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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바치는 찬사로 가득한 영화에 대한 영화, <휴고 Hugo(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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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 24. 17:47

ㅣ 영화 휴고ㅣ







안녕하세요, 사내필진 라현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세계적인 거장으로 손꼽히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모험 영화 '휴고'예요. 201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러 부분에서 최다 수상을 거머쥐면서 다시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작품은 진한 감동과 희망의 판타지를 보여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해요.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2012년 2월 26일 할리우드 코닥 극장에서 열린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예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어요. 영화사의 초창기를 다룬 두 편의 영화가 각종 부문에서 나란히 후보에 오르며 열기를 더했기 때문이죠. 치열한 경쟁 끝에 두 편 중 <아티스트 The Artist>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의상상을 거머쥐었고, 최다 후보였던 <휴고 Hugo> 역시 촬영, 음향편집, 음향효과, 시각효과, 미술의 5개 부문을 수상했어요.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중 태양의 서커스 공연 장면 (출처: CirqueduSoleil.com)



아카데미 시상식은 매년 화려한 막간 공연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죠. <아티스트>와 <휴고>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2012년엔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Circus du Soleil) 단원들이 영화사의 주요 대목들을 형상화한 멋진 공연을 펼쳐 극장을 가득 채운 스타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답니다. 영화의 지나온 발자취를 소중하게 발굴∙보존하고 기념하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더라고요.



<아티스트>의 한 장면 (출처: IMDb.com)



주요 부문을 석권한 <아티스트>는 유성영화가 도래하면서 몰락한 무성영화 시절의 대스타가 재기하는 과정을 발랄하게 그린 작품이에요. 실제 무성영화와 동일하게 흑백과 무성으로 촬영돼 더욱 주목 받았죠. 

반면 <휴고>는 <아티스트>가 배경으로 삼은 시대보다 한참 앞서 영화의 탄생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답니다. 브라이언 셀즈닉(Brian Selznick)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명장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이 그의 필모그래피 최초로 3D로 제작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답니다. 오늘은 바로 이 영화, <휴고>를 소개 드리려고 해요.




파리 중앙역의 시계 지기 소년



영화가 시작하면 시계 초침소리와 함께 개선문을 중심으로 한 1930년대 파리의 전경이 드러나요. 주인공 휴고(Hugo, 아사 버터필드 분)는 박물관 학예사였던 아버지를 화재로 잃고 삼촌에 이끌려 파리 중앙역의 시계 지기로 살아가고 있죠. 그는 엄청난 크기의 태엽과 나사에 둘러싸여 지내면서도 벽 틈으로 역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군상을 엿보는 일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동인형(Automaton)을 수리하기 위한 궁리로 고단한 나날을 버텨내요.



<휴고>의 한 장면 (출처: IMDb.com)



어느 날, 역 귀퉁이의 장난감 가게에서 자동인형을 고치는 데 필요한 부속품을 훔치던 휴고는 가게 주인인 죠르쥬(Georges, 벤 킹슬리 분) 할아버지에게 붙잡히고 말아요. 휴고의 소지품 중에서 자동인형에 대한 메모가 적힌 수첩을 발견하고 잠시 충격 받은 것 같던 할아버지는 그 수첩을 압수해 버리죠. 아버지의 소중한 유품을 포기할 수 없었던 휴고는 돌려줄 것을 애원하며 할아버지의 집까지 따라가지만 돌려받는 데는 실패해요. 하지만 그곳에서 죠르쥬 할아버지의 양녀인 이사벨(Isabel, 클로에 모레츠 분)을 만나 친구가 되죠. 



<휴고>의 한 장면 (출처: IMDb.com)



휴고와 이사벨은 자동인형을 다시 작동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거듭되는 실패에 낙담하고 맙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죠르쥬 할아버지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돼요. 할아버지가 바로 왕년의 유명한 영화제작자, 감독, 배우인 죠르쥬 멜리에스였던 것이죠.




죠르쥬 멜리에스 - 영화의 마법사



죠르쥬 멜리에스(Georges Méliès, 1861-1938)는 영화 초창기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에요. 원래 마술사 출신인 그는 당시 새롭게 부상하고 있던 활동 사진이 지닌 상업적 잠재력을 단박에 깨달았던 선구자 중 한 명이었거든요.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흔히 뤼미에르(Lumière) 형제가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영화는, 이때까지만 해도 고귀한 왕족의 대관식 같은 유명 행사나 먼 나라의 이국적 풍경 등을 촬영해 보여주는 신기한 ‘볼거리’에 지나지 않았어요. 

그러나 죠르쥬 멜리에스는 여기에 연출과 편집, 촬영 스튜디오, 초보적인 특수효과, 체계적인 배급망 등을 도입해 대중적 엔터테인먼트로서 영화가 뿌리 내리는 데 크게 기여했답니다. 그는 무려 50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 중 극소수만이 보존돼 있어요. 


