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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의 세계를 말하다. 박병철 캘리그래퍼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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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21. 12:07

ㅣ캘리그래피ㅣ 

안녕하세요 프론티어 기자단 조범진, 윤그린입니다. 광화문 교보빌딩을 생각하면, 마음에 와 닿는 문구와 예쁜 서체로 어우러진 광화문글판이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 차례 광화문글판 디자인 작업을 하신 박병철 캘리그래퍼님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어떤 신념으로 캘리그래퍼를 하고 계신 것인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요. 여러분께 빨리 소개해드리도록 할게요!  

 

 
Q. 대한민국 캘리그래퍼 1세대로 알려져 있으신데요. 캘리그래피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A. 이전에 광고그래픽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과 그림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한글을 보면 볼수록 모양새가 신기하고 제 가슴을 뛰게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늘 말하고 듣는 이야기, 그리고 늘 사용하는 한글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길로 캘리그래피의 세계로 뛰어들게 되었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캘리그래피 때문에 후회했던 적이나 지쳐 본 적이 없는 걸 보면 그때 매우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Q.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고 가슴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글을 많이 쓰시는데, 그 영감의 원천이 어딘지 궁금합니다.


A. 글을 상형적으로나 미적으로 승화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글씨와 대입시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주체는 모든 사물과 장소 그리고 사람들이죠. 우리가 어울려 살아가는 그 일상에서 영감을 받는답니다.


그 순간순간의 감정과 느낌을 놓치지 않으려고 항상 기록하고 스케치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주머니에 그 보물들을 담은 쪽지들이 한 가득 들어있기도 합니다.

 


Q. 한 작품이 완성하기까지 어떠한 과정과 노력이 필요한지 궁금해요.


캘리그래피는 글씨만 봐도 담고 있는 이야기를 느낄 수 있고 소리와 감정을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글씨를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해요.


글씨를 분석하고 어떻게 써야겠다는 방향을 잡는데 고민하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려요. 그 후론 나뭇가지나 셔틀콕, 칫솔 등 사용할 도구를 선택하면 그때부터는 반복적으로 글씨를 써요. 한 두 번 만에 완성되는 글이 있는가하면 어떤 글은 수십 번씩, 심하면 수백 번을 쓴답니다. 허허


그런데 혹시 사랑에 빠져보신 적이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위해 뭘 더 해줄까?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면서 그 사람을 연구하게 되죠? 저는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대해요. 항상 설렘을 가지고 작업을 하다 보면 마음대로 안될 때도 있고 하지만 제게는 즐거운 고통인걸요.

스스로가 행복해서 작업을 하니깐 힘든 줄도 모르고 항상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고 설렘도 점점 커지면서 결실로 더 새롭고 좋은 글이 세상 밖으로 나온답니다.^^

 


 

Q. 그 동안 많은 작품을 남기셨어요.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A. 모든 작품들이 소중하고 기억에 남지만, 그 중에서도 광화문글판이 가장 애착이 가요. 특히 2009년 겨울 처음 광화문글판에 올라간 문정희 시인의 글로 쓴 이 작품이에요.

날려 쓰며 멋을 추구하는 글씨가 아닌 친근하고 따뜻하게 쓰려고 했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더 기억이 남았던 작품이에요. 모든 것에 있어서 ‘처음’이라는 건 항상 설레고 소중하며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2012년 봄에 걸린 글도 참 애착이 가고요.

광화문글판들을 작업해오면서 저에게도 글씨를 대하는 철학이나 생각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사람 마음을 대하는 마음이 더 풍성하고 따뜻해지고, 캘리그래피에 대한 제 열정을 더 진지하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죠.

제 마음을 담은 글들이 단 한 사람이라도 기분 좋게 생각하거나 종이에 적어서 품고 다니며 소통할 수 있다면 제게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제 글을 통해서 누군가의 인생을 더 아름답고, 긍정적이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선생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러나 마음처럼 일들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으실 텐데,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A. 다시 원점으로 찾아 돌아가야 해요. 사람 일이나 작품 일이나 그 안 좋은 마음이 생겼던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 가는 거죠.


안 좋은 일에 집중하면 그 생각이 커져 결정적인 답은 주긴커녕 나중엔 항상 스스로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치더군요. 그래서 아주 단순하게 걷으면서 하면서 딱 원인만 놓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해답이 눈앞에 나타나고 스르르 풀리더라구요.


글씨도 마찬가지에요. 원인의 순간으로 돌아 가야 해요. 글씨를 화려하게 멋있게 쓰려고 했던 욕심이 생겼던 그때로 돌아가서 욕심을 빼고 다시 마음의 백지의 상태로 가는 거죠. 사람 일이나 글씨나 다 똑같은 거 같아요.

 

 

Q. 캘리그래피를 배우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한마디를 해주신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A. 캘리그래피가 글씨를 예쁘게 쓰는 방법으로 오해하시고 뛰어드시는 분들이 많은데 글씨를 대할 때 글이 주인공이고 나는 그 글을 감성적으로 잘 전달해주는 역할이지, 글씨자랑을 하고 싶어 내가 주인공이 되려고 한다면 그건 틀렸다고 생각해요.


글씨를 쓰기 전에 멋지고 예쁘게 글씨를 쓰려는 마음은 잠시 미뤄놓고, 정확히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 독자와의 교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셨음 좋겠어요.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캘리그래피처럼 저희와의 만남도 정성을 기울여주셨던 박병철 캘리그래퍼님이셨어요. 글씨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것은 참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언제나 겸손한 자세로 어떻게 교감할지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울 수 있었던 만남이었답니다.

앞으로는 광화문글판의 글씨가 더욱 정감 있게 보일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글판 내용도 음미하면서 글씨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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