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테이크 쉘터ㅣ

지난 5, 미국에서 강력한 토네이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발생했는데요. 일본 히로시마 원폭의 수백 배에 달하는 파괴력을 지닌 초강력 토네이도가 중부 오클라호마주의 오클라호마시티 인근을 강타하여 인구 5만의 무어시 전체가 초토화되고 말았습니다. 사고 직후 국가 재난사태가 선포돼 복구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피해가 워낙 커서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 같다고 하네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래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될 것 같은 초강력 토네이도. 아무리 대비책을 세운다 해도 거대한 자연의 힘은 인력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자연재해를 소재로 한 영화를 소개해드릴까 해요. 인간의 힘으로 맞설 수 없는 재난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불안감에 휩싸이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테이크 쉘터 Take Shelter>(2011) 인데요. 대부분 사람들과 다르게 오직 혼자서만 묵시록적 재앙이 닥칠 거라는 걸 알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테이크 쉘터>는 칸느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대상,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등 2011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호평 받았던 작품이에요. 미국의 젊은 감독 제프 니콜스(Jeff Nichols)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수상 실적이 말해 주듯 힘이 상당한 영화랍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 418일 전국 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누적 5,299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치고 말았죠. 

주인공 커티스(Curtis)역의 마이클 섀넌(Michael Shannon)은 여러 편의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왔고, 최근에는 수퍼맨 리메이크 <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2013) 에 조드 장군 역으로 출연했어요. 개인적으로는 HBO TV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 Boardwalk Empire>(2010-2012)에서 보여 준 넬슨 요원의 연기가 맘에 들었는데요. 낮은 목소리에 사각 턱과 껑충한 키가 특징인 이 배우는 주로 신경질적인 캐릭터를 많이 맡았고, < 테이크 쉘터>에서도 그런 면모를 잘 보여 주는 것 같네요  

커티스의 아내 사만다(Samantha) 역을 맡은 제시카 채스테인(Jessica Chastain)은 요즘 헐리우드에서 가장 각광 받는 여배우 중 한 명이랍니다. 캐써린 비글로우(Kathryn Bigelow)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2012) 에서 10년간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한 CIA 요원 역을 맡아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데요. 작년에는 <헬프 The Help>(2011) 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답니다. 마른 체구에 붉은 머리칼이 매력적인 그녀는 매번 훌륭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안정적이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어서 그런지 작품을 고르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더 주목된답니다.  

 

 테이크 쉘터 - 대재앙의 전조, 혹은 강박적 신경증

 

<테이크 쉘터>의 한 장면 (출처: Google Commons Image)

먼 하늘을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가. 마침 뇌성과 함께 예사롭지 않은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윽고 기름처럼 끈적끈적한 비가 온몸을 적시자 남자는 불길한 예감에 몸서리를 칩니다. 커티스는 평범한 미국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에요. 오하이오의 평화로운 소읍에서 아름답고 헌신적인 아내 사만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딸 한나(Hannah)와 함께 살고 있어요. 건설현장의 굴착 엔지니어인 그는 건실한 회사에서 꽤 괜찮은 보수와 직장의료보험을 비롯한 복지혜택도 받고 있죠.    

남부럽잖은 삶을 살던 커티스에게 어느 날부터 기이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꿈인지 환상인지 모를 불길한 징조를 계속해서 목격하는 것이죠. 온순하기만 하던 애완견이 흉포하게 돌변해 팔을 물어뜯는가 하면, 새 떼가 기이한 대형을 그리며 날아다니다 추락합니다. 또한 좀비처럼 변한 사람들이 공격해 오고 집안의 가구들이 공중에 떠올랐다가 내려앉기도 해요. 그런데 이상한 건, 커티스를 극한의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는 이 모든 현상을 다른 사람들은 전혀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는 것이에요. 아내는 그저 안타까워할 뿐 그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죠. 

사실 커티스는 평소에도 말 못할 두려움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이에요자기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여생을 보냈기 때문에 커터스 역시 자신이 보는 것이 실제 어떤 징조 또는 계시인지, 아니면 유전에 의한 정신질환의 발현인지 스스로도 의심스러워했습니다. 의사의 진단을 받고 상담 치료를 시작하지만, 다른 이들에겐 보이지 않는 기현상을 거듭해서 목격하자 머지않아 닥쳐올 재앙의 전조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급기야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뒷마당에 쉘터(shelter), 즉 대피소를 짓기 시작하죠. 마치 노아의 방주를 준비하는 심정으로 말이죠.

