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6. 16:00
혼족의 주말은 늘 고민입니다. 날은 좋고 연락하는 친구마다 애인이랑 놀러 간다고 번번이 퇴짜를 놓아 결국 혼자 길을 나서는데요. 혼자 영화를 보러 갈까 하다가 쑥스럽고 돈이 없어 포기. 혼자 맛집이나 찾아갈까 하다 혼자 밥 먹을 용기도 없고 돈도 없어 포기. 그럼 혼자 술을 마시러 갈까 하다가 혼술은 너무 청승맞고 돈이 없어서 포기. 혼자 무엇을 할 용기도 없고 돈도 없다면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놀면 돼요. 만 원으로 반포 한강 공원에서 혼자 놀기의 진수를 소개합니다.
만 원으로 한강 반포 공원에서 무얼 할 수 있을까?
서울에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그만큼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많기 때문에 혼자 공원에 있다는 것은 전혀 창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중 가장 접근성이 좋고 넓은 반포 한강 공원으로 떠났습니다. 단 돈 ‘만 원’만을 들고!
우선, 근처 편의점을 찾았어요. 과자, 빵, 김밥, 음료 등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들이 침샘을 자극합니다. 그중 한강 공원 편의점의 명물인 즉석라면을 선택! 라면 가격은 3,000원이에요. 즉석조리기구가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어요. 이 밖에 핫도그 1,500원, 닭꼬치 2,000원, 어묵꼬치 2,000원 등 다양한 먹을 거리가 있으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면 모든 먹거리를 누려보세요.
배도 채웠으니 슬슬 자연을 느껴볼까요? 제한된 금액으로 최고의 가치를 뽑아내는 것은 자전거라고 생각해요. 한강 공원 곳곳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요. 1인용 자전거 기준으로 1시간 3,000원이면 대여 가능! 대여 시간 15분을 초과 해도 추가요금 500원만 지불하면 되니 저비용 고효율로 이만한 게 없죠? 자전거 대여 시 신분증이 필요하니 꼭 지참하세요! 자전거를 빌려 반포 한강 공원의 곳곳을 누볐습니다. 맑은 하늘도 적당한 바람도 저의 라이딩을 축복해주는 듯합니다.
반포 공원 라이딩의 백미는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에 조성되어있는 자전거 도로예요. 잠수교는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자전거 도로가 있는 곳이에요. 자전거 도로를 반쯤 지났을 때 뻥 뚫린 한강을 바라보면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갈거에요!
우리가 돈이 없지, 흥이 없니?
바로 끓인 라면 3,000원, 자전거 대여 3,000원을 지불해 이제 예산은 4,000원 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그렇다면 비용을 반으로 절감하고 흥을 배로 늘리기 위한 준비물은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가장 먼저 챙긴 것은 내 몸 하나 기댈 수 있는 돗자리입니다. 푸르고 깨끗한 잔디이지만 그렇다고 여기저기 무턱대고 앉을 수는 없잖아요? 또한 돗자리를 까는 순간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나만의 영역을 설정하는 기능을 하니 한강 나들이 갈 때 꼭 챙기세요. 그리고 다음으로 챙긴 준비물은 태양으로부터 잠시나마 숨을 수 있는 선글라스입니다. 햇빛이 강하기 때문에 시력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선글라스를 쓰면 혼자여도 당당한 분위기를 풍길 수 있어 혼족들에게는 필수 아이템으로 추천합니다! 그리고 생각의 바다를 넓혀줄 책과 흥을 돋궈줄 블루투스 스피커나 이어폰은 혼자 나들이를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으니 참고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준비물은 혼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아닐까요? ‘난 혼자여도 전혀 외롭지 않다!’, ‘나는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고 있다!’, ‘나는 평소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어깨를 쫙 피세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나온 사람들이 부럽다며 구경 하지 마시고요!
독서를 하고 다이어리를 정리하다 보면 어김없이 잠은 찾아오기 마련. 미련 없이 책과 다이어리를 덮고 평소에 누리지 못한 낮잠을 즐기세요. 이것보다 더한 사치가 있을까요?
잠이 오지 않는다면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을 하며 뭉친 근육을 풀며 운동을 해보세요. 공원에는 곳곳에 체육 시설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보다 좋은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자연에 나왔으니 자연을 만끽 하는 시간도 가져봅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들꽃을 들여다보세요. 화려한 꽃보다도 수수한 들꽃들이 더 아름답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는 사람이죠. 그 어느 것을 바라볼 때보다 사랑스럽게 자신을 찍어보세요. 셀카만큼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없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때로는 불어오는 바람에 나를 맡기는 시간도 가져보세요. 잘 쉬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거죠. 머리를 텅, 비웠을 때 비로소 쉼이 채워질 거예요.
즉흥이라도 이것만은 알고 가자
반포 한강 공원에는 2006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로 시작되어 2014년 모든 공간을 개방한 세빛섬이 있어요. 한강에 색다른 수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랜드마크로 조성된 복합 문화 공간이죠. 레스토랑, 디저트 카페, 갤러리, 행사장이 있고 대형스크린과 수상무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영화 ‘어벤져스2’의 촬영지로 이용되면서 더 유명해진 곳이에요. 물론, 적은 예산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정도? 하지만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예쁜 사진의 배경이 되니 구경 가보세요.
이런 반포 한강 공원에 노을이 지고 저녁 바람이 솔솔 찾아올 때면 공원의 달빛광장에 푸드트럭이 하나 둘씩 제 자리를 찾아 정박하기 시작합니다. 여의도, DDP, 청계천과 함께 서울 필수 나들이 코스로 꼽히는 밤도깨비야시장에 열릴 준비를 하는 것이에요. 주로 스테이크, 치킨, 통삼겹구이 등 고전적인 야식 메뉴와 팟타이, 나시고랭, 감바스 등 이색적인 메뉴를 판매하니 낮부터 밤까지 한강을 꽉 차게 즐겨보세요.
화창한 햇빛과 푸른 하늘의 축복을 받아 단돈 만 원으로 남부럽지 않은 한강 나들이를 만끽했습니다. 비록 혼자였지만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후회 없기 놀았기에 누구보다도 즐거웠습니다. 그래도 좋은 것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으니 더위가 반포 한강 공원을 뒤덮기 전에 주변 사람들의 손을 잡고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요? 좋은 것을 나누지 않는 건 행복에 대한 직무유기랍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10기 추연욱, 장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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