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30. 16:33
전남 여수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이 시작되는 곳이에요. 고려 태조 왕건 때 나라 이름으로 쓰던 ‘고울 려(麗)’자가 이곳의 지명에 처음 붙여졌답니다. 그만큼 여수의 아름다움이 뛰어났기 때문이었어요. 당시 선비들에게 여수는 금강산과 짝을 이룬 ‘판타지’였던 모양이에요. 금강산이 깊고 험준함으로 판타지가 됐다면, 여수는 머나먼 거리의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으로 여겨졌다고 해요.
<여수는 12월에도 파밭의 초록으로 싱싱하답니다>
고려 때의 문인 이규보. 그는 ‘여수로 꽃구경 가자’는 글벗의 제안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마음을 짧은 시 한 편에 남겼답니다.
‘여수는 나라의 남쪽 끝/ 하늘처럼 멀어 꿈꾸기조차 힘이 드네./ 이 몸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뿐인데/ 어찌 나오는 한숨을 참을 수 있으려나.’
지금도 여수까지는 부산보다 시간이 더 걸려요. 하지만 그만한 시간쯤이야 넉넉히 내줄 만하답니다. 이즈음에는 종려나무 늘어선 남녘 쪽빛 바다의 이국적인 정취가 긴 시간을 보상해줘요. 바다가 차가워질수록 단단하게 맛이 드는 갯것들도 ‘불원천리’의 여정을 이끄는데 단단히 한몫을 해요.
내륙의 풍경이 모두 황량해지는 겨울의 초입이지만 여수의 남쪽 바다는 아직 바람이 따스하고, 상록림의 숲도 푸르답니다. 바다를 마주한 밭에는 일찍 심은 마늘의 초록빛이 일렁이고, 어촌 마을의 텃밭에는 단단한 땅에 실핏줄 같은 뿌리를 내리는 시금치며 배추 따위가 성성하게 자라고 있어요. 여수는 계절이 지나는 속도가 더딘 편이에요. 벌써부터 선혈 같은 꽃을 피운 해안도로의 동백을 보면 오히려 계절이 저만치 앞질러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요. 아무튼 분명한 건 여수에는 늘 온기가 느껴진다는 것이에요. 겨울 한복판의 뼈 시린 삭풍 속에서도 여수에는 푸르게 펄떡거리는 바다와 그 바다를 끼고 있는 초록의 언덕이 남아 있답니다. 꺾을 수 없는 따스한 희망처럼 말이지요.
여수 경관의 중심은 단연 여수항이랍니다. 여수내륙과 돌산도 사이의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는 남쪽 바다를 대표하는 낭만적인 경관을 펼쳐 보여줘요. 여수의 섬 돌산도와 여수 내륙의 자산 사이를 운행하고 있는 여수해상케이블카는 여수의 구항과 신항의 바다를 이어주고 있어요. 돌산공원이 케이블카의 한쪽 끝이고, 다른 한쪽 끝은 오동도 쪽의 자산공원이랍니다. 산을 오르는 케이블카는 여럿 있지만, 수평으로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는 아시아에서 홍콩·싱가포르·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선보인 것이라고 해요.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케이블카’가 아니라 ‘곤돌라’랍니다.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케이블카란 캐빈에 도르래를 달아 철선 케이블에 올려놓고 굴리는 것이고, 곤돌라는 케이블에 고정된 캐빈을 줄을 끌어 이동하는 방식으로 운행해요. 그러니 붙박이 캐빈을 케이블에 매단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곤돌라’지만, 상대적으로 익숙한 명칭인 ‘케이블카’를 이름으로 삼았답니다.
케이블에 매달아 놓은 캐빈은 모두 50대로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답니다. 그 하나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진 보통 케이블카이고, 다른 하나가 외관이 은색으로 칠해진 투명 강화유리 케이블카예요. ‘크리스탈 캐빈’으로 이름 붙여진 투명유리 케이블카는 말 그대로 바닥 전체가 투명한 유리로 마감돼 있답니다. 투명한 바닥이 주는 아찔함 때문에 크리스탈 캐빈이 훨씬 더 인기 있어요. 캐빈의 운행 중 최고 고도는 98m 남짓. 그러나 체감 높이는 훨씬 더 높아요. 케이블카의 운행거리가 1.5㎞라는데 이것도 훨씬 더 긴 듯해요.
