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15. 10:00
어느샌가 여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어요. 무더운 계절을 어떻게 지내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는데요. 광화문광장에 피어 있는 길꽃들은 우리처럼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뜨거운 태양 에너지를 가득 흡수하여 잎을 키워내고 현란한 색깔의 꽃들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길꽃들의 꽃색은 더 화려해져요. 열대지방의 꽃들이 눈부시게 화려한 이유입니다. 길꽃들은 여름이 오기를 기다린 것처럼 계절을 즐기고 있어요. 우리도 덥다고 투정부리지 말고 여름을 즐기는 여유를 길꽃에게 배우면 어떨까요? 길꽃이 가득 핀 광화문광장으로 한 번 나와 보시죠. 오늘도 광화문광장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길꽃들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길꽃은 ‘스페키오사달맞이(Pink Evening Primrose)’입니다
첫 번째 길꽃은 ‘스페키오사달맞이(Pink Evening Primrose)’ 입니다. 스페키오사달맞이는 바늘꽃과 달맞이꽃속으로 분류돼요.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올려진 국명(추천명)이 스페키오사달맞이입니다. 흔히 이 아이는 달맞이꽃임에도 대낮에 꽃이 피는 특성이 있어 ‘분홍낮달맞이꽃’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스페키오사달맞이는 기본 꽃색이 분홍인데요. 품종 중에는 흰꽃을 피우는 아이들도 있답니다. 원예종의 세계는 참 넓죠?
우리가 쉽게 산과 들에서 만날 수 있는 달맞이꽃(학명은 오이노테라 비엔니스 Oenothera biennis, 영어명칭은 Evening Primrose)은 날이 어두워져야 꽃이 펴요. ‘달맞이’라는 꽃이름이 붙여진 이유지요. 한자로는 월견초(月見草)라고 합니다. 달맞이꽃은 향기가 정말 좋은데요. 곤충이 꽃가루를 옮기는 꽃인 충매화로, 어두운 밤에 곤충을 유혹할 방법이 향기뿐이지요.
스페키오사달맞이는 분홍낮달맞이꽃이라고도 불리듯 대낮에 꽃이 펴요. 보통 꽃들처럼 해가 뜨면 꽃이 피고 날이 지면 꽃잎을 오므려 닫습니다. 모둠으로 심어 한꺼번에 활짝 핀 스페키오사달맞이를 보고 있노라면 강렬한 여름 햇빛을 즐기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스페키오사달맞이의 학명은 오이노테라 스페키오사(Oenothera speciosa)를 씁니다. 우리가 달맞이꽃속이라 부르는 속명 오이노테라(Oenothera)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요. 먼저 ‘포도주(wine)’를 뜻하는 그리스어 ‘oinos’와 ‘마시다(to imbibe)’라는 의미의 ‘thera’가 결합하여 속명을 만들었다는 설이 있어요. 유럽 쪽에 사는 달맞이꽃속 중에는 와인 향기가 나는 아이가 있다고 해요. 그리스어 ‘onotheras’의 변형이라는 설도 있어요. 이 단어는 ‘당나귀(ass)’를 뜻하는 ‘onos’와 ‘사냥하다(hunting)’, ‘뒤쫒다(chase)’라는 의미를 가진 ‘thera’가 합해져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처음 꽃이름을 지을 때 어떤 이유로 그렇게 붙여졌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속명의 유래라는 게 대부분 기록이 없어 나름 추정할 뿐입니다. 종소명 스페키오사(speciosa)는 ‘눈부신’, ‘현란한(showy)’이란 의미예요.
달맞이꽃속 아이들은 추위에 아주 강해서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도 월동이 가능해요. 여러해살이풀이어서 한 번 화단에 심어놓으면 매년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답니다. 이제 낮에 활짝 핀 분홍색 달맞이꽃을 만나면 ‘스페키오사달맞이’라고 꽃이름을 불러주실 수 있겠지요.
두 번째 길꽃은 ‘시티서스(Cytisus)’입니다
두 번째 길꽃은 ‘시티서스(Cytisus)’입니다. 시티서스는 콩과 양골담초속으로 분류됩니다.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올라가 있지 않아요. ‘시티서스’는 속명 꽃이름을 영어로 발음한 꽃이름이에요. 원예종 꽃들을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꽃이름만 들으면 생소할 것입니다. 때론 같은 속명을 가진 양골담초(키티수스 스코파리우스 Cytisus scoparius)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아요.
