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0. 18:57
ㅣ배우 김준원ㅣ
안녕하세요, 교보생명 공식 블로그 가꿈사 가족 여러분. 프론티어 기자단 홍아영입니다. 낙엽이 예쁘게 물들어가던 어느 가을날, 성북동 아늑한 카페 안에서 동네 오빠같이 편안하면서도 따스한 미소가 매력적인 김준원 배우님을 만나볼 수 있었답니다.
연극 <날 보러와요>, <뷰티퀸>, <훈남들의 수다>, <짬뽕>, <당신의 눈>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며 무대 위에서 울고 웃는 열연을 펼쳐주신 김준원 배우님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걸어왔던 배우의 삶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 그리고 곧 시작될 연극 <필로우맨>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답니다.
훈훈한 인상만큼이나 한 마디 한 마디를 정성 들여 답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김준원 배우님과 함께 나눴던 그 시간, 여러분들도 함께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Q. 배우님께서 ‘연극배우’라는 꿈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초등학교 2학년 때 ‘희곡의 이해시간’이란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때 친구들끼리 분단을 만들어서 ‘호랑이와 나그네’라는 작품을 했었는데 저는 거기서 호랑이 역할을 맡았어요. 다른 분단이 더 잘했는데 선생님께서 “준원이가 너무 잘했다”고 하시면서 저희 분단에 연필을 선물로 주셨어요. 그때부터 생각했죠. 내가 연기라는 것을 ‘좀’ 하나? 하고요. 그래도 다른 애들 보다는 잘하나 보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죠.
그때부터 쭉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제가 걸어온 길은 그렇게 자연스레 이어진 것 같아요. 연극반에서 연극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연극영화과에 가야겠다 생각했고, 그대로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죠.
Q. 프로로 활동하기 이전, 학창시절에 연극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A.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축제 때 제대로 된 시설과 조명을 갖춘 무대에서 공연을 한 적이었어요. 3일간의 공연이었는데 열심히 연습했던 만큼 모든 공연이 막을 내리고 나니,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괜히 눈물이 나는 거에요.
이전에는 무의식적으로 뭔가 연기라는 것을 해보고 싶다-라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을 학교 연극을 통해 끄집어냄으로써 연기라는 것이 나에게 있어 정말로 행복을 안겨주는 것이구나, 라는 사실을 그때 깨달은 거죠.
Q. 배우님의 취미생활 혹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실 때 주로 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A. 사실 연기를 제외하면 딱히 즐겨 하는 것은 없어요. 음... 술을 마시죠, 하하하. 그리고 강아지랑 산책하고 가끔 자전거를 타는 정도요?
책은 일부러 자주 읽지 않으려 했어요. 스무 살 이전까지는 정말 많은 문학 작품을 읽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면서 많이 보고 느끼면서 생각도 커지다 보니 책의 세계와 현실의 모습이 너무 다르게 느껴졌거든요. 그게 너무 허무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책을 자주 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문학이라는 게 어차피 배우들은 한 작품을 연기할 때 그 작품을 해석하고 분석해야 하니, 그런 경우에는 많이 읽게 되죠. 그런데 요즘에는 너무 책을 안 읽는 것 같아서 자주 읽고 있어요, 하하하~
Q. <날 보러와요> <뷰티퀸> <짬뽕> <쉬어매드니스> <필로우맨>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굉장히 개성적이고 성격도 제각각인 인물들을 마치 ‘캐릭터의 옷을 입은 것 마냥’ 소화해주셨는데 극 중 인물에 몰입하게 되는 배우님만의 비결, 혹은 마인드 컨트롤 방법이 있으신가요?
A. 몰입이라... 저는 몰입이라는 말을 잘 모르겠어요. (반문하시며) 아영 씨는 몰입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Q. 뭔가에 빠지게 되는 상태 아닌가요?
A.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어떤 인물에 빠져들어 그 사람의 감정에 이입하는 것이 몰입이라 한다면 저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전 ‘인물에 몰입한다’는 것을 영화 <블랙스완>의 주인공처럼 현실과 극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해 일상생활에 균열을 일으키는 상태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연기할 때 저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몰입보다는 집중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이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한 배우가 몰입해서 자기 세계에 빠져버리면 상대배우와의 약속도 잊어버리는 것이니까요. 조명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철저히 알아야 하고. 이러한 모든 ‘연극의 약속’에 집중해야만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연기에만 빠져있으면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좀 과격한 표현으로 스스로를 “나는 연기할 때 인물에 몰입한다.”고 말하는 배우라면, 정신병자이거나 거짓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아영 씨가 생각했던 ‘몰입’이 제가 생각하고 있는 ‘연기에 대한 집중’이라고 가정하고 말씀을 드릴게요.