돌산공원에서 출발한 캐빈이 오동도 옆의 자산공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남짓. 시간대마다 케이블카를 타는 느낌이 전혀 다른데 특히 한낮보다 해 질 무렵의 경관이 훨씬 더 훌륭하답니다. 돌산대교 쪽으로 떨어지는 해를 캐빈에 앉아 바라보는 맛이 그만이에요. 저무는 해가 황금빛으로 빗기는 여수항의 경관에 감탄사가 터지죠. 해가 지면 여수항 일대의 야경이 창 가득 펼쳐진답니다.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의 야간조명이 켜지고, 장군도의 경관조명도 푸르게 빛나요.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가 그 자체로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단 반짝이는 전등 같아요.
<대형영화 스크린보다 더 큰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메인 수조>
여수 바다의 경관을 고도를 한껏 높여 만날 수 있는 곳이 케이블카라면, 고도를 낮춰서 푸른 바닷속의 경관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아쿠아플라넷 여수랍니다. 지난 2012년 여수 엑스포 개최기간에 맞춰 개관한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엑스포에서 선보인 수많은 볼거리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끌었어요 지상 4층 높이에 연면적 1만 6,400㎡, 6,000톤급 수조를 갖추고 있는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엑스포 개최 당시만 해도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 아쿠아리움이었어요.
벨루가와 바이칼 물범, 남미 물개 등 280여 종 3만 3,000여 마리의 해양생물이 전시된 아쿠아리움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답니다. 특히 수조 속에서 훌라후프를 통과하며 재롱을 펼치는 흰고래 벨루가의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대형 메인 수조에 설치된 아크릴 터널은 마치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요. 케이블카와 아쿠아리움이 여수의 경관을 수직으로 보여준다면, 만성리의 바닷가를 끼고 달리는 여수해양레일바이크는 수평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답니다.
<해양레일바이크가 놓인 만성리 일대의 바다는 수심이 깊어 대형 선박들이 닻을 내리고 있어요>
지난 2012년 여수 만성리 해수욕장 해안의 전라선 폐선부지에 설치한 레일바이크는 단숨에 여수관광의 1번지로 떠올랐어요. 최고 매력은 쪽빛 바다와 딱 붙어 달린다는 것. 마래 1터널을 지나 만성 건널목까지 이어지는 2㎞의 구간은 대부분이 바다의 수직 절벽을 끼고 이어진답니다. 해양레일바이크를 타고 보는 여수바다는 장쾌한 느낌이에요.
가위로 오리듯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돌산도 드라이브도 이 계절에 훌륭하답니다. 초겨울 햇살이 반짝이는 수평의 바다 경관도 경관이지만, 이 길을 따라가면 바다의 맛을 고루 맛볼 수 있어요. 거북선대교 너머 돌산도의 동쪽 굴전에도, 율림치를 넘어서 만나는 돌산도 서쪽의 경도 앞바다에도 지금 바다 내음 향긋한 굴 수확이 한창이랍니다. 막 수확한 알싸한 갓을 다듬어 담근 갓김치도, 살짝 얼렸다가 썰어내는 팔뚝만 한 삼치회도 다 지금이 제철이에요. 그 길 위에서는 지금 어디서 멈추든 이런 것들을 맛볼 수 있답니다.
알아두면 좋은 팁!
여수, 어디서 묵고 무엇을 맛볼까?
여수에서는 엠블 호텔이 단연 첫손으로 꼽히는 숙소랍니다. 오동도와도 가까워 좋아요. 이에 겨룰만한 전망의 명소가 여수 쪽 돌산대교 옆에 들어선 카페 ‘헤밍웨이’랍니다. 창밖의 장군도와 돌산대교 일대의 야경이 훌륭해요. 이 즈음 여수에서는 굴이 제맛이에요. 굴전마을 곳곳에는 갓 따낸 굴을 내는 굴구이집이 여럿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방풍나물을 넣은 게장은 소선우게장(061-642-9254)이, 꽃게탕은 갈매기횟집(061-651-0050)이 훌륭해요. 횟감을 숙성시킨 뒤에 내놓는 이름난 선어 횟집도 있어요. 대표적인 곳이 민들레 횟집(061-641-7001)과 동해 선어(061-643-3792)랍니다.
여수까지 가는 길은?
호남고속도로 익산갈림목에서 익산〜포항 간 고속도로로 바꿔 탄 뒤 다시 완주갈림목에서 완주〜순천 고속도로로 바꿔 타세요. 순천 나들목에서 내려서 17번 국도로 여수까지 내려가면 된답니다. 손수 운전보다는 여수까지는 KTX편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해요. 여수엑스포역에서 해상케이블카 자산정류장 까지는 택시로 기본요금 구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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