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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군함도 그리고 감옥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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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13. 10:50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가 출연한 영화 <군함도>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있는 섬 군함도에서 강제 노역으로 석탄 채굴을 하다 탈출을 시도 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예요. 우리 선조들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군함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습니다.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지우고 일본은 군함도를 유네스코에 등재시킨 거예요. 우리에게는 아픈 역사, 일본에게는 자랑스러운 유산인 군함도의 실제를 확인하고자 군함도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군함도, 세계문화유산이 된 이유

‘세계유산’은 인류 전체가 보호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인정한 유산이에요. 유네스코는 이러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 및 문화유산들을 발굴 및 보호, 보존하고자 1972년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 약칭 ‘세계유산협약’)을 채택하여 세계 유산을 보호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은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석굴암•불국사, 창덕궁, 수원화성,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경주역사유적지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 마을(하회와 양동),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총 12점이 있어요.

군함도는 2016년 7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는데요.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철강, 조선, 탄광’이라는 주제로 7개 시설을 세계유산으로 인정 받았어요. 여기에 군함도가 포함돼 있고, 조선인 5만 7,900명이 강제 동원됐던 나가사키 조선소도 포함돼 있어요.  

2015년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시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기정사실화되자 우리 국회에서는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 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고 일본 정부에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일본 정부는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에서 조선인의 강제 노역 사실을 결정문에 반영시켰는데요.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 이후 일본 외무상에서는 강제 노동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며 파문이 일었습니다. 등재 시설의 23곳 중 7곳에서 약 6만여 명에 달하는 조선인이 강제 동원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군함도 하시마섬

군함도의 본 명칭을 하시마섬인데 섬 모양이 군함과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고 불러요. 하시마섬에 가려면 나가사키 항에서 30~40분 정도로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해요. 총 다섯 군데 해운 회사에서 군함도 상륙 투어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진행하고 있는데요. 당일에는 표를 구하기 어려우니 방문하기 전에 인터넷 사이트에서 예약이 필수예요!


섬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왕복 배편 4,200엔과 시설 견학료 300엔까지 총 4,500엔입니다. 한화로 45,000원 정도 가격이니 저렴한 편은 아니에요. 안내도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총 4개의 언어로 준비돼 있어요.


배에 탑승하면 사진과 같은 목걸이를 나누어주는데 이를 통해 내국인과 외국인을 분류해요. 하시마섬에서도 내국인과 외국인을 따로 나누어 가이드를 진행했어요. 가이드 내용에는 하시마섬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서만 말해줄 뿐 조선인 강제 노역에 대한 부분은 일체 언급하지 않더라고요.


배 내부에는 당시 찍은 흑백사진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왼쪽 아래에 있는 사진을 보면 당시 광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가사키항을 떠나 30분 정도 지나니 하시마섬, 군함도가 눈에 들어왔어요. 배에서 보이는 하시마섬을 보니 왜 군함도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쉽게 이해했습니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군함도는 더욱 기괴한 분위기가 났어요.


위 사진은 군함도를 배로 치자면 배 후미에 해당하는 섬의 모습이에요. 보이는 건물은 하시마 초등학교입니다. 당시 강제 노역에 동원된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하시마 초등학교 뒤편에 조선인 숙소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배에서 내려 처음 보이는 광경이에요. 앞쪽에 보이는 구조물은 석탄을 나르는 벨트 컨베이어에요. 이 벨트를 통해 석탄을 저장하는 저탄장과 석탄운반선에 운반할 수 있었어요. 


(영화 <군함도> 촬영 현장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1940년대 강제 노역이 행해지던 당시 모습은 영화 <군함도>에서 재현했다고 해요. 영화의 스틸컷과 비교해서 보시면 그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어요. 


(영화 <군함도> 촬영 현장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다음으로는 해저 탄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했어요. 해저 탄광인 하시마에서의 채굴작업은 해면 아래 1Km 이하 지점에서 이루어졌어요. 급경사에서 기온 30°C, 습도 95%라는 악조건에서 진행되었다고 해요. 가장 위험한 곳에서 조선인들이 강제 노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해저 탄광도 영화 <군함도> 스틸것과 비교해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지금은 방치되어 본래 모습을 확인하긴 어렵지만 이곳은 수영장이었다고 해요. 당시 군함도에 살았던 일본인들이 얼마나 사치스런 생활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영장은 조선인 거주지역과 정반대인 군함 머리 부분에 있어요. 