인물에 집중하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다른 사람의 습관이나 모습을 통한 관찰, 그리고 자기 내부에 있는 여러 성격들에 대한 관찰이 있죠. 사실 한 사람의 내면에는 딱 한 명의 자신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들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아영 씨가 외출하는데 원피스에 구두를 신었을 때와, 청바지에 샌들을 신었을 때 외출을 할 때의 느낌은 정말 다를 수 있잖아요? 이런 차이를 관찰하고 거기서부터 호흡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다른 한 방법은, 어느 작품이 끝나면 그 작품이 끝나는 순간 그때까지 연기했던 역할을 버리는 것이에요. 물론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저에게 득이 되는 것, 그리고 작품 속에 총체적으로 담겨 있던 진실성... 이런 것들은 당연히 남기고 가져가지만, 다음 작품에 최대한 빨리 집중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작품은 버리고 현재의 작품, 현재의 연출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 정말 기억에 남는 작품 혹은 좋아하는 캐릭터를 하나씩 고르신다면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필로우맨>이네요. 왜냐하면 그 작품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고, 그 주인공인 카투리안은 제 생에 있어 저를 가장 고생시킨 역할이에요.
<필로우맨> 연출가가 저랑 형 동생 하는 막역한 사이인데 작년에 <필로우맨>을 공연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형, 만약 몰입이란 단어를 쓴다면... 나 이번엔 몰입을 한 것 같아.” 라고요.
인물에 빠지는 것은 둘째 치고 그 긴 대사를 외우는 것 하나만으로도 너무 힘든 거에요. 많은 분께서 <필로우맨>을 사랑해주셔서 너무 기운이 났지만, 막상 공연 직전에는 세 시간 동안 모든 에너지를 그 극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에요. 또 정신세계가 극히 어둡고 비틀려 있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도 그렇고, 공연 내내 크게 소리를 지르려니 목도 아프고요.
어쨌든 작년의 캐릭터보다는 조금 더 발전된 카투리안을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여전히 쉽진 않아요, 하하. 하지만 늘 노력 중이에요.
Q. 이 작품 혹은 이 역할만큼은 꼭 한 번쯤 해보고 싶다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A. 너무~~~ 많죠. 아~~ 너무 많은데~~~ 두 개 얘기하면 안 될까요?
하나는 연극 <갈매기>에서 트레플레프를 연기하고 싶지만 지금 이 나이에 시켜달라 하면 누군가한테 맞겠죠? 하하. 하지만 그의 연적인 뜨레고린이라면 그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뜨레고린 같은 경우엔 좀 더 나이가 들어야 가능하겠지만요.
또 하나는 정말 어렸던 시절에 연기했었는데 아쉬움이 남았던 해롤드 핀터의 <배신>이란 작품이에요. 유명한 부조리극인데 장면의 사이와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 그 침묵 속에 숨겨진 대사, 침묵 속에서 오고 가는 ‘사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그런 극이에요.
Q. 이번에 시작되는 <필로우맨>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필로우맨>을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이 작품을 잊지 않고 늘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공연 장소와 기존의 배우 중 2명이 바뀌는 것 이외에 전체적인 맥락은 비슷하겠지만 두 번째 공연인 만큼 느낌은 다를 거에요.
관객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리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준비해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Q. 연극배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김준원 배우님의 마지막 한마디! 그리고 배우님의 최종목표는 무엇인가요?
A. 프로로서 연기를 꿈꾸고 계신다면 무대에 서는 행복이 내 모든 인생의 첫 번째가 될 경우에 하시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신 다른 것은 다 버려야 할 정도의 각오가 있어야하죠. 이런 각오 없이는 정말 버티기 힘든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연기를 하면서 그 대신에 무언가를 버려야하는 시기를 저도 맞이한 적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난 연극을, 연기를 재미있고 행복해서 한 거였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이니까요.
‘무대에 서는 행복이 모든 인생의 첫 번째’라고 당당히 말하는 배우 김준원.
살아있는 눈빛이 인상적인, 함께 얘기하며 느껴졌던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금까지의 내 모습을 다시금 돌아봄과 동시에 나는 얼마나 내가 좋다고 하는 일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반성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바, 한 명의 팬으로서, 같은 꿈을 꾸는 한 사람으로서 김준원 배우 계속 응원하고 싶어졌답니다.
마틴 맥도너 원작의 블랙 코미디 <필로우맨>은 11월 20일(수)부터 12월 15일(일)까지 공연되는데요. 하나의 살인사건에 얽힌 한 형제와 그들을 취조하는 형사들의 진실 공방의 스토리로 펼쳐지는 <필로우맨>은 참혹한 아동 살인사건에 얽힌 작가와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소재로 형제의 잔혹한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작품의 주제는 무겁지만, 이야기 속 대사들과 에피소드들은 이야기를 비꼬고 뒤집으며 긴장과 공포, 위트와 슬픔의 정서로 끊임없이 파동을 일으키며, 극의 반전은 더욱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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