시티서스의 고향은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카나리아제도예요. 유통명으로는 전초에서 레몬 향기가 난다고 하여 ‘향기싸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꽃집에서는 ‘에니시다’라는 꽃이름으로 많이 불러요. 길꽃 명판에도 에니시다라고 적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니시다는 일본 꽃이름 에니시다(エニシダ)에서 나온 것으로 이 꽃의 예전 속명 꽃이름인 게니스타(Genista)가 스페인어 이니에스타(hiniesta)를 거쳐 일본어로 와전돼 붙여진 꽃이름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되도록 에니시다라고는 부르지 마세요. 한자 꽃이름은 금작아, 금작지, 금작화라고도 해요. 한자 꽃이름들은 여러 꽃에 붙여져서 구분하기가 어렵답니다.
시티서스의 학명은 키티수스 라케모수스(Cytisus racemosus)를 쓰고 있습니다. 속명인 키티수스(Cytisus)는 ‘클로버’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kytisos’에서 유래한다고 해요. 시티서스의 잎 모습 때문에 붙여진 속명입니다. 종소명인 라케모수스(racemosus)는 ‘총상꽃차례(송이꽃차례)를 가진’이라는 의미로 꽃이 피어 있는 모습에서 붙여진 꽃이름 입니다.
시티서스의 영어 꽃이름이 ‘Sweet Broom’ 또는 ‘Broom Plant’ 입니다. 우리 국가표준식물목록은 양골담초속 원예종(재배식물) 아이들의 꽃이름을 ‘종소명+빗자루꽃’라고 붙여 올려놓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영어 꽃이름을 옮겨 명명했기 때문이에요. 이런 명명 방식으로 한다면 시티서스의 꽃이름은 ‘라케모수스빗자루꽃’이 될 것입니다.
세 번째 길꽃은 ‘히브리다버베나(Hybrid Verbena)’입니다. 보통 그냥 ‘버베나’라는 꽃이름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품종이 많아요. 길꽃으로 흔히 보는 아이들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따른 국명(추천명)으로 ‘히브리다버베나’가 많습니다. 마편초과 마편초속으로 분류되고 있어요. 꽃색이 빨강, 보라, 흰색 등 정말 다양하고 한 번 피면 아주 오랫동안 피어 있어서 길꽃으로 제격입니다.
학명은 베르베나 히브리다(Verbena hybrida)를 쓰고 있습니다. 속명인 베르베나(Verbena)는 마편초(vervain)를 의미하는 옛 라틴명에서 유래합니다. 그리고 종소명인 히브리다(hybrida)는 ‘잡종의’라는 뜻으로 원예종으로 품종 개량된 아이들에게 흔히 붙는 꽃이름입니다. 히브리다버베나의 꽃말은 ‘가족의 화합’이에요.
네 번째 길꽃은 ‘아게라툼(Ageratum)’입니다
네 번째 길꽃은 ‘아게라툼(Ageratum)’입니다. 국화과 등골나물아재비속으로 분류되며 우리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올라가 있지 않아요. 아게라툼의 고향은 열대지방인 중앙아메리카(페루)나 북아메리카(멕시코)입니다. 그래서 영어 꽃이름으로 ‘Mexican Ageratum’이라고 불립니다. 꽃핀 모습이 엉겅퀴와 비슷하다고 하여 유통명으로 ‘멕시코엉겅퀴’라는 꽃이름도 흔히 들을 수 있어요. 우리 꽃이름으로는 ‘불노화(不老花)’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속명에서 유래한 꽃이름입니다. 아게라툼의 꽃색은 연보라가 일반적이나 청보라, 분홍색, 흰색도 만날 수 있답니다. 꽃이 작긴 하지만 술이 많아 융단을 만지는 듯한 독특한 부드러움을 가진 특별한 꽃이에요.
아게라툼의 학명은 아게라툼 호우스토니아눔(Ageratum houstonianum)을 씁니다. 속명인 아게라툼(Ageratum)은 ‘늙지 않는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ageratos’에서 유래합니다. 그냥 번역하면 바로 ‘불노화’인거죠. 꽃이 늦봄부터 늦가을까지 항상 싱싱하게 피어 그 특성을 담은 꽃이름입니다. 종소명인 호우스토니아눔(houstonianum)은 북인도, 멕시코, 남아메리카에서 식물을 수집하였던 영국의 식물학자 윌리엄 휴스턴(William Houston)의 이름에서 유래합니다.
오늘 꽃이야기는 초여름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길꽃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도심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꽃을 피우는 길꽃들은 정말 대단해요. 길꽃을 관리하는 도심이라고 해도 아주 심한 여름이 아니면 특별히 물을 주는 경우가 없어요. 그늘이 거의 없고 도심의 매연을 견디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꽃을 피우는 길꽃들을 보면 놀랍기만 합니다. 뜨거운 햇살을 초록 에너지 바꿔 꽃을 피우는 길꽃에게서 삶의 여유로움을 배워 봅니다. 다음 이야기에도 아직 소개하지 못한 길꽃 소식을 들고 찾아올게요! 지금까지 가꿈사 사내필진 10기 송우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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