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29. 17:32
정신과 육체를 분리할 수 있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요? 사실상 정신과 육체는 상호 연관돼 있답니다. 이를 방증하듯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정서적 상태에는 불쾌 스트레스, 외로움, 부끄러움, 슬픔, 불안과 공포, 분노와 공격성이 있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심리적 건강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본 글에서는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보다 손쉽게 정신건강을 위해 행할 수 있는 삶의 기술에 대한 방법을 퇴계 이황 선생의 활인심방(活人心方) 중화탕(中和湯)을 통해서 알아보고자 해요.
현대 사회는 우리가 계속해서 다양한 일과 사건에 적응할 것을 요구해요.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에 의한 심리적 반응이 일어난답니다. 심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요인에는 정서적인 기질, 감정의 강도, 자존감 등이 있어요. 이러한 심리적 상태는 경계 단계에서 저항 단계를 거쳐 탈진에 이르기도 한답니다. 인체는 지속적으로 신체적, 심리적 안정체계가 안정 또는 평형 상태에 있도록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알려진 생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나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균형 부족상태가 일어나 질병을 야기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신체는 어떤 위협을 느낄 때 그것이 사실이든, 상상한 것이든 똑같이 반응한다는 점이에요. 우리의 뇌는 외부의 강한 정신적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답니다. 예컨대 일어나 싸우거나 돌아서서 도망갈 수 있는 신체의 방어력을 작동시켜요. 이때 뇌와 근육, 내부 장기로 들어가는 혈액 공급을 바꾸고, 혈액 응고 능력과 근육의 긴장도를 증가시키는 등 우리 몸을 완전한 경계 상태로 만든답니다.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피부 트러블, 두통, 위장관의 문제, 면역계통의 변화, 고혈압과 심장 질환 등의 신체적 반응을 일으켜요. 이처럼 정신과 육체는 상호 연관돼 있답니다. 정신적 건강함이 육체적 건강을 견인할 수 있는 이유인 것이죠.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은 조선 중기 대표적인 성리학자랍니다. 중국에서는 퇴계를 해동주자(海東朱子)라고 명명했는가 하면, 일본에서는 성리학이 발전을 이루는데 퇴계의 사상이 주류를 이루었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퇴계는 평생 병고(病苦)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수명이 30세 정도였던 16세기 70의 수(壽)를 누렸답니다. 이처럼 천수를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연을 즐기며, 활인심방의 양생법을 꾸준히 수련한 결과라 할 수 있답니다. 이와 같은 퇴계의 삶은 퇴계학(退溪學)이라는 학문적인 성취를 이뤘으며 평생을 쉬지 않고 수련한 정좌(靜坐)의 자세를 끝까지 놓지 않아 양생의 전문가도 이루기 힘든 좌탈입망(坐脫入亡), 즉 앉은 자세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져요.
퇴계는 몸이 약했지만 그의 장수 비결은 ‘활인심방(活人心方)’ 이라는 건강법에 있었답니다. 활인심방은 중국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아들 주권(朱權)이 쓴 ‘활인심(活人心)’에 퇴계 자신의 생각을 더해 새로이 방(方)자를 붙인 책으로써 건강과 장수의 비법이 담겨있답니다.
‘활인심’의 저자인 주권은 현주도인(玄洲道人)으로 불릴 만큼 도가에 조예가 깊었고 활인심은 도가의 양생사상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인간이 걸리는 병의 뿌리는 마음에서 비롯되므로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했어요.
활인심방은 도교의 수련서로 내려왔지만, 허망한 신선사상을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치심(治心)을 중시했고, 정신수양과 생활을 통한 양생법을 주장했답니다. 퇴계는 활인심방의 내용이 행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마음을 닦는 수련을 강조했어요.
활인심방은 활인심서(活人諶序), 활인심상(活人心上), 중화탕, 화기환(和氣丸), 양생지법(養生之法), 치심(治心), 도인법(導引法), 거병연수육자결(去病延壽六字決), 사계양생가(四季養生歌), 수양지도(修養之道), 보양정신(補陽精神), 보양음식(補陽飮食) 등으로 구성돼 있답니다.
이중 우리가 눈여겨 볼 부분이 바로 중화탕이에요. 중화탕은 한약 재료에 물을 붓고 끓여 탕약으로 복용하는 것을 말해요. 그런데, 이 중화탕에 들어가는 재료는 일반적인 한약재료가 아닌 30가지의 생활 덕목이랍니다. 즉, 중화탕은 실제적인 약이 아니고 상징적인 한약이며, 마음과 정신을 수련하는 구체적인 덕목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에요.
