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3. 11:41
ㅣ수능 끝나고 할 일ㅣ
안녕하세요, 프론티어 기자단 홍아영, 정대준입니다.
지난 기사에서는 '대학 선배가 전하는 힐링 메시지 part 1. 수능은 끝났는데 무엇을 해야 할까?' 라는 주제로 인사를 드렸었어요,
이번에는 몇 달 전 사람책 봉사에 참여했다가 만났던 강원도 홍천 학생 중 친해진 동생이 몇 명 있는데요, 그 중 이동근(서석고 3)이라는 동생이 마침 서울에 놀러 온다고 해서 저번 봉사 때 못다 한 이야기도 해주고, 앞으로 겪을 대학생활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조언도 해줄 겸 만나기로 했답니다. ^^
동근이에게 서울에 온 기념으로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하고 싶은 일을 말해보라고 했더니, 서울에 와서 누나와 형을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반갑다면서, 그냥 간단히 점심이나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어요.
소소하면서도 수줍은 동근이의 성격답게 소원도 거창하기보단 참 소소했답니다. 뭐 굳이 그게 소원이라면 들어줘야겠죠? ^^
동근이는 서울에 온 김에 대학교 캠퍼스 투어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 중에서도 건국대학교 캠퍼스를 구경해보고 싶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건대입구역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건국대학교 안에 있는 카페로 향했어요!
동근아, 수능이 끝난 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났는데 소감이 어때?
수능을 보기 전에는 빨리 대학생이 되고 싶고, 매일 캠퍼스 라이프를 꿈꿨었는데, 요즘에는 학교 복도를 걷다 보면 3년 동안 학교와 정이 많이 들어서인지 졸업하기가 싫고, 너무 아쉬워요. 졸업하고 나면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그리울 것 같아요.
맞아. 형도 학창시절에는 집-학교-야자실 이렇게만 다니다 보니 정신 없이 보냈었는데, 수능이 끝나고 나니까 그 동안에는 그냥 지나쳤던 거리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거리에 있는 가로수들도 눈에 들어오고,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보이더라고. 오묘한 기분이 들었었어.
그럼 동근이는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기대되는 게 뭐야?
미팅? ^^ 하긴 당연히 기대되겠지. 나도 '대학교에 가면 미팅을 꼭 해봐야지.' 하고 생각했었거든! 고등학교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니까 분명 재미있을 거야, 원한다면 누나가 한 번 해줄게. 기대해! ^^
우와, 정말이요?
그럼 고등학교 생활 동안에는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
아무래도 밴드부에서 보컬 활동을 해서 그런지 동아리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대학에 가서도 버스킹을 해보고 싶어요. 아! 그리고 대준이형 저번에 대학생활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사람책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못들은 게 많아 아쉬웠어요.
형도 대학교에서 공연 동아리를 두 개 병행하고 있는데, 공연 동아리가 확실히 공연이 끝나고 나면 서로 무척 친해지는 게 있지. 그만큼 공감대도 많고, 또 대학생활의 로망이기도 하니까. ^^
그때 대준이가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던 것 같은데, 맞지? 형이 수능을 보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줄게. 지금이 수시 결과가 발표되고 대학에 합격한 친구도 있는가 하면, 수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정시지원을 해야 하는 경우와 정시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가기가 어려워서 재수를 결정하는 친구들도 있을 거야.
나도 수능 때 내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어. 긴장을 해서 국영수 점수가 총점으로 20점이 내려갔었거든. 그리고 수시에서도 하향지원으로 당연히 붙을 거라 예상했던 학교에 불합격했지. 비참하더라고.
진짜 정시기간이 적어도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였던 것 같아. 수험기간 중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대학들이 지원 적정권 대학으로 뜨니까 자존심은 이미 오래 전에 무너졌고, 내 자아마저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지.
페북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합격소식에 축하를 해주면서도 머리 속은 복잡했어. 대학보다 개인의 가치관과 비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도 그 상황이 되니까 엄청나게 흔들렸지. '차라리 대학을 가지말까? 외국으로 도피유학을 갈까? 연락을 다 끊고 다시 공부를 할까?' 이런 고민들을 엄청나게 했었어.
어쨌든 슬퍼해 봤자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정신을 붙잡으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 동근이 너는 이미 대학교 발표가 났지만 주변에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의 입장에서도 생각하는 게 정말 중요할 것 같아.
아 그렇군요. 그 부분은 저도 조심을 해야겠네요.
그렇지. 어쨌든 나는 정시 준비를 끝까지 했고, 내 꿈의 방향과 맞는 대학에 입학했어. 비록 수험기간 동안 항상 바라왔던 목표는 아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내 자리가 눈물과 땀으로 수년간 준비해 온 꿈 같은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사람들 몫까지 더 성실히 책임감을 가지고 생활해야겠다고 나 자신에게 다짐했지. 그리고 1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어.
