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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책길! 경의선 책거리에서 누리는 슬로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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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4. 15:41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에 마음마저 스산해지는 시기입니다. 집에서 어영부영 보내기보다 좋은 책, 유익한 정보, 흥미로운 볼거리와 체험을 찾아 나선다면 훨씬 위안이 되지 않을까요?

마포구 경의선 홍대입구역에 인접한 ‘경의선 책거리’는 이 계절의 완소 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느릿느릿 걷기 편한 산책로는 초겨울 싸늘한 공기를 무색하게 할 만큼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끼게 해 주고, 알차게 꾸며진 여러 책방과 조형물 등을 취향껏 탐색하는 재미가 쏠쏠한 곳입니다. 책과 책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에겐 종합 선물세트 같은 이곳을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게요.  


취향 저격 테마별 책방 

경의선 책거리는 3년 전 마포구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의해 탄생된 곳입니다. 예전 경의선 철도 폐선 부지를 공원으로 꾸민 복합 문화공간으로, 올해 대한민국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뽑히기도 했죠.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경의선 책거리 조형물로부터 시작해 와우고가차도 아래 구역까지 이어지는 약 250m의 길이 바로 경의선 책거리입니다. 

책방 부스는 운영 사무실이 있는 건물 2층에 자리한 강연장인 '공간산책'을 포함해 총 10개로 구성돼 있어요. 기차간처럼 생긴 각각 다른 테마의 10개 책방들은 모두 ‘OO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이는 경의선 책거리가 책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길이라는 특성을 살린 것입니다. 

저자와의 만남, 북콘서트 등을 진행하는 공간산책, 디지털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인 미래산책, 전시회를 위한 문화산책, 제본과 필사, 공예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창작산책 등 네 곳을 제외한 나머지 6개 부스에서는 각 분야 지정 출판사가 도서를 진열, 판매하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7월에 리뉴얼한 테마, 여행, 아동, 문학, 예술, 인문산책을 특히 눈여겨봤어요. 각각의 특징을 간단히 적어 볼게요. 

테마산책: 시즌 별로 주제를 정하고 이에 맞는 책을 큐레이션하는 곳으로, 현재는 고양이와 술을 테마로 독립출판사 및 1인 출판사의 특별한 책을 전시 판매 중입니다. 

여행산책: 독립출판 제작 크루 ‘해해북스’에서 운영하는 취미 공유 공간으로, 여행일기를 쓸 수 있는 다이어리, 메모지, 맵북 등 개성 넘치는 아이템은 물론 여행, 취미, 실용도서 등 여행 관련 콘텐츠를 전시 및 판매하는 곳입니다.  

아동산책: 다양한 그림책, 세계명작동화, 팝업북 등의 전시·판매, 제책 예술인 에브루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는 곳입니다. 책을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어요.


문학산책: 문학동네 출판사의 신간, 작가 추천도서 등을 전시 및 판매하는 곳입니다. 

예술산책: ‘나와 같은 날 태어난 작가의 책’을 만나는 책방으로 전문 북큐레이터들이 엄선한 책 전시를 감상할 수 있어요. 

  

인문산책: 여성 독자 대상의 번역 문학 콘텐츠를 생산하는 1인 출판사 ‘파시클’과 ‘책덕’에서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는 곳입니다. 에밀리 디킨슨 시선집, 김복동 할머니가 남긴 그림과 이를 재해석한 김지현 작가의 글, 그림을 담은 엽서집 등을 만날 수 있어요. 평화와 여성 인권을 주제로 한 그림책 읽기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각 출판사들은 도서정가제에 따라 10% 할인가로 책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구매를 강권하는 분위기가 아니고 책방마다 독서 공간이 마련돼 있어서 관심 가는 책을 골라 앉아 읽어도 눈치 보이지 않았어요. 이곳이 일반 서점과 다른 점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립 출판사의 책과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증샷 필수 포토존

경의선 책거리에서는 책거리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는 조형물들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마포구민이 뽑은 '어른이 될 때까지 꼭 읽어야 할 도서 100선 목록'을 적어 붙인 ‘와우교 100선’과 마포구 추천도서 100권의 본문에서 추출된 문장을 숲 모양으로 형상화한 ‘텍스트의 숲’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날이 맑은 날에는 조형물에 그늘이 지면 땅에 글이 써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비주얼의 위 작품은 공모전을 통해 뽑힌 김형나 작가의 ‘속닥 속닥 책 속 여행’입니다. 책을 통해 지식과 상상을 꿈꿔 보는 상징 조형물이라고 해요.


와우고가차도 아래에 이르면 포토존으로 유명한 책거리역이 나오는데요, 과거 경의선 상의 세교리역과 서강역 사이에 있는 와우교 하부를 미니 플랫폼으로 꾸민 것입니다. 나무 벤치에 잠깐 앉아 있으려니 기차가 곧 도착할 것만 같은 느낌에 설레더라고요. 

그 맞은편엔 매달 시민들에게 권하는 도서 목록과 홍보 포스터를 액자 형식으로 소개한 게시판이 있는데 역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오늘 당신과 함께할 책은 무엇입니까’라는 화두에 제 안에 잠자던 결정 장애가 살며시 고개를 들더군요. 옛날 철도 건널목의 풍경을 보여주는 동상도 정겨웠습니다.   

경의선 책거리가 끝나는 지점인 와우고가차도 쪽 계단 위로 올라가면 경의선 책거리의 양방향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공식 포토존이 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산책로, 줄줄이 기차를 연상시키는 책방 부스들, 텍스트의 숲 조형물까지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어요. 


다채로운 이벤트와 프로그램 

‘312일간 책과 관련된 콘텐츠가 발현되는 곳’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경의선 책거리에서는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일별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화요 인문산책, 수요 예술산책, 목요 여행산책, 금요 문학산책, 토요 아동산책, 일요 테마산책). 강연이나 저자와의 만남 같은 프로그램은 상시 운영되며, 참가비는 대체로 무료예요. 

경의선 책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책거리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산책할 수 있는 기회도 있으며 하루 4회, 회당 30분씩, 최대 10명 무료 진행됩니다(네이버 ‘경의선 책거리’로 방문 최소 3일전 예약 필요).  

그 외에도 12월 24, 25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는 아동산책에 참여하는 출판사 및 그림책 작가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북파티’가, 화려한 조명으로 유명한 ‘겨울 빛축제’ 역시 12월 24일부터 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자세한 프로그램 일정은 경의선 책거리 홈페이지(http://gbookst.or.kr)에서 참고하세요.


경의선 책거리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37길 35(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앞)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월요일, 공휴일 휴무)

문의: 02-324-6200

홈페이지: www.gbookst.or.kr, cafe.naver.com/gbookstreet

페이스북: gbookstreet

인스타그램: bookstreet321


“책이 없는 집은 문이 없는 것과 같고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

로마의 문인이자 웅변가였던 키케로의 명언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경의선 책거리 나들이였습니다. 날은 춥지만 책과 함께라 가슴만은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마음의 여유와 힐링이 필요할 때, 발길 닿는 대로 천천히 둘러봐도 좋은 경의선 책거리를 거닐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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