30가지의 덕목이란 아래와 같답니다.
사무사(思無邪, 생각을 간사하게 하지 마라)
행호사(行好事, 좋은 일을 해라)
막기심(莫欺心, 마음을 속이지 마라)
행방편(行方便, 편안하게 행동하라)
수본분(守本分,: 자기 본분을 지켜라)
막질투(莫嫉妬, 시기하고 질투하지 마라)
제교사(除狡詐, 교활하고 간사함을 버려라)
무성실(務誠實, 모든 일에 성실하라)
순천도(順天道, 하늘의 이치에 따르라)
지명한(知命限, 타고난 명의 한계를 알라)
청심(淸心, 마음을 맑고 깨끗이 하라)
과욕(寡慾, 욕심을 적게 하라)
인내(忍耐, 참고 견디어라)
유순(柔順, 성정을 부드럽고 순하게 하라)
겸화(謙和, 겸손하고 온화해라)
지족(知足, 만족할 줄 알라)
염근(廉勤, 청렴하고 근면하라)
존인(存仁, 어진 마음을 간직하라)
절검(節儉, 검소하고 절제하라)
처중(處中,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중용을 지켜라)
계살(戒殺, 살생을 경계하라)
계노(戒怒, 성냄을 경계하라)
계폭(戒暴, 포악하지 마라)
계탐(戒貪, 탐욕을 경계하라)
신독(愼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변함이 없어라)
지기(知機, 때를 잘 알아서 하라)
보애(保愛, 사랑을 지녀라)
염퇴(焰退, 물러나야 할 때를 알고 물러나라)
수정(壽淨, 고요함을 지녀야한다)
음즐(陰 , 숨어서 남을 해치지마라)
중화탕에서 제시한 30가지의 재료들 중에서 추구해야 할 마음가짐은 21가지이며, 버리거나 경계해야 할 마음가짐이 9가지로 구성돼 있답니다. 추구해야 할 마음가짐에는 정신적인 안정을 통해서 몸 안의 기(氣)가 바르게 흐르고 심신이 건강해지는 것을 유도하고 있으며, 버리거나 경계해야 할 마음가짐을 통해서 화(火)가 오르는 것을 배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답니다.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도 정신적 긴장상태와 화가 지속되면 화학적 정보가 뇌의 시상하부로 이동해 CRF라 부르는 호르몬을 방출하고 ACTH를 생성해 부신피질을 자극하게 된답니다. 부신피질에서는 코티솔이 생성되고, 부신수질에서는 아드레날린과 노어아드레날린을 생성하죠. 이 호르몬들은 혈당을 높이고 심장박동과 혈압을 상승시키는 내분비 화학반응을 일으킨답니다.
이처럼 심리적 건강상태에 대한 부분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퇴계의 마음을 다스리는 처방(處方)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게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요. 중화탕은 심리적 건강을 위한 구체적인 처방이므로 실천을 해야 하며, 30가지의 덕목을 매일 읽고, 탕(湯)으로 달여 마음으로 음미해 탕약을 마시듯 해야 해요. 이렇듯 동양적 관점에서의 심리적 건강은 몸과 마음을 닦아 수련하는 행위에 있으며 이것은 양생을 통해 무병장수하고자 하는 사상과 맞닿아 있는 것이랍니다. 중화탕의 특징은 마음과 육체를 아우르는 심신일여(心身一如)의 건강법으로, 별도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에 구애 받지 않고 명상(冥想)하며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랍니다.
퇴계는 중화탕을 통해 5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심리적 건강상태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답니다. 사람은 마음의 병을 예방해 몸의 병까지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며, 만병은 마음에서 연유하는 것이고 행동도 마음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에요. 우리는 진정한 나를 찾자고 하며,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곤 해요.
모든 사람이 이상적인 삶을 손쉽게 완성시킬 수 있도록 축복받은 것은 물론 아니랍니다. 우리가 얻으려고 하는 행복이란 상태는 성취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 얻어내는 것이랍니다. 현대 사회의 생활은 우리가 계속해서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것을 요구해요. 퇴계의 중화탕은 일상생활의 삶의 기술로서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또한 경제적인 부담이 없이 복용할 수 있는 최고의 인문학적 생활실천양생법(生活實踐養生法)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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