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광화문글판 겨울편,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다

발꿈치를 들어요

첫눈이 내려올 자리를 만들어요

 

한 해를 보내고 다가올 새해를 맞이할 시기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맞이 준비를 하듯, 광화문글판 역시 설렘 가득한 마음을 담아 겨울편 문안으로 새 단장을 마쳤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연말인 만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따스한 문안이 2023 광화문글판 겨울편을 장식했는데요. 이원 시인의 <이것은 사랑의 노래>,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 에디터 Pick! 3줄 요약

 

✅ 광화문글판 2023년 겨울편 교체 소식
✅ 사랑은 나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
     “발꿈치를 들어요. 첫눈이 내려올 자리를 만들어요”
✅ 광화문글판 겨울편 주인공, 이원 시인을 만나다

 

 

사랑이란, 발꿈치를 들어 눈이 내려올 자리를 만드는 것 

 

여러분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첫눈이 내린 어느 겨울날, 소복하게 쌓인 눈 위에 살포시 찍힌 발자국을 보며 사랑의 의미를 되새긴 이가 있습니다. 바로 이원 시인입니다. 

 

이원 시인의 <이것은 사랑의 노래>에서 가져온 이번 문안은 발꿈치를 들어 올리는 그 작은 행위에 담긴 따뜻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발꿈치를 들어 올려 준 덕분에, 첫눈은 땅 위로 내려갈 자리가 생긴 거죠.

 

이처럼 사랑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상대방을 위한 마음이 담겨 있다면, 그 자체가 사랑 아닐까요? 

 

이번 광화문글판 겨울편 디자인에는 가족이 함께 눈 쌓인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앞서 걸어가는 부모 뒤로 아이들이 뒤따르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아빠와 엄마가 딛고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쫓아가는 모습이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눈밭 위에서 이정표가 되는 앞사람의 발자국처럼, 서로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겨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이번 광화문글판 겨울편 디자인에 담겨 있습니다. 

 

 

광화문글판 겨울편의 주인공, 이원 시인을 만나다

 

Q. 2023 광화문글판 겨울편의 주인공이 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원 시인: 광화문글판은 굉장히 상징적인 장소잖아요. 그래서 시집 나왔을 때보다 더 많은 연락이 온 것 같아요(웃음). 저 역시 굉장히 기뻤어요. 광화문글판은 계절마다 바뀌는데, 저도 매번 바뀌는 문구들을 보며 굉장히 많은 힘을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마음이 들어 기분이 좋습니다. 

 

Q. 그럼 가장 기억에 남았던 광화문글판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이원 시인: 작년 겨울에 걸렸던 진은영 시인의 문장, “너에게는 내가 잘 어울린다. 우리는 손을 잡고 어둠을 헤엄치고 빛 속을 걷는다”와 김경인 시인의 “올 여름의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이라는 문장이 생각나네요. 공동체 안에서 서로 힘이 되어주자는 구절들을 보면서 큰 울림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Q. 겨울편 문안인 시 <이것은 사랑의 노래>를 쓰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원 시인: 제가 이 시를 쓰던 순간에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어떻게 하면 나타날까’에 대해 제 나름의 간절한 질문을 갖고 있었어요. 사실, 발꿈치를 드는 것은 굉장히 사소한 동작이잖아요. 하지만 호기심이 없거나 간절함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어요.

 

발꿈치를 드는 건 아주 사소한 행위이지만 그 행위를 내가 함으로써 거기에 눈이 내려올 자리가 생기는 거죠. 사랑이라는 게 이런 것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내 작은 자리를 내어줘서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것이요.

 

 

Q. 시인이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원 시인: 시를 쓰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시인’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어떤 시를 쓰면서 그 시가 저를 일으켜줬다고 해야 할까요? 사람은 말을 할 수 있는데 언어는 말이 없잖아요. 그런데도 그 글이 무엇보다 강력하게 저를 일으켜 주는 경험들을 했습니다. 인간은 살면서 다 어려운 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시가 저를 일으켜 준 순간들이 많아요. 그래서 시인이 된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시를 쓰고 있고요. 

 

Q. 광화문글판을 다섯 글자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원 시인: ‘마음나침반’이요. 이번 계절에는 이쪽으로 한 번 걸어가 보라고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광화문글판 겨울편을 마주할 시민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원 시인: 발꿈치를 드는 사소한 동작은 간절한 동작이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동작이기도 하고, 희망을 부르는 동작이기도 합니다. 글판을 보실 때마다 한 번씩 발꿈치를 들어 첫눈을 기다리는 시간을 자주 만나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23년 광화문글판 겨울편은 이원 시인의 <이것은 사랑의 노래> 구절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나만의 발꿈치를 들어 보며,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