가장 유명한 작품은 <휴고>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는 <달세계 여행 Voyage to the Moon>인데요, 이 작품은 일단의 용감한 프랑스 탐험가들이 포탄 로켓을 타고 달에 착륙해 그곳 원주민들과 전투를 겪고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어요. 약 13분 분량의 짧은 영화지만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죠. 특히 포탄 로켓이 의인화된 달의 얼굴에 처박히듯 착륙하는 장면은 영화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회자될 이미지 중 하나일 거예요.



<달세계 여행> 중에서 (출처: IMDb.com)



그러나 자신이 세운 스타(STAR) 영화사를 이끌며 승승장구하던 멜리에스도 종내 몰락의 길을 걷게 돼요. 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주요 시장이던 미국에서의 무분별한 복제품 생산(저작권의 개념조차 없었을 때였으니까요) 등이 주된 이유였어요. 이후 멜리에스는 마치 그의 주특기였던 무대 마술처럼 홀연히 영화계에서 사라져 버려요.


이렇게 영화 <휴고>는 실존인물인 조르쥬 멜리에스의 극적인 삶에 착안해 만들어진 이야기랍니다. 그런 만큼 장면 하나하나마다 영화에 대한 은유와 찬사로 가득 차 있어요. 시간예술로서의 영화를 상징하는 시계, 근대문물의 상징이자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로 대중 상영한 영화에 등장했던 기차, 기계적 작동을 통해 이미지를 보존하고 영사하는 카메라와 영사기를 상징하는 자동인형 등등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오브제들이죠. 이런 요소들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영화 한 편이 줄 수 있는 즐거움 이상의 어떤 아련한 감정을 안겨주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영화에 대한 한없는 존경과 애정을 담은, 영화에 대한 영화라고 할까요?




영화광, 마틴 스콜세지 



이쯤에서 <휴고>의 감독 마틴 스콜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사랑은 워낙 유명해요. <비열한 거리 Mean Streets>(1973),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1976), <성난 황소 Raging Bull>(1980), <좋은 친구들 Goodfellas>(1990), >케이프 피어 Cape Fear>(1991), <순수의 시대 The Age of Innocence>(1993), <갱스 오브 뉴욕 Gangs of New York>(2002), <에비에이터 The Aviator>(2004), <디파티드 The Departed>(2006),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2010), 오늘 소개 드린 <휴고>와 최근작 <울프 오브 월스트릿 The Wolf of Wall Street>(2013)에 이르기까지 수준 높은 작품들을 내놓는 와중에도 고전영화의 발굴과 보존에 남다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우리나라 영화계도 스콜세지 감독의 신세를 진 적이 있죠.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故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 <하녀>는 프린트의 일부가 유실돼 안타까운 상황이었는데, 세계 각국에 흩어진 <하녀>의 여러 판본을 발굴해 디지털로 복원하는 작업에 자금 지원을 비롯해 많은 도움을 준 바 있답니다.



<휴고>에 출연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 (출처: IMDb.com)



위 사진은 <휴고>에 사진사로 잠시 등장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모습이랍니다. 참 행복해 보이죠? 글을 쓰면서 이 프로필을 골랐을 때 처음엔 조금 의아했어요. 배경의 말이 보이시죠? 영화 속엔 사진사의 뒤에 말을 배치할 어떤 개연성도 없는데 왜 그랬을까 싶었거든요.

영화의 발명 이전, 사진이 광범위하게 보급됐을 때 그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던 사람들에게 멋진 해답을 내놓은 몇 가지 사례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유명한 머이브릿지(Eadweard Muybridge, 1830~1904)의 사진 실험이랍니다. 말이 달릴 때 네 발 중 어느 쪽이 땅에 닿는지에 대해 내기가 걸렸고, 이 내기의 승자를 가리기 위해 사진기가 동원됐던 거죠. 
길게 늘어 놓은 사진기들의 셔터에 줄을 연결해 달리는 말이 줄을 끊으면 사진이 찍히는 방식으로 말이죠. 영화가 우리 눈의 잔상효과를 이용해 초당 24장의 사진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움직이는 영상, 즉 영화의 발명을 촉진시킨 계기가 된 사건으로 꼽힌답니다. 이제 사진사 뒤에 굳이 말을 배치한 의도가 이해 되시나요? ^^



1878년 촬영된 머이브릿지의 실험 중 하나 (출처: Wikimedia.org)




이렇게 <휴고>는 훌륭한 만듦새와 흥미로운 전개 외에도 ‘알고 보면 보이는’ 즐길 거리가 꽤 많은 영화에요. 영화라는 매체를 사랑하는 영화광들에게는 더욱 그렇겠죠. 곧 시작되는 여름 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손색 없는 작품이니 꼭 한 번 보시길 추천 드려요. 다음 번에 또다시 좋은 영화 소개로 찾아 뵐 것을 약속 드리며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할게요. 모두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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