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4. 14:52
✅ 에디터 PICK! 3줄 요약
✅ 광화문글판 봄편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진심을 담아 전하는 응원
✅ 문안의 주인공, 김선우 시인을 만나다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얼마 전 소개해 드린 광화문글판 봄편 소식, 기억하시나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전하는 김선우 시인의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로 새단장했는데요.
문안의 주인공, 김선우 시인을 직접 만나 광화문글판과 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선우 시인이 생각하는 광화문글판,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결실을 맺는 노력, 진심을 담은 응원과 축하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봄의 따스함을 맞아 활짝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늘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김선우 시인입니다.
이번 문안은 김선우 시인의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에서 발췌한 문안인데요. 추위를 견뎌내고 ‘꽃’이라는 결실을 맺어낸 꽃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은 싹이 올라온 화분을 소중하게 보듬어 주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담긴 이번 봄편의 그림은 노력하는 이들의 곁에 늘 자리하고 있는 따스한 격려와 응원의 시선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 광화문글판 2024년 봄편의 주인공, 김선우 시인
Q. 시민들을 향해 인사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선우 시인: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사람이자, 글 쓰는 사람, 김선우입니다.
잘 사랑하지 않으면 글도 잘 쓸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글을 잘 쓰는 건 제가 시인으로 존재하는 이유잖아요? 그래서 잘 사랑하고 잘 쓰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가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사랑'과 '자유'라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것과 자유를 누리는 것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상실한다면 삶의 의미가 퇴색될 거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더라도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감각을 유지해가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오히려 그 감각을 더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삶인 것 같아요.
Q. 2024 광화문글판 봄편의 주인공이 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선우 시인: 너무너무 좋았죠. 사실 광화문글판에 제 시가 걸릴 거라고는 생각해보지도 못했어요. 어떻게 선정되는지도 몰랐고, 문안을 선정하시는 분들이 내 시를 어떻게 아시겠어, 하며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광화문글판에 걸리게 됐다는 연락을 받아서 정말 놀라고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 기쁨이 더 배가 된 이유는 광화문글판 봄편 덕분에 아주 오래 전에 스쳐간 인연들과 다시금 연락이 닿게 됐다는 점이예요. 아주 오래 전, 10년, 15년 전에 강연에서 만났던 독자분들께 연락처를 드렸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 글판을 사진 찍어 보내시며 제 글을 광화문에서 만났다고 들뜬 말투의 축하 문자를 보내주시더라고요. 그야말로 광화문글판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웃음)
Q. 봄편 문안으로 선정된 시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는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김선우 시인: 이 시는 작년에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에게 100% 빚 진 시예요. 어머니가 꽃을 정말 좋아하셨거든요. 어머니는 꽃을 대할 때면 늘 감사해하고 기특해 하셨어요. 작고 여린 체구를 갖고 있으면서도 최선을 다해 햇살을 받아들이고 물을 빨아들여 결국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이 작은 존재가 늘 너무 대견하다고 하셨죠.
사실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꽤 오래 몸이 불편하셨어요. 그런데 피어난 꽃을 보면서 느끼는 대견함과 기쁨이 본인에게는 살아갈 원동력이 되었나 봐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시인데, 광화문글판에 걸리게 되면서 모두와 그 감정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돼서 기쁩니다.
Q. 작가님 시 중에서 봄에 어울릴 만한 또 다른 시를 추천해 주신다면요?
김선우 시인: <낙화, 첫사랑>이라는 시가 있어요. 이번에 광화문글판에 걸린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와는 쌍둥이시라고 할 수 있는 시인데요. <내 몸 속에~>가 꽃이 피어날 때의 아름다움을 응원해주는 시라면 <낙화, 첫사랑>은 지는 꽃에 대한 시입니다.
이 시에서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꽃은 피어 있는 동안 온 힘을 다해 자신의 피어있음을 긍정합니다.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사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는 순간에도 후회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처럼 자신을 최선을 다해 사랑한 사람이야말로 다른 사람까지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낸 시입니다.
Q. 광화문글판을 다섯 글자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김선우 시인: 모든 도시들이 그렇겠지만, 도심은 저마다 자신들의 이익을 얻고 싶은 목적을 담은 광고판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요. 그 속에서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광고판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광화문글판’이 있다는 것은 독보적인 가치를 갖는 훌륭한 일인 것 같아요. 좋은 글귀들을 찾아 서울 도심 한 복판, 광화문에 커다란 글판을 만들어 거는 과정은 사실 그 자체로 굉장히 아름다운 역사를 써 나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품격’, 이 다섯 글자가 손발 오그라드는 표현일 진 모르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 의미 부여를 해줄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도심 한복판에서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위로하는 간판, 더군다나 그것이 시로 채워지고 있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Q. 광화문글판을 마주할 시민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김선우 시인: 우리는 모든 순간 지지 받아야 하고 응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스스로도 끊임없이 자신을 응원해야 하죠. 자신이 받은 그 응원의 힘으로 주위 사람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며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우리 모두에게 순도 높은 응원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합니다. 제 글과 광화문글판이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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