다른 쓸모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오느른 오피스를 오픈하셨어요. 오느른 오피스는 어떤 공간인가요? 
오느른 유튜브 채널이 기획 단계부터 회사와 제가 맞춰서 들어간 콘텐츠가 아니다 보니까 중간중간 모순점들이 상당히 많이 발생했어요. 그중에 하나가 구독자분들이 오느른 하우스에 찾아오시는 일인데요. 이게 참, 저희가 예쁘게 촬영해 놓고 찾아오지 말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오느른 하우스 외부까지 제 공간은 아니잖아요. 사생활 노출 때문에 최대한 방문 자제를 요청 드렸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구독자분들을 만나는 공간을 만들자고 회사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그렇게 ‘오느른 오피스’를 열게 됐고, 구독자를 만나는 공간이면서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일들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공간이 될 것 같아요. 오느른 오피스에 오시면 커피는 공짜예요! 많이 놀러 오세요~ 

(오느른 오피스 옆 카페 갤러리에는 일상이 되는 예술, 예술이 되는 일상 프로젝트 <아트포라이프(Art for life)>가 전시 중이다)

바쁜 와중에 <오느른(오늘을 사는 어른들)> 책까지 내셨어요! 어떤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PD가 되기 전까지 전 작가 지망생이었는데요. 이곳에 내려와서 꼭 글을 쓰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됐습니다. 책은 처음 시작하기는 힘들었는데 하나하나씩 쓰기 시작하니 묵혀뒀던 감상과 왜곡된 기억들이 차곡차곡 정리되는 시간이었어요. 부모님을 용서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제 인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20-30대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나에게 당면한 고통과 고민은 절대적인 것이니 남과 비교하면서 고통받지 말았으면 해요. 외롭고 지친 삶 중간중간 위로가 되는 책이 되면 좋겠어요. 

전원 주택 생활에, 카페 운영에 현대인들의 로망을 다 실현하셨어요. 오느른 채널 영상만큼 낭만적인 부분만 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 오느른 같은 라이프를 꿈꾸는 어른이들에게 현실 조언을 해주신다면? 
진짜 부지런해야 해요. 지금 제 평균 수면 시간이 5~6시간이에요. 누워 있을 시간이 없어요. 지금밖에 텃밭에도 제 손길을 기다리는 풀떼기들이 무성하답니다. 집에서 누워 쉬는 게 진짜 힐링인 분들은 시골 살이와 어울리지 않아요. 대신 나한테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거나 그런 집중력이 잘 안 생기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여긴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나에게 집중하게 되거든요. 아! 그리고 엄청 중요한 거! 배우자가 꼭 필요해요~ 노동력이 소중한 곳이거든요(웃음). 왜 전통적으로 농경 사회가 노동을 중시했는지 너무 알게 됐어요. 

오느른 유튜브채널 에서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나게 될까요?
오느른 채널의 첫 번째 주제는 ‘나’였어요.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집중하는 시간이었는데요. 이제는 저에 대해 많이 알았으니 콘텐츠 방향도 좀 달라질 것 같아요.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게 동시대성이라고 생각해요. 막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시골에 이렇게 사람이 없어도 되는지, 고령화 되고 있는 이 지역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등 이곳에 살면서 느낀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어요. 사람들이 바쁘게 사느라 지나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잖으니까 고민의 방향성을 짚어줘야 하는 게 제 역할이 아닐까해요. 오느른 채널 콘텐츠에도 이런 고민들을 녹이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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