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10. 16:00
시대에 뒤떨어진 말장난이나 유치한 언어유희쯤으로 치부되던 아재 개그의 인기는 ‘아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최근 대중문화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아재 전성시대’! 아재 개그가 대중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볼게요.
예전에 유행한 말장난 개그의 재발견
MBC <마이 리틀 텔리비젼>에서 오세득 셰프와 이경규의 방송 모습 (이미지 출처 |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오세득 셰프는 요리보다 이른바 ‘아재 개그’로 주목받았어요. 처음에는 비슷한 말을 갖다 붙여 툭툭 던지는 말장난에 어이없어 하던 시청자들도 차츰 이 아재 개그가 의외의 중독성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됐습니다. “요즘 방송물 좀 마십니다” 하면서 옆에 놓여 있는 물을 마시고, 새우를 건네면서 “여기 있새우”라고 말하는 식의 개그. 사실 이런 식의 개그는 조금 오래된 옛 스타일의 개그죠. 개그맨 남희석이 주로 했던 말장난 개그가 대표적이다. 당대에는 물론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옛날 거라 썰렁해지는 그런 개그. 그래서 이런 개그에 ‘아재’라는 수식을 붙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한 번 했을 때는 오글거리던 아재 개그가 차츰 반복되면서 그 안에는 시청자와 오세득 셰프 사이에 묘한 밀당이 생겨나더라는 것입니다. 오세득 셰프가 종종 같이 출연했던 ‘크롱 셰프’ 이찬오와 보여줬던 아재 개그의 정석은 좀 재미없어도 과할 정도로 재미있게 받아주는 부하직원의 리액션으로 완성돼요. 즉 억지로 웃어주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래서 웃지 말아야 할 것 같은데 의외로 이 말장난 개그가 허를 찌를 때 바로 그 웃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더 큰 웃음으로 터져 나오는 거죠.
최근 이 뜬금없는 옛 개그 스타일로 화제가 된 인물이 김흥국입니다. 이미 과거 <일밤> 시절부터 주병진과 콤비를 이뤄 “아, 응애예요” 같은 밑도 끝도 없는 개그로 화제가 됐던 김흥국은 최근 조세호에게 “왜 안재욱 결혼식 안 왔냐?”는 질문으로 새삼 화제가 됐어요. 조세호는 특유의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라고 반문했고, 이후 이 질문과 답변은 일종의 ‘조세호 놀이’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김흥국의 아재 개그는 말장난 개그와는 달라요. 그는 대본을 무시하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대방에게 아무렇게나 말을 던지는 개그를 구사합니다. 거기에 상대방이 당황하기도 하고, 때로는 썰렁해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그것을 ‘아재 개그’로 소화해냅니다. 아마도 너무 틀에 박혀가는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서 그 막 던지는 말로 만들어지는 변수가 대중에게는 재미있게 다가갈 거예요.
이경규 역시 큰 범주에서 보면 ‘아재 개그’의 최전선에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아마도 현역 개그맨 중 최고령에 해당할 이경규는 그러나 그 어떤 젊은 개그맨들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어찌 보면 신세대 감성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 ‘낚방(낚시 방송)’, ‘말방(말타고 하는 방송)’ 같은 다양한 시도로 연전연승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가 다시 시도하는 ‘몰래카메라’는 역시 옛날 스타일이지만 그래도 이경규이기 때문에 재미있다는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세대 간의 소통, 기성세대에 대한 기대
사실 아재 개그는 객관적으로 보면 굉장히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그것이 아무래도 트렌드가 지난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젊은 세대들이 여기에 호응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아재 개그가 담고 있는 것이 단지 표면적인 재미만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재 개그 이면에 깔려 있는 건 다름 아닌 기성세대의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대한 노력’이에요. 오세득도, 김흥국도, 또 이경규도 나이 든 아저씨가 되었지만 지금 세대와 소통하려 애씁니다. 그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젊은 세대들과 코드를 맞춰보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아요.
바로 이 점에서 이른바 아재 개그가 갖고 있는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그것은 젊은 세대가 바라는 기성세대의 상이에요. 나이 들어 많은 경험을 갖고 있지만 그 경험이 이른바 꼰대 짓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지금의 세대와 코드를 맞춰 공유하려는 자세로 이어지는 것. 실로 세대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진 요즘이지만 그래도 갖게 되는 일말의 소통의 물꼬를 ‘아재 개그’라는 틀에서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재의 정 반대에 서 있는 ‘꼰대’를 젊은 세대는 심지어 ‘개저씨’라고 부릅니다. 똑같은 아저씨지만 누구는 아재로 불리고 누구는 개저씨로 불리는 상황. 거기에는 젊은 세대의 기성세대에 대한 바람이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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