요즘이 대학교 시험기간이거든. 시험공부를 하면서 느끼지만, 비록 1학년이기는 해도 시험기간만큼은 고등학교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아. 물론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들지만 그래도 나는 선택한다면 원하는 대학에 못 들어간다고 해도 대학생을 택할 것 같아.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수많은 기회들과 마주하게 되거든.
대학생활은 '기회'의 장이라고 생각해. 네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잘 알아보기만 한다면 네가 원하는 활동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들이 꼭 있어.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특권을 누릴 수도 있게 되고.
대신 모든 활동이 그렇듯이 '시간과 비용'이라는 문제 때문에 1차 선발은 서류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지금 시간이 된다면 너의 고등학교 생활을 돌아보면서 너만의 수기를 작성해보는 걸 추천할게.
꼭 공부에 관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어떤 경험을 했고, 무엇을 느꼈고, 그 이후에 어떻게 달라진 것 같은지 정리를 해두면 그게 두고두고 요긴하게 쓰일 거야. 나도 그때 작성한 수기 덕분에 장학금도 몇 차례 받았고, EBS <공부의 왕도>라는 프로그램에도 나오게 됐고, 대규모 강연의 기회도 얻게 됐었어.
물론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더 투자해 공부하는 것도 존중해. 하지만 꿈과 상관없이 '고3 마인드'로 섣불리 재수라는 길을 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재수라는 길을 택하지 않고, 대학생활을 열심히 한 이유는 지금까지 수능이라는 체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무대에서 미친 듯이 경쟁했고, 자신에게 떳떳할 만큼 공부했다면 이제부터는 나만의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어서였어.
대부분의 합격수기는 '나는 엄청난 노력 끝에, SKY에 입학했다.' 라는 구조를 가져. 그러기 위해서 재수, 삼수도 마다하지 않지. 그런 합격수기와 비교했을 때 나는 성공한 사례는 아니지.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결과를 낳는 학생은 10%도 채 되지 않아. 다른 변수를 떠나서 명문대의 입학 정원은 제한되어 있잖아? 나는 오히려 90%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어. 애초에 목표한 대학의 학과에 진학하지 못했어도 어떻게 성공이라는 길에 가까워질 수 있는가.
고등학교 시절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보냈다면, 입시의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의 무대를 어떻게 개척해나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 결과라는 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지.
우와, 고맙습니다. 형 말을 너무 잘하시는 거 아니에요? 진짜 도움이 많이 됐어요. ^^
부끄럽게 앞에서 칭찬하지마. 동근아. ^^
현재 네가 가진 이런저런 고민을 들어보니, 장남이기도 하고 수능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못해서 기대에 조금은 덜 미치는 곳을 택했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많은 것 같아. 그래서 누나는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동근이가 너무 기죽지 말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
누나 역시도 노력했던 것에 비해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그 당시 많이 힘들었었어. 문학특기자로 그 동안 준비해왔던 포트폴리오와 활동내용을 토대로 입학사정관제를 열심히 준비했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낙담하고,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면서 그 당시 머리가 많이 복잡했었지.
하지만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은 달라진다고 생각해. 현실적으로 '이 상황에서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이성적인 판단과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고, 최선의 결정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누나. 누나도 많이 힘들었겠군요? 누나가 해준 말 명심할게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면, 지금 당장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네 나이가 19살이니까 19살이기에 할 수 있는 것. 나도 내가 20살이니까 20살이기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하거든. 사람들은 보통 미래의 것을 많이 부러워하는 것 같아. 고등학생이면 대학생이 되고 싶고, 대학생은 직장에 다녀서 자기가 돈을 벌고 싶어하지.
그래서 보통 자신이 그 나이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충분히 있는데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계속 나이를 먹어가고, 나중에 후회하게 되는 것 같아. 나도 그랬고. 인생 선배를 만나게 되면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감사합니다. 제가 19살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일지 오늘 집에 가서 고민해봐야겠네요.
그렇게 건대 카페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건대의 상징인 건대 호수로 향했어요. 사실 저도 딱 1년 전 이 시기에 수시 탈락하고 나서 언제 대학생이 되나 생각하면서 건대 호수 주변을 계속 걸었었는데요, 벌써 1년이 지나고 제가 후배에게 대학생활을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루하루를 보낼 때는 그렇게 짧다고 느껴지지 않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근이와의 간단한 캠퍼스 투어를 마치고 저희 셋은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갔답니다. 소소하게 누나, 형과 함께 셋이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고 싶다던 동근이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서였죠. 더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동근이가 맛있게 먹어 주어 기분이 좋았답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샀으니 다음번에는 동근이 네가 멋진 대학생이 돼서 한턱 쏘는 거다? 알았느냐! ^^
건대 호수를 배경으로 셋이 함께 찰칵!
언젠가는 이것도 모두 추억이 되겠죠? 다시 만나게 되는 날, 과연 동근이가 어떤 경험들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너무 기대되고 설레었답니다.
동근아! 누나와 형이 항상 응원할게! ^^
마지막으로 모든 수능생, 그리고 곧 새내기가 되어 설레는 대학생활을 꿈꾸고 있는 예비 대학생 여러분들에게 오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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