이 건물을 설명할 때 가이드 목소리가 가장 고조 됐어요. 1916년에 세워진 이 구조물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7층 철근 콘크리트 고층 아파트라고 소개했습니다. 안쪽에는 복도와 계단이 있고 1층에는 우체국과 이발소가 설치되어 있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더라고요. 설명을 듣는 일본 관광객 무리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끊이질 않았어요. 이와 반대로 강제 노역 조선인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조선인들은 바람과 비에 약한 목조건물에서 지냈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한 순간이었어요.


하시마섬은 본래 무인도의 작은 돌섬이었어요. 이후에 석탄이 발견되자 1890년 미쯔비시 주식회사가 섬을 매입했고 출탄량이 증가하자 여섯 번의 매립을 통해 본래 면적의 세 배로 넓혔다고 해요. 태풍과 파도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온 섬을 높은 담으로 둘렀는데요. 이 벽 때문에 강제노역으로 끌려온 조선인에게는 감옥섬으로 불렸던 것 같습니다. 섬에는 탈출을 감시하는 감시탑이 있었다고 하니 높은 벽은 조선인에게는 감옥의 벽과 같았겠지요. 


(영화 <군함도> 촬영 현장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영화 <군함도> 스틸컷에서도 이 높은 벽을 재현했습니다. 


섬은 온통 콘크리트 건물로 뒤덮여있어요. 이렇게 삭막하고 차가운 섬이 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지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산업 유산은 서구의 산업화가 비서구권으로 성공적으로 이식되었다고 여겨진 최초의 사례로서 그 증거들을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강제노역으로 이뤄진 산업화 성공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어떤 의의를 갖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처음에 봤던 섬의 반대편 모습이에요. 앞서 본 군함도 사진에서는 탄광 시설만 보였다면 그 반대편은 주거용 아파트, 병원, 영화관, 오락시설 등 편의시설로 쓰인 고층 건물로 가득합니다. 지금은 무인도이지만 당시 상당한 번영을 누렸던 것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미쯔비시 조선소의 모습이 보였어요.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조선소를 보며 강제로 끌려와 지옥 같은 노동을 하며 죽어간 우리 선조들이 생각나 분노와 슬픔이 몰려왔어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을 강제 노역의 고통과 분노, 공포는 지금 우리가 헤아리기조차 힘들겠죠. 


이런 저의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배에 내리자마자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군함도 모형, 책자, 열쇠고리 등 다양한 기념품이 있었고 많은 관광객들이 세계문화유산에 흔적을 간직하려고 기념품을 구매하더라고요.


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배에 내리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군함도상륙증명서’를 나눠주고 있다는 것이에요. 처음에 이 종이를 받고 당장 버리고 싶었지만 이 또한 일본의 비열한 역사를 증명하는 증거물로 남겨두기로 했어요. 후대에 전해 오래도록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사진은 나가사키 공항에서 볼 수 있는 군함도 상륙 투어 광고에요. 군함도 상륙 투어는 나가사키 현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홍보하는 상품 중 하나입니다.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고 홍보하는 영상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더라고요. 도시 곳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군함도 홍보를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군함도 내에서는 가이드 없이 이동할 수도 없으며 정해진 공간 외에는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었어요. 제가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은 섬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습니다.


(도서 『군함도』 1권, 2권 사진출처 | 창비 홈페이지)

군함도를 취재하기 전에 사전 자료 조사를 통해 알게 된 한수산 작가의 『군함도』라는 장편소설이에요. 소설이라고 하나 전개되는 줄거리는 차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27년의 자료조사와 집필을 통한 작품이니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영화 <군함도> 촬영 현장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많은 분이 영화 <군함도>를 통해 군함도의 존재를 아셨을 것입니다. 저 또한 영화를 통해 이 비극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2012년에 진행된 <사망 기록을 통해 본 하시마(端島) 탄광 강제 동원 조선인 사망자 피해 실태 기초 조사>에 따르면 1943년에서 1945년 사이 약 500~800여 명의 조선인이 군함도에 징용되어 강제 노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추정일뿐 제대로 된 피해자 집계도 이루어지지 않았지요. 영화 개봉으로 화제가 된 만큼 단순한 관심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사과와 문제 해결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다음 달 열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우리 정부가 ‘조선인 강제 노역’을 간접 인정한 일본 정부에게 피해자를 기리는 조치 이행을 촉구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저 또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관심을 놓지 않겠습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10기 장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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