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2. 18:19
ㅣ2014 갑오년ㅣ
해가 가고 또 옵니다. 이맘때쯤이면 흔히 떠도는 말들이 있는데요, 세월이 화살 같다느니, 인생이 속절없다느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지요. 1년이라는 시간은 참으로 깁니다. 돌이켜보면 그 많은 사건과 일들이 이 한 해에 일어났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지요. 특별히 더 의미가 있거나 대단한 일을 해내서가 아니라 시간을 보는 인식의 틀이 달라졌기 때문이랍니다.
오늘은 항심(恒心)과 하심(下心)의 이중주를 통해 새해를 맞이하는 고전의 지혜를 알아볼게요.
우리에게 익숙한 양력은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속도와 양이 그 절대적 기준이 된답니다. 반면 동양의 시간관(음력/절기력)은 1년 안에 사계절과 24절기, 72절후가 중첩되는 복합적인 사슬이에요. 뿐만 아니라 하루 안에도 사계절이, 심지어 일생이 다 담겨있지요.
따지고 보면, 세월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건 속도와 양이라는 단일한 척도로 인해서랍니다. 균질적인 레일 위에서 속도를 다투고 양을 겨루는 것, 그게 현대인들의 시간인식이지요.
이 레일 위에서는 모두가 초조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뭔가를 이룬 이들은 이룬 대로, 이루지 못한 이들은 이루지 못해서 더더욱 그러하지요. 그래서 한 해가 갈 즈음엔 뭔가 아쉽고 헛헛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법이랍니다.
그 마음으로 다시 새해의 계획을 짜며 올해는 반드시 뭔가를 더 이루리라는 야심을 갖지만, 세월의 변화만큼이나 속절없는 게 사람의 마음인지라 늘 ‘작심삼일’이 되곤 하지요.
그런데 왜 삼인걸까요? 삼(三)을 넘으면 질적 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삼이라는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은 것이지요. 이 장벽을 넘으려면 무엇보다 시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답니다.
2014 갑오년, 새로운 10년의 시작 |
그렇습니다. 갑오는 새해일 뿐 아니라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알리는 해이기도 합니다. 주지하듯이, 동양의 운세는 60갑자로 돌아갑니다. 10년씩 6번이 돌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이것을 일러 환갑이라고 합니다.
모든 10년은 갑자, 갑술, 갑신 등 갑(甲)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지난 2004년(갑신)에서 2013년(계사)까지가 하나의 마디라면 이제 새로운 10년의 마디가 시작된 것이지요.
거기다 말띠로 시작되니 그야말로 천지가 활발한 기운으로 충만한 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아마 사람들의 마음에도 이런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할 것입니다. 때문에 모두들 자기 나름의 비전과 기획으로 설렐 거예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내실이 필요하답니다. 박차고 나오려면 그만큼의 내공이 필요한 법이지요.
해가 바뀌려면 세 번의 마디를 겪어야 합니다. 먼저 양력 1월 1일. 이것은 사실 종무식과 시무식을 하고, 세무정산을 하는 등 노동과 화폐가 부여한 리듬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이때는 겨울의 절정에 해당합니다. 아직 몸과 마음이 봄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영 어색하기도 하지요. 새롭게 시작하기도 뭣하고 활동을 도모하기도 뭣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또 하나의 마디를 기다립니다. 음력 설날. 양력은 고정되어 있지만, 음력의 첫날은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년 새롭게 다가오지요. 또 겨울의 끝자락이라 천지의 기운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진짜 새해의 시작은 이때가 아닙니다.
마지막 마디이자 결정적 문턱, 바로 입춘이 있기 때문이지요. 2월 4일쯤을 전후한 시기가 그때입니다. 음력 설날보다 앞설 수도 있고 뒤질 수도 있습니다. 동양 역학은 절기력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래서 입춘 이후에 태어나야 비로소 청마띠가 될 수 있지요. 입춘이 되면 하늘이 열리고 대지가 꿈틀거리면서 서서히 동풍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내 몸 안의 간(肝) 기운도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간과 바람과 봄은 모두 목(木) 기운의 변주에 속합니다.
항상 유연하고, 늘 새롭게 |
항심은 고집이나 끈기 같은 것이 아니라 1년 전체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유연성입니다. 그러니까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으려면 오기나 집념보다는 1년의 변화무쌍함을 헤쳐가는 변용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봄에 아무리 멋진 기획을 드라이브하면 뭣 하겠어요. 여름이면 그 무성한 열기 속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릴 텐데요. 그렇게 여름을 지나면 가을엔 아무것도 거둘 수 없고, 겨울은 그저 적막하기만 하지요.
이때 느끼는 것이 바로 허무와 상실감입니다. 이런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작심을 할 때 단지 목표만을 주시하기보다 한 해 전체의 리듬을 운용할 수 있는 힘과 시선이 있어야 합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하심(下心)입니다. 즉, 언제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이지요, 그것이 곧 하심입니다. 봄날에 추진한 일들이 여름에는 좌초되기에 십상입니다. 그럴 때는 즉각 여름의 기운에 맞게 심신을 추스른 뒤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편 여름에 이룬 것이 가을이면 낙엽처럼 흩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 그 낙엽 속에서 소박하나마 작은 열매를 거둘 수 있어야 합니다. 겨울이면 열매조차 사라지고 씨앗만 남습니다. 단 한 톨의 씨앗이라도 깊숙이 묻을 수 있다면 그 해는 참으로 잘 산 것입니다.
봄날 거창한 계획을 세워놓고 그게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바로 무너지는 건 기획과 비전이라기보다 탐욕에 가깝습니다. 계절의 고비마다 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그것이 곧 하심인 것입니다.
결국 항심이 가능하려면 하심이 필요하고, 하심이 있다면 사계절을 거뜬히 지속할 수 있습다.
항심과 하심의 이중주! 이걸 즐길 수 있다면 뜻을 이루든 않든 한 해는 수많은 이야기와 사건들의 파노라마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러면 비로소 알게 될 테지요. 1년이 얼마나 길고 풍요로운 시간인지를.
속도와 수량의 지배로부터 삶을 구원해내는 것, 이보다 더 멋진 비전이 있을까요?
갑오년에는 이런 식의 ‘작심’, 아니 이중주가 흘러넘치기를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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