그러나 대피소 짓는 일에 집착한 나머지 맡은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장비까지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끝내 해고당하고 마는 커티스. 선천적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딸의 수술을 앞둔 시기에 직장을 잃고 직장 의료보험 혜택까지 받지 못하게 되자 단란했던 가정은 흔들리게 됩니다. 이 가정에 닥친 재앙은 끊임없이 징조를 내보이며 위협하는 거대한 폭풍일까요, 아니면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는 커티스 자신일까요? 

 

<테이크 쉘터>의 한 장면 (출처: Google Commons Image) 

마을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광인 취급을 받게 된 무렵, 한밤중에 긴급상황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려 퍼지고 커티스는 사만다와 한나를 데리고 황급히 대피소로 피신하게 됩니다. 산소마스크와 방독면까지 착용한 채 밤을 무사히 보낸 세 사람은 이튿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요. 바깥은 어떤 상태일까? 만약 대피소 문을 열었는데 폭풍이 아직 그치지 않았다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대피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커티스에게 사만다가 말합니다. “여보, 폭풍은 지나갔어. 설사 저 밖에 폭풍이 없더라도 우리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제발, 당신이 직접 문을 열어야 해. 그게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길이야.” 아내의 설득에 떨리는 손을 다잡으며 문을 열자, 찬란한 햇빛이 대피소의 좁은 입구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세상은 무사했고, 간밤의 폭풍은 나뭇가지 몇 개를 부러뜨리고 뒷마당에 쓰레기만 흩어 놓은 채 순순히 지나가 버렸던 것이죠. 따라서 이제껏 커티스가 목격했던 징후와 전조들이 모두 그의 신경증에 기인한 것으로 결론내려졌습니다. 

<테이크 쉘터>의 한 장면 (출처: Google Commons Image)

그제야 커티스도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정식 치료를 받기로 해요. 장기간의 입원이 예상되는 만큼 마지막으로 가족여행을 가기로 하죠. 해변가의 펜션에서 커티스는 한나에게 모래성을 지어 주고, 사만다는 가족이 함께 즐길 식사를 준비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냅니다. 모든 일이 순탄해 보이던 바로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충격적 광경이 그들의 눈에 들어옵니다. 영화는 이 장면에서 일말의 망설임 없이 끝을 맺어 버려요. 

 

 테이크 쉘터 - 위협의 알레고리

  

<테이크 쉘터> 포스터 이미지 중에서 (출처: Google Commons Image) 

개봉 후 많은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미국 중산층의 위기와 불안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어 냈어요. 2008년 소위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재앙이나 다름 없었고, 이제는 하나의 시대상이 되어버린 중산층의 몰락을 재촉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니까요. < 테이크 쉘터>는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10년을 배경으로 삼은 데다, 집을 저당 잡혀 대출을 받는 상황이나 실직과 의료보험 혜택의 박탈이 주는 상실감 등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이런 독해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도 결혼을 한 뒤 과연 내가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부시 정권에 대한 불신이 싹텄고, 미국 경제가 무너지고 있었다. 이런 느낌을 담아 시나리오를 쓴 것이다. 말하자면 커티스는 당시의 나다라고 얘기한 바 있네요. 

중산층의 불안에 대한 알레고리는 보험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는 소지도 있답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장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보험이니까요 

재무적 손실에 국한할 경우 위험에 대비하는 방법으로는 첫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회피하는 방법, 둘째, 손실 발생의 빈도나 규모를 낮추는 방법, 셋째, 저축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위험을 대비(보유)하는 방법, 넷째, 계약이나 헷지(hedge)를 통해 위험을 분산이전하는 방법이 있어요. 그 중 네 번째 방법의 대표적인 것이 보험이구요 

보험 계약을 통해 다수의 계약자가 통계적 위험률에 기초해 공평하게 보험료를 분담(위험의 분산)하고, 그 대가로 불의의 사고나 질병의 치료자금을 마련할 수 있으며, 사망이나 장해시 유가족 생계를 보장해주는 등 재무적 부담을 보험회사에 전가(위험의 이전)하는 것이죠. 중산층의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위험 대비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테이크 쉘터>의 한 장면 (출처: www.imdb.com) 

커티스가 대피소를 짓는 데 그토록 필사적이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족이 있기 때문이었죠. 이번에 소개해 드린 <테이크 쉘터>를 통해 꼭 천재지변이 아니더라도 삶을 살아가며 반드시 직면하게 될 여러 위험으로부터 내가 보호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위험에 대비하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좋겠네요. 

다음에는 작년 미국에서 크게 화제를 모았던 영화 <비스트 Beasts of the Southern Wild>(2012) 를 소개해 드릴 예정이에요. 다시 뵐 때까지 가꿈사 가족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라요!^^  

 

    

Posted by 교보생명 교보생명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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