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5. 20:22
| 쑥전 만들기 |
사극을 보면 병석에 누워계신 부모님을 위해 눈 덮인 산을 돌아다니며 홍시를 구하는 효자이야기가 나옵니다. 만약 그 배경이 조선시대가 아니라 지금이라면 어떨까요? 아마도 효자는 바로 마트로 가서 냉동 홍시를 사오지 않았을까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원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21세기입니다.
사실 ‘철’ 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한겨울에도 잘 익은 딸기를 먹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진짜 제철을 만난 것들을 먹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철에 나온 재료들이야 말로 신선한 맛에 영양까지 풍부하면서 가격까지 좋은 착한 재료들이니까 말이죠.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24절기와 절기 외 절일(설,한식,단오,추석,삼복)을 만들어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읽고 농사에 활용하면서 각 절기와 절일에 딱 먹기 좋은 세시음식을 동국세시기와 같은 세시풍속 책에 남겨두었습니다. 현재는 세시풍속들이 많이 사라져 동짓날 팥죽을 먹는 정도지만 시절음식을 먹으면서 제철 만난 놈들의 물오른 맛을 보는 것은 어떨까 해요.
이제 바야흐로 여름의 초입에 접어든 6월, 두 가지 큰 절기와 절일이 있는데 바로 낮이 가장 긴 하지와 음력5월 5일 단옷날입니다. 하지가 지나면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이 많아져 점점 더 더워지게 되는데, 이 하지는 동시에 감자를 캐는 시기라고도 하죠. 이 시기의 감자는 포슬포슬 녹말을 머금은 것이 아무런 가미 없이 쪄먹는 것 만으로도 감자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어요.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올해 감자 값이 단군이래로 가장 비싸다고 하니 선뜻 장바구니에 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두 번째 절일인 단오는 설, 추석과 함께 과거에는 큰 명절 이었지만 현재는 일부 지역에서만 지역행사를 할 뿐 그 정취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단오는 ‘초닷새’라는 의미로 수릿날 이라고도 하는데 조선 후기 세시 책인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단옷날 해 먹는 쑥떡의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만들어졌기 때문에 ‘수릿날’이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해요. 단옷날에 가장 많이 먹는 쑥떡의 주재료인 쑥은 그 성질이 복부를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장이 허해서 생기는 설사 등을 막아줍니다. 음력3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제철인데 단오쯤이 여린 쑥을 마지막으로 먹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배탈이 많이 나는 여름 전에 쑥을 먹어 장을 보호하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음식이에요.
오늘은 단옷날 딱 좋은 맛인 쑥을 가지고 쑥떡보다는 조금 더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쑥전을 해볼까 합니다. 늘 먹던 김치전보다는 풋풋한 쑥전에 계절과일과 스파클링 와인을 넣은 막걸리를 같이 먹어보면 6월의 맛이 느껴질 것 같아요.
쑥전은 생쑥을 곱게 갈아 반죽에 넣어도 좋고 만약 생쑥을 구하기 어렵다면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쑥가루를 이용해도 좋아요. 그 정도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용인되는 애교쯤으로 보고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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