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2. 11:00
요즘 곳곳에서 덕후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사회자 서유리 씨는 자신이 ‘덕업일치’를 이룬 성우라고 소개했어요. SNS에서는 신인 아이돌 보고 ‘덕통사고’가 났다거나, ‘덕질’에 빠져 시험을 망쳤다는 이야기들이 넘쳐납니다. MBC의 <능력자들>, KBS 조이의 <최강남녀>처럼 ‘덕후’들의 ‘덕력’을 측정해 상금을 주는 TV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어요. 온갖 덕후들이 양지로 튀어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덕후’는 취미에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마니아
‘덕후’는 일본어 ‘오다쿠’를 한국식으로 바꾼 ‘오덕후’에서 나온 말입니다. ‘덕질’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돈과 시간을 바쳐 열심히 파고드는 행위를 말해요. ‘덕통사고’란 그 ‘덕질’의 대상에 갑자기 빠져드는 것을 교통사고에 빚댄 말이고요. 그렇게 ‘덕질’을 통해 해당 분야에 깊이 있는 능력을 얻으면 ‘능덕’이 됩니다. 그 결과로 직업까지 얻게 된다면 ‘덕업일치’가 되는 것이에요.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좋아할 수도 있지. 아이돌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하룻밤을 샐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애들 때나 할 일이지.” 그런데 그 취미생활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유지한다면 핀잔을 받기 일쑤였어요. 게다가 자기 수입의 상당 부분을 바쳐 캐릭터 상품을 사고, 아이돌 팬 미팅에 쓰는 행위는 이해받기 어려웠어요. 자신의 생업을 젖혀두고 덕질을 하는 이들은 사회 부적응자 정도로 여겼어요. ‘오덕후’ 역시 아주 부정적인 어감으로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덕질을 커밍아웃하고 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나 인기 셰프 최현석은 자신이 피겨 수집가임을 공공연히 자랑합니다. 자신이 가진 경제력으로 남들은 구하지 못하는 아이템을 수집하며 뽐냅니다. <무한도전> 등을 통해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른 심형탁은 ‘도라에몽 덕후’라는 사실 덕분에 새로운 팬들이 생겼어요. 일반인들 중에도 SNS, 블로그 등을 통해 공개적인 덕후 생활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덕질의 영역도 아주 넓어졌습니다. MBC <능력자들>, KBS 조이의 <최강남녀> 등 덕후들을 소개 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잘 드러나요. 전국의 전통 시장을 샅샅이 찾아다니는 ‘시장 덕후’, 곳곳의 프라이드치킨을 연구 분석하는 ‘치킨 덕후’, 1970년대 시내버스의 엔진 소리까지 흉내 내는 ‘버스 덕후’ 들의 능력에 누구든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어요.
때론 덕후생활이 취미로 그치지 않는다
덕업일치의 대표자인 성우 겸 모델 서유리를 볼까요. 처음에는 만화를 좋아해 그 주인공처럼 옷을 입는 코스프레를 시작했다고 해요. 그냥 ‘예쁜 여자가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네’ 소리를 들을 뿐 이었죠.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더 깊이 다가가기 위해 성우를 하게 되었고, 지금은 방송인에 게임 캐릭터의 모델까지 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게 그녀의 꾸준한 ‘덕질’ 덕분이었습니다. 그녀 자신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팬들과의 대화에도 진심을 담아 낼 수 있었어요. 덕업일치의 성공 사례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재미로 이소룡 인형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가 세계적인 수집 대상이 되기도 하고, 게임하며 수다 떠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한 해 수억 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해요. 예전에는 취미생활을 두고 인생을 낭비하는 방법이라 여기고 천시했지만, 요즘은 자신만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왜 덕질이 이렇게 환영받게 되었을까?
먼저 우리 사회에서 대중문화의 힘이 놀랍게 성장했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K-pop, 한류 드라마, 웹툰을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데, 이런 분야에서는 덕후 출신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어요. 덕후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야 그들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어 1970년대 이후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으며 자라온 세대가 성인이 되었다는 세대적 특성도 있습니다. 이들이 청소년 시절에 돈과 시간의 부족으로 즐기지 못했던 문화를 어른이 되어 뒤늦게 파고드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연애, 결혼,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어요. 차근차근 인생의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 자체가 봉쇄되어 있으니, 순간순간 취미를 즐기고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것이죠. 이 모든 걸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 덕업일치! 그래서 더욱 부러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교보생명 웹진 <one hundred>를 다운 받을 수 있는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일본알프스, 알펜루트 여행기 (0) | 2017.02.03 |
---|---|
잠실광역환승센터 이용하기 (2) | 2017.02.02 |
남은 설음식 재료 활용법, 조랭이떡 미역국 (4) | 2017.02.01 |
감정 조절 어떻게 하나요? (0) | 2017.01.31 |
그린테라피의 광화문 길꽃 이야기 열 하나, 우린 봄을 기다리는 꽃마음으로 산다 (3) | 2017.01.3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