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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자리 짜기> 화가, 가족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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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4. 13:40







조선시대 후기의 화가, 김홍도는 산수와 인물, 도석, 불화, 화조, 초충 등 회화의 모든 장르에 뛰어났지만 특히 풍속화를 잘 그린 화가로 알려져 있답니다. 그는 어린 시절 강세황의 지도를 받아 그림을 그렸고, 강세황의 추천으로 도화서 화원이 되어 정조의 신임 속에 당대 최고의 화가로 자리 잡았답니다. 김홍도는 산수, 인물, 도석, 불화, 화조, 풍속 등 모든 장르에 능하였지만, 특히 산수화와 풍속화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겼어요. 왕의 어진부터 당시 서민들의 소박하고 사실적인 생활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남겼던 김홍도의 그림 중에서도 이번에는 <자리 짜기>라는 작품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소개를 해드리려고 해요.




조선시대 후기 서민 가족의 삶을 그린 <자리 짜기>



단원 풍속도(보물 제527호) / 18세기 / 종이에 채색 / 27×22.7cm /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의 <자리 짜기> 그림을 살펴보면 조선시대의 한 가족이 보여요 가족 구성원은 젊은 부부와 어린 아이 한 명으로 단출한 편이죠. 아버지는 자리를 짜고 어머니는 물레를 돌려 실을 뽑고 아이는 공부를 하고 있어요. 모두가 한 공간에 모여 각자 육체노동과 지식노동에 열중이에요.

인물의 배치를 보면 제일 앞에 크게 아버지를 그려 놓았고, 그 다음은 조금 물러 선 곳에 어머니를 조금 작게 그려 놓았으며, 저만큼 뒤편에 아이의 등이 보이도록 약간 돌려 배치한 것을 알 수 있답니다. 다분히 작위적인 구성을 통해 조선시대의 가족은 아버지 중심적이었다는 사실, 즉 당시 아버지의 위치가 어떠했는가가 은연중에 드러나고 있어요.




그림에서 드러난 부부의 신분과 생활



    


그림 속에서 아버지가 자리를 짜는 모습을 살펴볼까요? 그는 Y자 모양의 자리틀 두 개를 벌려 놓고, 왕골이나 짚 등을 조금씩 떼어 고드랫돌을 번갈아 놓으면서 자리를 촘촘히 짜고 있어요.


그런데 자리 짜는 아버지의 손이 굳은살 없이 희고 가늘어요. 그가 그동안 육체노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음을 머리에 쓴 사방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답니다. 사방관은 양반 가문의 선비들이 쓰던 복건 중 하나에요


그러므로 자리를 짜는 이 아버지는 양반인 것이에요. 당시 궁핍한 양반이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자리 짜기였답니다. 큰 자본이 들지 않았고, 유통도 활발했기 때문이에요. 좌식 생활을 하던 조선사회에서 자리는 왕실부터 서민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생활 용품이기도 했고, 세금으로도 낼 수 있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답니다.


그 남편 옆에서 아내가 물레를 돌리고 있어요. 가만히 보면 아내가 일하는 모습은 남편이 일하는 모습과 대조를 이루고 있어요. 남편은 움츠린 모습으로 어설픈 손놀림을 하고 있지만, 아내는 북을 돌리는 몸짓과 손에 흔들림이 없고 능숙해요. 그간 궁핍한 살림을 해온 그녀의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에요.




희망을 짜던 조선시대의 아버지



이 부부 뒤에 이 집의 희망일 아이가 아랫도리를 벗은 채 공부를 하고 있어요. 간밤에 실수를 하였던지 아니면 다른 이유였던지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렵다는 게 아이의 맨살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어요.

그러나 아이의 공부하는 모습은 재상이 되고도 남을 만큼의 열정이 보이죠. 글공부를 얼마나 야무지게 하는지, 막대기로 글자를 짚어가며 소리 내어 읽고 있어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부모에게 제일 큰 기쁨이라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과 자식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일 거예요. 조그마한 녀석이 공부하는 자세가 저 정도라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깨가 결리고 손목이 시큰거려도 그 고통은 참을 만죠. 지금 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운을 북돋는 소리는 자식의 글 읽는 소리일 것이에요. 따라서 물레소리와 고드랫돌 소리도 쉼 없이 속도가 붙죠. 아버지의 자리도 서너 번 말려 있고, 어머니가 뽑아 놓은 실도 여섯 개나 돼요. 아이의 책도 페이지가 많이 넘어갔어요.


사실 이 가족들이 각자 하고 있는 일은 한 가지로 통해요. 몸과 마음의 몰입을 통해 한 땀 한 땀 진행되는 일들인 것이에요. 아버지가 자리를 대충 짠다면 그 돗자리는 성글고 투박하여 사람의 몸을 찌를 수밖에 없고, 어머니가 대충 실을 뽑아낸다면 그 실은 굵기가 고르지 못해 고운 옷감을 만들 수 없을 거예요. 아이의 공부도 넓게 배우고, 깊이 생각하며, 이치나 원리를 찾아내 실천하는 공부가 아니라면, 참된 공부가 될 수 없답니다.

생각해 보건대 <자리 짜기> 속 아버지는 어쩌면 진정으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은, 글을 읽고 싶은 것일 것이에요. 하지만 서툰 솜씨로라도 자리를 짜고 있어요. 자식에게만은 고단한 삶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자식만은 어려운 상황을 이기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리를 짜고 있는 것이죠. 지금 아버지는 희망을 짜는 중이랍니다.




일상에 밀착한 천재 화가의 시선과 손끝



어느 날, 화가 김홍도의 시선에 이 생생한 삶의 현장이 들어왔던 모양이에요. 표현된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통해 그들의 일상에 밀착하여 느낀 화가의 시선과 손끝을 느낄 수가 있답니다. 자신의 삶을 열심히 꾸려 가는 모습을 담고 싶은 의도였던지 인물들의 움직임만을 묘사할 뿐 그 외의 배경은 모두 배제되어 있어요.

그래서일까, 인물들 사이에는 살아 있는 삶의 소리로 넘실거려요. 달그락 달그락 아버지가 자리를 짜는 소리, 워리렁 워리렁 어머니가 물레를 돌리는 소리,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아이가 글 읽는 소리로 가득하죠.

김홍도의 그림은 시공을 초월한 삶의 영역 안에서 ‘비록 어렵더라도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라는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요. 현대인과 조선시대 사람들이 ‘희망을 짜는 가족’ 을 통해 서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죠.




tip 우리 옛 그림과의 올바른 소통을 위해 ‘버리기’와 ‘준비하기’



1. 작품 구성 형식이 중요했던 과거 서양화 감상법을 우리 옛 그림에 적용하는 습관 버리기.

2. 일제 식민사관이 왜곡시켜버린 조선의 역사, 사상, 선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버리기.

3. 옛 그림은 정신에 무게를 둔 그림. 감상자들은 개별적 형식보다 보편적 마음 준비하기.

4. 달이나 나무 같은 아이콘 속 의미나 메시지 탐색에 필요한 지적 유희의 시간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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