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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에 지금 세대까지 빠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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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12. 15:00

<응답하라 1988>의 무엇이 우리를 그 시대로 눈 돌리게 했을까요. 1988년을 경험한 세대든, 이후의 젊은 세대든 이 드라마에 빠져들었습니다. 복고를 재점화하는 이 드라마의 매력을 파헤쳐볼까요.

 

세대 불문 ‘응팔’에 빠지다 

1988년이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시대적인 공유점이 없다는 것 때문에 <응답하라 1988>은 시작 전부터 많은 우려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우였죠. 단 2회 만에 7%대의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넘어섰고, 시청층도 10대부터 50대까지 세대가 골고루 분포돼 있었습니다. 사실 현재의 고등학생들은 1988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세대들이에요. 그런데 이들에게 <응답하라 1988>에 대해 물어보면 반응이 꽤 뜨겁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천재 바둑 소년으로 나오는 택이 역할의 박보검은 물론이고, 무뚝뚝한데 내심으로 덕선(혜리)을 짝사랑하는 정환 역할의 류준열은 특히 지금의 고등학생들이 열광하는 인물들입니다. 착한 엄친아 선우 역할의 고경표나 늘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동룡 역할의 이동휘에 대한 호감도 적지 않아요. 물론 그 중심에 서 있는 여주인공 혜리는 심지어 광고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만큼 동세대에 대한 소구가 있다는 얘기인데요. 그렇다면 이처럼 1988년을 전혀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이 <응답하라 1988>에 빠져드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세대의 공감, 젊음의 공유 

그 이유는 전혀 시대에 대한 공감이 없다고 해도 고등학생이라는 공통의 나이가 갖는 공감대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고등학생은 고등학생이죠. 입시준비로 한참 공부에 신경 쓸 나이고 이성에 관심을 가질 나이이고, 이것은 이른바 ‘복고 콘텐츠’들이 왜 그 복고가 다루는 세대만이 아니라 당대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소구하는지를 잘 말해줍니다.

하지만 <응답하라 1988>이 젊은 세대까지 포용하는 건 단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만은 아니에요. 여기에는 복고 콘텐츠의 또 다른 면, 즉 어떤 점이 1988년이라는 시점을 추억하고 그리워하게 됐는가와 관계되어 있습니다. 같은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2016년의 고등학생과 <응답하라 1988>이 그리고 있는 쌍문동 어느 골목에서 함께 살아가는 고등학생은 다릅니다.

이 골목에 살아가는 친구들이 그려내는 마치 가족 같은 정겨움은 지금의 고등학생들이 좀체 누리지 못한 것들이다. 방과 후에 한 집에 모여 함께 TV를 보거나 음식을 나눠먹고 때로는 실망한 친구를 위해 작은 이벤트를 해주기도 하는 그런 친구들. 그리고 그 친구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피어나는 우정을 넘어선 남녀 간의 설렘 같은 것들. 2016년의 고등학생들에게 이런 풍경은 꿈꾸기는 하지만 결코 현실이 되지 않는 판타지로 다가옵니다.
그렇다면 1988년의 쌍문동 골목에 살아가는 고등학생의 풍경과 2016년 현재의 고등학생의 풍경이 이토록 달라진 건 무엇 때문일까요? 가장 큰 건 우리가 사는 공간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골목이란 공간은 그걸 가운데 두고 살아가는 이웃들의 풍경도 다르게 만듭니다. 어린 시절 그들은 함께 골목에서 놀았고, 부모들은 골목 한쪽에 놓인 평상에서 수다를 떨곤 했습니다. 그러니 이 골목에서 함께 살고 자라온 그들은 타인이라기보다는 가족에 가까운 ‘이웃사촌’인 것이죠.

 

가족과 이웃, 그 인간관계가 만드는 따뜻함 

2016년 그 골목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고 대신 그 자리에 세워진 건 아파트들입니다. 가족 개념은 사라지고 대신 철저한 타인들로 나뉘고, 함께 어우러지는 삶은 프라이버시로 철저히 구획된 삶으로 바뀌었죠. 물론 장단점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응답하라 1988>이 지금의 대중들의 마음을 매료시키고 있는 건 바로 현재는 사라져버린 확장된 가족 개념과 그 속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끈끈한 인간관계라고 생각해요.

이 점은 이 드라마가 지금의 고등학생들은 물론이고 30대에서 50대까지 거의 전 세대에 걸쳐 공감을 받는 이유가 됩니다. 결국 신원호 PD가 애초부터 ‘가족 이야기’를 다루겠다고 <응답하라 1988>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전 세대에게 어필하는 이런 지향은 이미 만들어졌다고 말해도 무방해요. 따라서 1988년은 88서울올림픽이 열렸던 해라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당시는 1987년 민주화 운동과 6•29선언, 그리고 직선제로 인해 대책 없는 낙관론이 열리던 시기였고, 도시화와 디지털화가 그나마 덜 벌어졌던 시기입니다. 그래서 신원호 PD는 1987년 이후 1997년까지의 시기를 성장으로 보기보다는 상실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이웃을 포괄한 가족의 따뜻함이 남아 있던 시기를 찾기 위해 88년까지 되돌아가게 됐던 것이죠. 그리고 그 결과는 전 세대에 걸친 공감으로 돌아왔습니다. 진정한 가족이란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의 마음속에 남은 가장 큰 상실감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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