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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 추천지, 전라남도 강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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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6. 22:51

ㅣ가을 여행ㅣ

 

나를 위한 위로의 시간을 갖기 위해 가을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이왕 떠나기로 결정한 거 서울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을 찾다 보니 유배지로 더 유명한 전라남도 강진으로 결정하고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에 몇 차례의 버스가 있지만 장거리인 만큼 안락한 우등버스를 탈 것을 권합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는 늘 고속버스 좌석 3번을 고집하기에 미리 예약했습니다혼자 앉는 자리 중 제일 앞이면서도 시야를 안 가리고 다리까지 뻗을 수 있는 공간도 다른 좌석에 비해 넓어서 3번 자리를 고수하는 편입니다.

  

 서울 센트럴강진

           출발시간

 등급

 강진서울 센트럴

출발시간

 등급

 우등 요금 - 33,200

 7 30

 우등

 7 30

 우등

고속 요금 -22,300

 

 9 30

 고속

 9 30

 고속

 아동요금은  50%

 

11 25

 우등

 11

 고속

소요시간 약 4 30 

 

 13 30

 우등

 13 30

 우등

 

 

15 25

 고속

 15 30

 고속

 

 

17 40

 고속

 17 30

 우등

 

 ▲ 강진 가는 고속버스 시간표 

 

일찍 서둘러 출발했지만 거리가 있는 탓에, 강진에 도착하자마자 점심부터 해결해야 했습니다. 어디든 마찬가지이지만 시골에서는 버스터미널근처가 번화가라 맛있는 식당이 많이 있답니다.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나온 해태식당의 주방장이 바로 옆집에 소박한 백반집 '화경식당' 주방장님! 엄마 밥 얻어먹으러 가는 것처럼 푸짐한 가정식이 나왔는데요. 사장님 딸 이름을 따서 지은 화경식당은 엄마의 밥상 그대로였습니다

엄마의 밥상 같은 '화경식당'

주소 : 강진군 남성리 34-1 / 연락처 : 010-8609-2800  

 

 

 

백반 7000원으로 고등어 생선에 새우 해산물까지 그리고 깊은 맛이 나는 갖은 반찬들을 바닥이 보이도록 먹었습니다. '골고루 먹어라말하는 엄마의 말을 잘 듣는 아이처럼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셨는지 반찬만 먹으면 짜다고 밥 한그릇을 가져다 주셨답니다.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 가까이 온 나에게는 마치 고향처럼 정겹게만 느껴졌네요. 엄마의 정겨운 손길을 느끼고 시작하는 강진여행은 더운 여름 시원한 바람처럼 가슴으로 스며옵니다.


 

 

버스터미널에서 4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영랑생가를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학창 시절 과제로 외웠던  '모란이 피기까지' 쓰신 김영랑 시인이 살았던 생가는 전체 80여편의 시 중에서 60여 개가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나온 것이라 하니 시상(詩想)이 공기처럼 떠다니는 곳인가 싶었습니다.  

 

영랑생가의 시작임을 알리는 대나무로 엮어서 만든 사립문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영랑시인은 이곳에서 태어나 서울로 가기까지 45년을 살았는데 이후 타인 명의로 집이 넘어가서 강진군이 이 집을 사들여 초가를 얹는 등 복원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답니다.  



 
 

사랑채 앞에 꽃을 피워 100일 동안 산다는 백일홍이 조용한 생가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듯합니다. 작년보다 꽃잎의 색이 선명하여 유혹처럼 자태에 한참을 쳐다봅니다.

 

아마 영랑시인도 사랑채 앞에 늘 앉아 여름이면 백일홍의 선홍빛에 마음을 빼앗겨 늘 저 자리에서 생각에 빠져 있는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백일홍 꽃잎이 떨어지면 그 옆 은행나무 잎이 물들기 시작하며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고 하는데요.  세월의 흔적만큼 넉넉한 그늘은 영랑생가를 오가는 이들의 휴식처가 되어줍니다.


  

안채 앞 장독대위로는 석류나무와 단풍나무들이 무심한 듯 서 있습니다. 영랑시인의 누이가 어느 가을날, 장독대를 열고 장을 꺼내는 데 바람에 실려 온 낙엽이 장위에 떨어지자 '오-매, 단풍 들것네' 누이의 말을 듣고 쓰신 시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북에는 소월이 있다면 남에는 영랑이 있다'   평을 받았던 전라도의 구수한 사투리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서정시인 김영랑의 생가에 안채 뒤로 다섯 그루의 동백나무와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 덕분에 한겨울 추운 풍파도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봄이면 모란이 마당 한 가득 피어나고, 여름이면 백일홍이 곱게 피어있고, 가을이면 은행나무와 석류나무 등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고, 겨울이면 집주인을 닮아 붉은 동백을 가슴에 달고 대나무의 곧은 의지가 긴 겨울을 이겨내는 듯합니다.

 

 

영랑 생가의 사계절은 늘 변화무쌍하여 발걸음 할 때마다 달진 모습에 다시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을 나게 하는 곳입니다강진의 영랑생가 백일홍만 보고 간다면 백련사 백일홍이 슬피 울 생각을 하니 걸음이 바쁘게 움직여집니다.

 

 

 

영랑생가 앞에서는 택시를 잡기 힘들어 다시 버스터미널로 걸어와 택시를 타고 15분 정도 달려가면 백련사의 백일홍과 백련사에서 사는 개 '정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백련사 백일홍을 창으로 실컷 내다볼 수 있는 백련사 다원에 자리를 잡고 여름이면 꼭 한 번 먹어봐야 한다는 '백련사 팥빙수'를 주문했습니다.

 

강진에서 농사지은 팥을 직접 삶고, 엑기스로 담은 오디를 살짝 얹어 나오는 여름날의 추억 팥빙수는 가슴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도시의 팥빙수처럼 화려하지도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팥으로 팥빙수의 진미 승부를 낸 백련사 팥빙수는 깔끔하고 맛이 깊어서 행복해집니다.

 

 

  

문득 혼자 떠난 여행에서 깊은 맛을 만나게 되면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때로 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마음을 들여다보고 조용히 쉬고 싶을 때, 저 멀리 전라남도 강진으로 한 번 떠나보세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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